입사이후 라디오의 Tapeless 제작/송출시스템의 구축을 지켜보며 방송에 유용하게 활용되는 IT시스템을 지켜볼 수 있었다. 또한 개발자의 한 사람으로서 방송IT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조그만 힘을 보태기도 하였다.
아날로그 방송장비들의 역할을 대체해나가는 IT 장비들을 보면서 과연 사고 없이 오늘 하루도 무사히 송출을 마칠 수 있을까 걱정했던 날도 부지기수다. 많은 우려와 근심, 걱정 속에서도 우리의 방송 환경에 이미 IT시스템은 깊숙이 침투해 있다. NPS시스템, 송출운행시스템(APC, APS등), 아카이브 시스템 등등 방송사마다 자사에 맞는 시스템을 갖추고 네트워크를 통해 전송되는 수많은 데이터와 함께 방송 컨테츠가 시청자들에게 전달되고 있다.
예전 같으면 VTR편집기술, 오디오믹싱, 조명기술, 중계기술 등등의 기술이 방송 엔지니어가 배워야할 소양이였다면 지금은 네트워크, 데이터베이스, 도메인시스템, HD/SD 파일 포맷 활용, 아카이브 시스템 등등의 IT기술이 덧붙여졌다고 할 수 있다.
나열해 보자면 NLE편집에도 AVID, Final Cut Pro, Edius 등을 사용한 편집이 있으며 네트워크 기술에도 스위치시스템, 라우터, 방화벽 등의 기술이 있으며 데이터베이스에도 오라클, MS-SQL서버 등을 사용하고 있다. SD 파일 포맷도 DV, DVCAM, DVCPRO 등이 있으며 HD파일 포맷은 춘추전국시대와도 같아서 XDCAM-HD ,DVCPRO-HD, AVC-Intra, DNxHD, JPEG2000 등등 이름만 들어도 머리를 지끈하게 아프게 할 만한 용어들이 즐비하다.
속속히 알려고 한다면 한도 없으며 또한 IT엔지니어가 아닌 방송엔지니어라면 그 모든걸 다 알 필요까지는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IT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없이는 우리의 방송시스템을 유지/관리하기가 힘들어지고 있으며 아날로그 장비같이 사고가 나면 명확한 포인트를 짚어낼 수 있었던 예전과는 달리 IT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떨어진다면 IT시스템을 사용하는 송출단의 사고는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방송IT의 도입으로 모든게 편해진 것만은 아니다. 고비용을 해소할 수 있다며 도입한 시스템이 고가의 유지/보수비의 덫에 걸려 더한 고비용을 감수해야 되는 경우도 있다. 반면에 잘 정착된 방송IT 시스템은 결국 이를 사용하는 사용자들(PD, 기자, 엔지니어)에게 예전의 아날로그 환경으로 돌아가는 것은 원시시대로 돌아가는 것과 같은 불편함을 느끼게 할 수 있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을 수 있다.
방송사의 보다 많은 엔지니어들이 방송IT시스템을 도입, 유지, 관리하는 기술들에 대한 노하우를 쌓기 위해 노력하고 그것을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열띤 지식의 장이 설 수 있기를 바란다.
‘리더는 비전을 가져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
나는 비전을 가지라는 말은
공부하라는 말을 더 그럴싸하게 표현해 놓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떤 새로운 기술이 출현하고 어떤 새로운 문화가 나오는지,
그리고 거기에 대비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연구하고 또 연구하라는 뜻이다.
리더의 예언은 신통력의 산물이 아니라 쉼 없는 공부와 연구의 결과물이다.
– 오명 건국대 총장, ‘30년 후의 코리아를 꿈꿔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