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백선하 전숙희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KBS ‘추적 60분’-의문의 천안함, 논쟁은 끝났나부터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의 전말, CBS ‘김미화의 여러분’-정부 축산 정책 비판 등 방통심의위가 중징계 처리한 대부분의 방송에 대해 법원이 재량권 남용이라는 판결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방통심의위의 심의는 변한 게 없다. 더 나아가 최근에는 피해 당사자가 아닌 제3자의 신청 또는 방통심의위의 직권으로 명예훼손 게시물을 삭제 및 차단할 수 있도록 개정을 시도하고 있어 시민사회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 모든 문제의 근원은 방통심의위의 구조적 한계 때문이라며 방통심의위를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8월 1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유승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주관으로 열린 ‘방송통신 심의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 참석한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방통심의위가 존재하는 이유는 방송의 공공성을 확보하고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서인데 방통심의위는 연이은 법원 판결에도 반성을 하지 않은 채 ‘법원 판결과 심의는 다를 수 있다’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방통심의위가 스스로 변할 것이란 기대는 접고 방통심의위 해체를 중심으로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 1건의 패소에 대해서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 방통심의위가 5년도 안 되는 사이 6건이나 패소했다는 것은 심의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이고 잇따른 패소는 사실상 방통심의위에 대한 ‘사망선고’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제기된 방통심의위의 가장 큰 문제는 이중 잣대였다. 정부 비판적인 내용을 다룬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비교적 무거운 징계를 내리면서도 일부 종합편성채널의 막말 방송에는 너그러운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김 사무처장은 “방통심의위는 장르별 특성을 고려하는 대신 정파성에 따라 매체를 차별 심의하고 있다”며 ‘종편에 대한 무한 애정’이라는 표현이 바로 그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방통심의위의 심의 현황을 보면 최근 들어 종편에 대한 제제 건수가 늘고 있지만 방송의 품질과 전체 방송량을 고려하면 이마저도 솜방망이 수준이다.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방통심의위의 이 같은 공정성, 공공성 논란은 방통심의위의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된다고 입을 모았다. 여야 추천 위원 수가 6대 3으로 이뤄진데다 심의 규정 자체도 모호해 위원들의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방통심의위 해체를 두고선 의견이 갈렸다.
김 사무처장은 “방통심의위는 대통령이 9인의 위원을 위촉하고 그중 6인을 정부 여당이 직접 추천하도록 하고 있어 인사권을 통해 얼마든지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라며 “현행 방통심의위를 해체한 뒤 정치적 독립성을 회복하고, 시민 참여와 자율 규제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심의 기구를 재구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안주식 KBS PD협회장도 “6대 3의 여야 구조는 결국 집권 여당이 추천한 위원들이 징계를 결정한다는 말인데 이러다보니 ‘표적 심의’ ‘청부 심의’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며 “자율적 심의 기구 건립을 검토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엄주웅 전 방통심의위 상임위원은 “방통심의위의 해체는 차선책”이라며 “방통심의위의 규정이나 절차 등을 개선해 올바른 구조로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권영철 CBS 선임기자도 “의원들이 정치적인 바람을 덜 탈 수 있도록 임기를 연장하거나 순차적으로 임기를 적용해서 일괄적으로 교체되지 않도록 하거나 정수를 조정해 일방통행식 제재가 이뤄지지 않도록 보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