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 이하 방통위)가 방송콘텐츠 진흥을 위해 현행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정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나 구체적인 각론으로 들어가면서 각 사업자 간 첨예한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다.
지난 23일 서울 무교동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방통위 주최로 열린 ‘방송콘텐츠 진흥전략 공개토론회’에 참석한 오용수 방통위 방송통신진흥정책과장은 “방송사업은 플랫폼과 연계를 전제로 콘텐츠를 제작하고 편성하는 것이 핵심인데 전통적인 방송 개념에 근거한 현재 방송법으로는 미디어 빅뱅 시대의 콘텐츠 진흥을 꾀하기 어렵다”며 현행 방송법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통위 신용섭 방송통신융합정책실장 역시 “일률적인 외주제작 규제를 드라마와 비드라마 등 장르별로 합리화하면 드라마 분야에서는 지상파 방송사와 채널사용사업자(PP)간 경쟁이 가능해 질 것”이라며 특히 편성비율 규제 부분은 지상파 방송사에 외주제작비율을 강제하는 것에서 실제 제작역량을 가진 곳이 육성될 수 있도록 양적규제에서 질적규제로의 변화를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방송법시행령 제58조에 따르면 KBS1은 24%이상, KBS2는 40%이상, MBC와 SBS 는 35%이상, EBS는 20%이상, 지역민방은 4% 이상 외주제작물을 편성해야 한다.
이에 이강현 KBS 드라마국 EP(부장급 프로듀서)는 “지상파 방송사 내부에 있는 FD는 150만원만 주면 되는데, 외부 FD는 500만원으로 가격이 오르는 등 거품이 형성돼 콘텐츠 생산기지로서 지상파 방송사가 콘텐츠 제작에 나서기 어려운 구조가 되고 있다”며 외주비율 강제가 완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2003년 이래 지상파 방송사는 시청점유율 하락과 광고수입 정체로 재정 위기에 빠져 있는데 정책당국은 방통융합시대의 구조적 위기라며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라며 “뉴미디어는 적극 배려하면서 지상파 방송사에 대해선 최소한의 배려도 없고 견제만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다큐멘터리 제작업체인 판미디어홀딩스 이창수 대표는 “더 중요한 것은 저작권 인정”이라며 “프로그램을 만든 독립제작사도 저작권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저작권 인정 등 공정거래 관행을 정착하는 일이 규제완화보다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대체적으로 ‘규제 완화’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다. 박건식 MBC 시사교양국 PD는 “보통 규제를 풀면 공영성 완화를 걱정하지만 이는 재원이 안정적일 경우에 한한다”며 “지금은 지상파 방송사 내부에서조차 시청률 경쟁 때문에 교양프로그램이 천대받고 있기 때문에 지나친 편성 규제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