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주파수재배치, 무엇이 우선 돼야 하는가.

방송주파수재배치, 무엇이 우선 돼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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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가 지난 3일 800·900 MHz 대역의 주파수 할당계획안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올 상반기 중에 2012년 디지털전환으로 반환되는 700 MHz 주파수에 대한 활용 방안을 내놓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지상파방송 주파수 회수·재배치 정책이 올 상반기 방송계의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방통위는 2012년 연말까지 아날로그TV가 종료되면 기존의 방송주파수 일부를 회수해 경매제를 통한 주파수 재할당을 계획하고 있다. 2008년 주파수 재배치 정책 수립 당시 지상파 방송 4사는 ‘DTV채널재배치협의회’를 구성해 디지털TV망 구축에 소요되는 주파수 수요를 협의했지만 방통위는 방송사의 요구조건을 반영치 않고 기존 계획을 고수했다. 국제 주파수 분배 결정만을 내세워 외국과 다른 국내 환경요소(주거 및 지형 환경)를 반영치 않고 최소한으로 DTV 주파수 수요 산출결과를 제시한 것이다.

이에 관련 전문가들은 국내 여건을 충분히 반영한 지상파 디지털 방송망 구축 필요 주파수 수요가 명확히 산출돼 있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이는 시청자의 선택권 제약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이재명 회장은 지난 18일 ‘뻔뻔한 미디어농장’이 주최한 ‘전파의 진보적 활용; 방송·통신 주파수 정책의 현황과 쟁점’ 포럼에서 “우리나라는 높고, 낮은 산악과 고층건물 위주로 주거공간이 형성돼 있어 전파음영(난시청) 지역이 다수 발생하고 있다. 난시청을 해소하는데 필요한 주파수를 확보하지 않으면 충분한 중계소를 설치할 수 없다”며 주파수 부족으로 인한 디지털 방송망 구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회장은 이어 “난시청 발생으로 인해 일부 지역의 시청자들은 다매체 다채널 시대에 유일한 무료방송인 지상파방송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당할 수 있다”며 “난시청지역 시청자들은 반드시 케이블TV나 IPTV 등 유료매체에 가입해야만 지상파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데 만약 콘텐츠 실시간 재전송 협상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지상파방송을 시청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방송주파수 부족이 불러오는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상파가 자체 송신망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할 경우, 케이블TV나 IPTV 등의 유료매체와 재송신 협상 과정에서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 이는 곧바로 지상파방송사 수익으로 연계돼 2012 디지털전환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뿐만 아니라 디지털 전환기간 동안 주파수 활용 제약과 재배치에 따른 막대한 비용 등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방통위는 MFN(다중주파수망)을 SFN(단일주파수망, 동일한 주파수로 전국을 동시에 방송)으로 교체해 주파수 효율을 높이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현재 우리나라가 채택한 미국식 디지털 전송방식 ATSC의 경우 SFN을 구성하기에 원천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도시간 거리가 충분하며 대체로 평탄한 지형으로 이뤄져 있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는 높고 낮은 산악지형과 아파트 위주의 주거환경, 도시간 거리근접 등 주파수가 많이 소요되는 지형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주파수 환경이 다른 나라와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 기준에만 맞춰 주파수를 분배한다면 가용 주파수 부족으로 지상파방송 서비스가 원활하지 못하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국제 분배 추세에 맞춰야 한다는 방통위의 주장과 다매체 다채널 시대에 시청자의 무료방송 접근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방송사의 주장 중 어느 것이 시청자를 위한 선택인지 다시 한 번 고민해야 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