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에 의해 붕괴된 방송의 공정성 회복을 위해선 사장 선임 등 지배구조 개선과 함께 구성원들의 실질적인 제작 자율성이 보장될 수 있도록 ‘방송제작편성위원회’ 등을 신설하는 등의 제도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20일 국회 방송공정성특별위원회(이하 공정성특위)가 주최한 ‘방송의 보도‧제작‧편성의 자율성 보장에 관한 공청회’에 야당 측 진술인으로 참석한 최승호 뉴스타파 PD는 “김재철 전 사장 당시 MBC 내부에 공정방송을 위한 단체협약이 있었지만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면서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개혁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강조한 뒤 “방송사 내부에서 노사 간에 만들어지는 규정이 가지는 한계가 있지만 일정 부분 법적 근거를 만들어 보도‧제작의 자율성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사합의를 통한 방송제작 편성규약 제정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재윤 민주통합당 의원도 “지난 현실을 보건데 방송사업자에만 자율성을 맡긴다는 것은 지나치게 이상적인 판단일 뿐”이라며 제도 개선을 통해 방송의 공공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순 미디어로드연구소 소장 역시 이에 동의하며 “방송편성규약에 편성책임자와 제작책임자, 제작 실무자, 평가자 대표 등이 보도제작 편성의 자유를 책임지는 주체로 명시하고 있는 만큼 이들 모두가 방송 주체”라면서 “정책결정권자인 방송사업자가 자율성을 침해할 수 없도록 구속력을 갖는 제도로 편성규약을 강제하고, 이를 허가 기준 중 하나로 삼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박 소장은 정책결정자인 방송사업자외에 방송사에 종사하는 구성원들도 방송 자율성 주체에 포함되므로 편성규약 제정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여당 측 진술인들은 편성규약 제정 주체에 방송종사자를 포함하는 건 사업자의 자율성 훼손이라며 반대의 입장을 표했다.
문재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 방송법상 사업자가 방송사 안팎의 부당한 압력으로부터 취재와 제작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편성규약’을 마련토록 규정하고 있고, 방송 자유의 주체도 방송 허가 또는 승인을 받은 방송사업자”라며 “노사합의를 통한 방송제작 편성규약 제작 등은 헌법상 맞지 않다”고 야당 측 의견에 반박했다.
김대호 인하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도 “노조 등 외부에서 편성규약 제정을 강제하는 것은 방송사업자의 자율성을 훼손하는 것”이라면서 “편성규약 제정에 노조가 참여하면 오히려 경영권 혼란 등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관련 업계에선 노사합의를 통한 방송제작 편성규약 제정 등 제도적 개선을 두고 여야 간 의견차이가 있는 만큼 방송의 제작 자율성 보장을 위한 제도 개선 처리 과정이 앞으로 난항을 겪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편 이날 공청회에는 새누리당 공정성특위 위원 9명 가운데 조해진 간사와 김도읍 위원을 제외한 위원들이 국회 일정을 이유로 불참해 공정성특위에 임하는 여당의 책임있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