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의 날, 낯뜨거운 자화자찬

방송의 날, 낯뜨거운 자화자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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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회 방송의 날을 하루 앞둔 9월 2일 오후 6시 30분, 박근혜 대통령은 서울 여의도 63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축하연에 참석해 “방송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규제를 개선하고, 중소 방송 콘텐츠 사업자가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송 콘텐츠 제작 기반시설을 확충하며, 양질의 콘텐츠 제작을 위한 지원사업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방송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수평규제의 큰 틀 안에서 미디어 산업의 부흥을 일으키겠다는 뜻도 천명했다. 지금까지 지상파 방송사와 유료방송 전체가 꾸준하게 제기하던 방송 규제 완화 주장 목소리에 화답한 셈이다. 물론 유료방송 중심의 방송정책 추진에 대한 부작용을 언급하지 않은 점은 아쉬운 대목이지만 대통령으로서 방송정책 활성화에 대해 최소한의 목소리를 낸 점은 인정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KBS 국정원 간첩사건 불방 및 방송 공공성 문제와 해직 언론인 현안에 대해서 방송의 날을 맞아 한 마디도 하지 않은 점은 논란이 될 전망이다. 당장 방송의 기본적인 공공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비난에 대해 눈을 돌려버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러나 화룡정점은 따로 있었다. 바로 이경재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었다. 이 위원장은 “그동안 ‘방송 장악이다 아니다’ 하는 얘기가 많이 돌았는데 박근혜 정부에서는 장악이라는 말은 없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그는 “남의 자유를 훼손하는 자유가 있을 수 없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는 자유는 있을 수 없다. 이러한 사명감을 가지고 앞으로 대한민국의 방송을 세계적인 방송으로 발전시켜 주기를 당부한다”고 했다.

동시에 이 위원장의 발언을 두고 많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국정원 선거개입 보도와 관련해, 어쩌면 그 이전부터 착실하게 진행된 방송장악이라는 ‘거악’이 만천하에 알려지고 있음에도 이 위원장만 다른 세상에 살고있다는 뉘앙스를 풍기기 때문이다. 실제로 방송의 날 축하연이 열리는 호화로운 행사장에서 참석자들의 자화자찬이 낯뜨겁게 벌어지고 있을때 외부에서는 방송의 불공정을 비판하는 전국언론노동조합의 긴급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에 강성남 언론노조 위원장은 “공영방송의 공정성을 주장하다가 해직 된 기자들이 10명이 넘고, 해직 기간도 5년이 되어 간다. 이 땅의 방송을 지키기 위해 싸웠던 기자들이 내쫓기는 상황에 무슨 방송의 날 기념식이 열린다는 것이냐”며 성토하기도 했다.

제50회 방송의 날 축하연은 화려한 무대위에서 방송의 공공성을 자축하는 권력자들의 미소와 썰렁한 외부에서 방송의 공공성을 요구하는 언론 노동자들의 극명한 대비가 돋보인 행사였다. 1947년 대한민국은 국제무선통신회의에서 호출부호 HL을 받아 주파수 주권을 확보했지만, 2013년 현재 국민의 방송주권에 대한 논란은 지금도 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