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철
(상지대학교 언론광고학부 교수)
텔레비전 프로그램은 정보와 엔터테인먼트 및 스토리텔링의 중요한 소스이며 사회적 메시지를 전파하고 공중의 태도와 행동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Silva, 2009). 다양한 장르를 통해 폭넓은 계층에게 빠르게 메시지를 전파하는 영상매체의 특성과 미디어 상업화가 결합되면서 폭력, 섹스, 인종주의 등 자극적이거나 일탈한 이미지와 고정관념을 확산시키는 부정적 결과도 낳고 있다. 즉, 미디어의 "극단적상업화"(hypercommercialism, McChesney, 1999) 경향과 "시청률지상주의"(rating mindset, Bourdieu, 1998)가 유사한 오락프로그램의 범람과 편중 현상을 심화시키면서 프로그램의 질과 다양성을 위축시킨다는 우려도 있다. 이러한 미디어 상업화와 다양성 위축은 프랑스와 미국에서도 관찰되는 현상이다. 프랑스에서는 텔레비전이 새로움(originality)이나 다양성 보다는 획일성을 추구해 수준 낮은 "문화적패스트푸드(cultural fastfood)"를 양산하고 문화수준을 하향평준화한다고 비판받는다(Bourdieu, 1998). 미국에서도 더 많은 채널과 기술이 등장했지만 프로그램 다양성과 공익성은 위축되고 있으며, 텔레비전 토크쇼는 섹스, 학대, 마약중독, 범죄, 폭력 등 갈등과 비정상적 행동을 과도하게 묘사해 왜곡된 세계관을 확산시킨다고 비판받는다(Woo & Dominick, 2003). 이를 감안할 때 무조건적인 냉소와 비난보다는 공익성이 실현되는 방송을 위한 제언과 지원방안을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방송의 공익성은 시청률 경쟁과 이윤추구보다는 공중의 정보 및 문화 욕구를 반영하고 사회의 이익에 기여하는 콘텐츠의 제작을 통해 구현된다. 즉, 다양성과 질적인 완성도가 높은 프로그램을 공급하고 시청자의 프로그램 선택권이 확대될 때 방송을 통한 공익성이 구현된다고 하겠다. 최근 국내 오락예능 프로그램이 봉사와 감동, 이웃/가족사랑 코드를 바탕으로 공익성을 가미하는 변화를 모색하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특히, 지상파 방송의 일요일 오락예능 프로그램이 웃음과 사회적 메시지를 결합하는 "공익예능," "공익버라이어티" 포맷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접근성이 높은 지상파 방송이 가지는 영향력과 높은 시청률을 가진 오락예능프로그램의 특성을 고려할 때 의미가 크다. 공익적 오락물은 오락적 내용에 공익적 메시지를 결합해 긍정적인 사회변화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데 연예인 등 친숙한 등장인물과 흥미요소가 공익적 메시지와 결합됨으로써 수용자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선행연구에 의하면 오락예능 프로그램이 친사회적인 메시지(prosocial message)를 가미할 경우 뉴스나 다큐멘터리 등 전통적인 설득 프로그램보다 수용자로부터 더 적은 심리적 저항을 불러일으키며 수용자의 태도와 행동변화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Moyer-Guse, 2008). 즉, 오락예능 프로그램은 휴식과 여가 선용 및 고민과 스트레스 해소의 장 제공 등 순기능을 가지며 이에 덧붙여 공익적 메시지가 결합될 경우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태도와 행동을 가르치고 전파하는 사회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공익예능을 표방한 프로그램에 대해 공익의 볼거리화, 문화적 우월주의에 근거한 시혜적 태도의 표출 등의 비판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오락 프로그램의 특성과 긍정적 영향력을 무시하고 시사프로그램의 기준을 가지고 비판을 제기하는 것은 방송의 공익성 강화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공익예능의 발전을 위한 논의의 단초를 열기위해 MBC <일요일일요일밤에>의 2개월간(2009년 12월-2010년 1월)의 내용을 분석하였고 방송의 공익성의 의미에 대해 탐색해 보았다. 분석결과는 공익예능의 긍정적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다. <일요일일요일밤에>는 해외와 지역을 넘나드는 대규모 스케일, 다수의 스타급 출연진, 대형/고가 장비 동원 등 스펙터클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 이는 상업화와 스펙터클화의 영향으로 볼 수 있지만 연예인 등 명사들이 현장에서 시청자와 직접접촉을 하는 방식은 친사회적 메시지의 소구력을 극대화하는데 기여한다고 볼 수 있다. 공익예능 프로그램에 대해 개인화, 남성중심주의, 동정과 시혜의 대상화, 제3세계의 볼거리화, 대안제시 부족 등의 비판이 있으며 보다 적극적으로 인권과 사회변화의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제3세계의 심각한 가난과 인권의 문제와 우리가 간과해왔던 환경과 가족의 중요성이 지상파 방송이 제공하는 거대한 담론의 공론장에서 의제화 된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또한, 내용에서의 친사회적 메시지와 공익적 요소 외에도 시청자 참여와 현장 중심성 강화 등 참여적 포맷의 부상도 긍정적 변화이다. 제3세계 현실의 희화화, 해결책 제시의 부족 등의 문제가 있긴 하지만 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개선되고 있는 추세다. 공익예능프로그램이 권력과 상업 문화에서 배제된 서민들에게 그들의 이야기와 목소리를 발산할 수 있는 새로운 대화 공간(a new speaking space)을 제공하고 대안적 공론장(alternative public sphere)을 형성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시사점이 크다. 공영방송의 목적이 양질의 프로그램을 서비스해 공공복지에 기여함에 있다고 볼 때 공익예능 프로그램 편성을 장려하기위한 동기부여 등 지원책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또한 저널리즘 프로그램뿐 아니라 "공익오락예능"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독자적인 비평 기준을 설정하고 그 기준에 따라 미디어 내?외적 비평의 활성화를 유도하는 것도 공익예능 프로그램의 공익성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