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재판 중인 사건은 보도할 수 없는가’에 대한 고민은 뉴스를 제작하는 방송인들의 오래된 딜레마였다. 엄연히 방송심의규정 11조에 명시된 사항과 이를 반박하는 표현의 자유. 이 둘의 간극을 메우고 올바른 보도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한국PD연합회와 한국언론정보학회가 공동으로 ‘방송심의, 표적과 과잉으로 얼룩지다’ 세미나를 열었다.
10월 3일 한국PD연합회와 한국언론정보학회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본 세미나를 통해 재판이 진행중인 사항에 대해 보도불가 방침을 내리는 것은 사실상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방송심의규정 11조는 “방송은 재판이 계속 중인 사건을 다룰 때에는 재판의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을 방송해서는 안 되며, 이와 관련된 심층취재는 공공의 이익을 해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박건식 MBC PD협회장은 발제를 통해 “앞 문장에서는 방송해서는 안 된다고 하다가 뒤에서도 해도 된다는 말을 한다”면서 “특히 재판의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도 구체성이 떨어지며 명확한 정의가 없다”고 비판했다. 또 그는 “재판이 끝나는 시점도 불명확하는 등 이렇게 된다면 방송에서 보도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어져 탐사보도를 피하고 싶은 사람들은 무조건 소송부터 걸어놓게 돼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해당 심의규정 자체가 심층적인 탐사보도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동시에 해당 심의규정이 미국처럼 배심원제도로 운영되는 법문화에서는 배심원의 편견을 심어주지 않기 위해서 의미가 있지만, 한국처럼 판사에 의한 재판시스템에서는 맞지 않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에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민참여재판일 경우에는 모르겠지만 배심원 제도가 없이 고도의 전문성을 지닌 법률가가 재판을 하는 대한민국에서 이 같은 조항은 사법부에 대한 모독을 주는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동시에 박 교수는 더 나아가 재판에 계류 중인 사건과 관련한 방송에 대해서는 오히려 심의를 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펼치며 “2008년 PD수첩의 광우병 파동 관련 보도에서 검찰이 방통심의위의 결정 내용을 제출해 재판에 영향을 끼치려고 하기도 했다”는 사족을 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