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송사 경영진들이 언론사 내부의 단체협상을 깨뜨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단순히 언론사 노사관계의 문제를 넘어 아니라 지난 20여 년 동안 어렵게 쌓아온 ‘방송의 독립성’을 훼손하려는 시도이기에 매우 걱정스러운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일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는 ‘방송 잔혹사를 말하다’라는 제목의 보고대회가 열렸다. 이 보고대회는 이명박 정부 들어 KBS, MBC, SBS, YTN 등 대표적인 방송사들에서 자행되고 있는 방송독립과 언론노동자 지위의 위기징후들을 각 사 노조위원장들이 직접 공개적으로 털어놓는 자리였다. 본격적인 보고에 앞서 사회를 맡은 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노사 단협 파기는 87년 6월 항쟁의 정신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보고에 나선 언론노조 KBS본부 엄경철 위원장은 “MB의 언론특보가 사장으로 앉은 순간 무너진 외적 독립성이 아이템·원고·인터뷰 등의 자기검열로 이어지면서 내적 독립성마저 무너지고 있다”며 “무분별한 징계조치를 통해서 어떤 비판과 토론도 허용하지 않는 상황에 대해서는 외부의 연대와 질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으며, MBC본부 이근행 위원장은 “김우룡 등 뉴라이트 진영이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으로 온 이후로 줄곧 국장책임제가 중심인 단체협상을 문제시 해왔다”고 지적하고 “87년 6월 항쟁을 통해 노사합의로 쟁취한 단협을 부정하는 것은 곧 노조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두었다. 이어 SBS본부 이윤민 위원장은 “SBS가 미디어홀딩스 지주회사 체제로 운영된 이후, 연봉제·인사처리 등의 문제와 관련해 대화의 창구가 사라져버렸다”며 “결정권자가 없는 사측과 대화하려니 SBS의 노조는 무력감마저 들 지경”이라고 밝혔고, YTN 지부 김종욱 위원장은 “노조가 어렵게 일군 불신임투표 조항마저 사측이 공개적으로 무시”하고 있고 “협약에 명시된 조항 가운데 하나가 효력을 잃었으니 전체 협약도 실효가 없다”며 “(사측이) 불공정방송을 견제할 수 있는 통로를 원천 차단하려 나선 셈"이라고 성토했다.
이 보고대회는 민주당 최문순 의원과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주최하고, 미디어행동의 후원으로 개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