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법 개정안을 두고 공전을 거듭하던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가 논의의 발판을 마련하는데 성공했다. 야당이 방송법 개정안 중 노사동수 편성위원회 조항을 삭제하고 KBS 사장후보 인사청문회 도입, 공영방송 이사 등에 대한 자격요건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여당에 제시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야당이 여당의 파행을 인정하고 이를 수렴하는 방식으로 합의를 진행한 부분은 추후 논란이 예상된다. 이에 앞서 여야는 2월 임시국회 당시 방송사 노사동수 편성위원회 설치에 합의한 방송법 개정안에 뜻을 모았으나 종편의 반발로 여당이 일방적인 보이콧을 선언해 결국 파행을 빚은 바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4월 29일 오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미방위에 계류 중인 방송법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당론을 모았다. 법안처리 ‘제로’인 상황을 타개하고 여야의 교착상태를 풀기 위해 야당이 한 발 물러난 셈이다.
이에 야당은 방송법 개정안 중 여당이 주장하는 노사동수 편성위원회 조항을 삭제하고 방송법 개정안에 합의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당내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당장 29일 의원총회에서도 방송법 개정안 중 노사동수 편성위원회 조항을 삭제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 의원들은 “종편과 여당의 일방적인 보이콧을 인정하는 나쁜 사례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야당의 결론은 ‘노사동수 편성위원회 조항 삭제를 전제로 하는 방송법 개정안 처리’로 수렴됐다. 물론 국회 미방위 공전이 장기화되며 방송법 개정안에 발이 묶여 원자력 방재법 등 다른 법안들이 줄줄이 멈추고, 방송관련 소위를 분리하자는 주장까지 나오는 판국에 야당 입장에서는 별 수 없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야당의 고질적인 ‘정치력 부재’에 대해서는 상당한 비판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사회단체는 28일 야당의 방송법 개정안 처리 소식을 사전에 감지, 격렬하게 반발했다. 이에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서울 여의도 새정치민주연합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송 공정성 법안 훼손은 원칙과 상식의 훼손”이라고 비판했다. 여야가 나눠먹기를 통해 기존 방송법 개정안에서 공영방송 이사 특별 다수제 도입을 누락시킨 상황에서 그나마 방송 공정성 안전장치로 평가받는 방송사 노사동수 편성위원회 설치 대상에 종편을 누락시키는 것은 엄청난 패착이라는 뜻이다.
이에 강성남 언론노조 위원장은 회견을 통해 “우리는 공영방송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시정을 요구해왔다”며 “그것이 2012년 언론노동자들의 파업과 국민들이 지지하고 염원한 결과였다”고 강조했다.
한편 야당은 방송법 개정안에서 노사동수 편성위원회 조항을 삭제한 만큼, 조속히 여당과 협상을 재개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