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발전기금을 시청자에게!
이진행 (익산공공영상미디어센터 미디어연구소)
버림받은 시청자들
2008년 6월 27일, 방송통신위원회의 소외계층 방송 접근권 보장 사업 (장애인 방송 접근권 보장)과 미디어교육 지원 사업에 대한 공고가 처음 발표되었다. 7월 1일 사업설명회를 거쳐 7월 11일 까지 신청을 받은 뒤 사업 주체를 선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2008년 사업이 7월 중순이 지나서야 시작될 마당이니, 실제로 사업이 진행될 수 있는 기간은 5개월에 불과한 것이다. 2008년 하고도 6월 말, 방송통신위원회의 공식 출범 이후에도 3개월이 지난 시점이지만, 기존 방송위원회 사업 중 방송사업자가 아니라 시민영역에 직접적으로 지원되는 사업 중에서 이렇게 시행이 예고되었거나 시행되고 있는 사업은 그나마 일부에 불과하다.
방송발전기금의 참여적 미디어 활동 지원
현 방송통신위원회 이전에 방송 정책과 진흥 기관이며 방송발전기금을 운용해왔던 방송위원회에서는 시청자들의 참여적 미디어활동을 지원하는 다양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방송법 제38조(기금의 용도)에 명시되어있는 시청자제작 또는 참여프로그램에 대한 지원, 미디어 교육 지원, 시청자 단체 활동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었고, 부산과 광주에 설립한 시청자미디어센터를 운영함을 물론 여타 지역 미디어센터들에 대한 지원 사업도 진행되고 있었다. 장애인의 미디어접근권과 관련된 지원 사업 역시 방송발전기금으로 집행되고 있었다.
이러한 참여적 미디어 활동에 대한 지원 사업은 대부분 방송 통신 환경의 변화와 함께 시민들이 더 이상 미디어 수용자의 지위에만 머물지 않고 콘텐츠의 생산자이자 적극적 활용자로 등장하기 시작한 변화와 더불어 확장되고 발전해왔다. 일례로, 미디어교육 지원 사업의 경우 2000년 단체지원사업의 일부로 지원이 시작된 이래 미디어를 능동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요구가 증가하고 미디어교육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확장되고 실제 미디어교육 활동이 활발히 일어나면서 2006년부터는 독립적 항목으로 예산이 편성되어 사업이 시행되고 있었다. 시청자미디어센터 역시 일반 시민들이 쉽고 편하게 미디어를 접하고 미디어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공공문화기반시설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2005년에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이었다.
2008년에도 참여적 미디어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아래와 같은 예산이 편성되어 있었다.
구분 |
세부영역 |
’07계획 |
’08계획 |
시청자복지증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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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소외계층지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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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16 |
8,665 |
– 시청자참여활성화 |
– 시청자참여프로그램제작지원 – 미디어교육 – 시청자단체활동지원 – 시청자평가원활동지원 |
4,778 |
5,936 |
– 시청자복지활성화 인프라조성 |
– 지역미디어센터연계사업지원 – 시청자미디어센터운영 – 디지털방송심의시스템구축 – 시청자미디어센터시설장비구축 |
6,675 |
6,558 |
사실, 2천 4백억원에 육박하는 방송발전기금 전체 운용 규모 중에서 이 정도의 예산 편성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하지만 방송통신위원회는 이 예산마저 집행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뒤로 가는 참여적 미디어 활동 지원
방송 통신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고 이를 관장하는 국가기구도 크게 바뀌었다. 하지만, 일반 시민들이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제작하고 공유하고자 하는 미디어 참여의 흐름이 바뀐 것은 아니다. 오히려 현재의 기술적 변화는 평범한 시민들이 자유롭게 소통하고, 진정한 의미의 사회적 공론장들이 미디어의 경계를 넘어서 실험되고 현실화될 수 있는 조건들을 제공하고 있다. 최근의 미국산 쇠고기와 관련된 다양한 의견과 분석, 활동들이 이름 없는 수많은 시민들에 의해 각종 미디어를 통해 역동적으로 표현되고 소통되고 있는 상황만 보더라도 이는 명백하다. 이러한 시민들의 요구와 에너지를 받아안고 발전시켜 낼 수 있는 정책을 생산하고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해당 분야의 국가 기구가 해야 할 역할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방송통신위원회는, 적어도 참여적 미디어활동 지원과 관련된 분야에 있어서는, 명백히 퇴행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더욱 많은 예산과 확장된 사업 계획을 제출해도 모자란 상황에서 기존에 시행하던 사업에 대해서조차 향후 계획을 내오지 않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퍼블릭액세스 분야만 하더라도 현재 KBS 열린채널에 대한 지원에만 크치고 있으며 활발히 진행되던 지역SO를 통한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제작 지원, 퍼블릭액세스 전문 채널인 RTV에 대한 지원 등은 6월 말 현재 까지 계획조차 발표되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시청자 미디어센터 연계 지원 사업, 시청자 단체 활동 지원 사업, 그리고 조금 다른 분야이지만 시민들이 직접 소유하고 운영하는 공동체 라디오의 허가와 지원 사업 역시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혹은 전혀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아무도 책임지지 않은 채 내팽개쳐져있다.
참여적 미디어 활동에 대한 지원, 더 이상 지연되어서는 안된다.
참여적 미디어활동 각 영역의 활동가들의 연대체인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는 지난 5월 20일에 성명을 발표하여 참여적 미디어활동 지원 사업에 대해서 역할을 방기하고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6월 16일에는 68개 시민사회단체가 함께하고 있는 미디어수용자주권연대에서도 성명을 발표하여 지원사업의 조속한 시작을 촉구했다. 이어 2월 27일에는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퍼블릭액세스네트워크, 전국미디어교육네트워크, 장애인미디어운동네트워크, 미디어수용자주권연대 등이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환경개선팀과 면담을 진행하면서 사업 지연 문제에 대해 항의하기도 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러한 시민들의 목소리에 겸허히 귀를 귀울여야 한다. 그리고 하루라도 더 빨리 올해 지원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 시민들은 더 많이 미디어를 알고 미디어에 참여하고 미디어를 통해 자유롭게 소통하고 싶어 한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런 시민들의 열망에 찬물을 부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