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 재송신 문제 ‘2라운드’ 공 울렸다

방송가 재송신 문제 ‘2라운드’ 공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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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고등법원이 지상파 방송사와 케이블 업계 항소심 결심 공판을 내림에 따라 잠시 숨을 고르던 방송 재송신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작년 9월 법원은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가 CJ 헬로비전, 씨앤앰, HCN 서초방송, CMB 한강방송 등 5개 주요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에 대해 제기한 `저작권 등 침해정지 및 예방청구 소송`에 대해 케이블업체의 지상파 동시 재송신 행위를 금지한다며 지상파 쪽의 손을 들어 주었다.

이에 케이블 업계는 법원의 결정에 강력히 반발하며 방송 일부 재송신 및 광고 중단 등의 초강수로 지상파와 대립각을 세웠으나 이후 양측이 극적으로 타결함으로서 사태는 일시적으로 진정국면에 접어들었었다.

하지만 이는 시청자의 시청권을 보호하기 위한 미봉책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했다.

우선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지난 8일까지 지상파와 케이블이 모두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재송신 문제에 대비하려 했으나 아직 협의체 구성을 위한 기본적인 논의도 하지 못한 상황이다.

게다가 케이블 업계는 지상파 방송국이 주장하는 콘텐츠 저작권에 대한 대가 산정을 고려하기 전에 그동안 유료방송 플랫폼들이 지상파 방송사의 콘텐츠를 무료 송출함에 따라 발생한 광고 이익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즉 지상파 방송을 유료방송 플랫폼으로 송출하면서 자연스럽게 지상파 방송의 광고도 무료로 가입자들에게 노출 되었으니, 이 부분에 대한 이익을 감안하고 지상파 방송사들이 요구하는 콘텐츠 저작권을 논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리고 이런 부분들이 논의가 되지 않으면 지상파 광고 송출을 중단하여 검은 화면을 내보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사들은 케이블 업계의 격한 반응에 지상파 방송 재송신이 지상파의 광고에 직접적으로 기여했다는 통계가 없고 오히려 무단으로 지상파 콘텐츠를 사용하여 자신들의 사업적 이익에 이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지난 법원 1심 판결에 따라 케이블 업계는 방송 재송신에 대한 저작권 비용을 지상파 방송에 제공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것을 무시하고 ‘검은 화면’ 협박만 반복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7일 방통위는 재송신 분쟁으로 인해 48일 동안 수도권에 SBS HD 방송이 중단되었던 사안으로 전체회의를 열어 SBS와 케이블 업체인 스카이라이프 양측에게 동등한 서면경고를 내려 논란이 되고 있다.

비록 상대적으로 가벼운 행정처분인 서면경고이지만 콘텐츠의 정당한 저작권을 지상파 방송국에 제공하지 않은 스카이라이프와 함께 SBS도 도매급으로 처벌을 받은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 방송가 안팎의 중론이다. 심지어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SBS가 더 큰 잘못을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20일 법원의 항소심 판결에 따라 케이블 업계는 다시 한 번 진흙탕 싸움을 준비 중이다.

케이블 업계들은 우선 20일 항소심 판결 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공동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뒤 만약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집단행동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고 있다.

그리고 지상파 방송사의 콘텐츠 저작권을 절대 지불할 수 없다는 주장을 원론적으로 펼쳐나가며 논의를 이어간다는 복안이다.

양측모두에게 합당하고 명쾌한 답안을 내놓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는 방통위와 합당한 콘텐츠 저작권을 낼 수 없다고 버티는 케이블 업계, 그리고 보편적 시청권을 보호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모든 상황을 감내하고 있지만 이제 정당한 권리를 찾겠다는 지상파 방송사간의 힘겨루기가 20일 항소심 공판을 계기로 본격화될 예정이다.

재송신 분쟁 2라운드의 공이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