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클라우드 접목한 새 비즈니스 모델 창출해야”

“방송, 클라우드 접목한 새 비즈니스 모델 창출해야”

713

   
 

IT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가운데 방송 분야에서도 이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이에 방송 산업계에서의 클라우드 트렌드, 기술 적용 방안 및 적용사례 등을 공유하는 자리가 마련돼 관심을 모은다.

9월 29일 서울 상암동 DMC산협력센터 2층 대회의실에서는 미래창조과학부 주최로 ‘제5회 클라우드 데이-방송·콘텐츠 분야의 클라우드 적용 방안’ 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세미나에는 특히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방송 관계자들이 다수 참석해 높은 관심도를 보였다.

먼저 ‘국내외 클라우드 기반 방송 서비스 동향과 방송사 역할’이라는 주제로 발제에 나선 정병희 KBS 팀장은 “방송사가 클라우드를 효과적으로 도입하려면 방송사의 서비스 모델 자체가 클라우드에 맞는 형태로 개발돼야 한다”며 “시청자에게 이용 시간이나 환경에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실질적으로 콘텐츠를 소유할 수 있는 방송으로서 재미와 편의를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 모델의 발굴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방송사가 시청자에게 제공하는 라이브·VOD·MVOD 등 대표적 서비스에 빅데이터와 클라우드를 연계하면 실시간 시청률 수집은 물론 콘텐츠에 대한 실시간 피드백 등 소셜 기능까지도 가능해진다. 이를 통해 시청률이 몰리는 시간대, 연령대, 디바이스 등이 파악되면 방송사로서는 해당 영역에 콘텐츠를 집중 편성함으로써 방송효과를 높일 수 있게 된다.

그는 “방송사는 미디어 서비스를 위한 네트워크 자원을 자체적으로 확보하는 형태가 아닌 데다 고객의 충성도도 낮다고 판단해 이 부분에 대한 투자 예산이 적은 게 현실이지만 변화하는 환경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기존 방송 장비나 제작 인력 이외에 신규 미디어 서비스 운영을 위한 인력이나 투자 문제, 고객의 충성도를 끌어올리고 유지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방송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 실제 클라우드를 접목했던 다큐멘터리 <태아>의 사례가 소개돼 주목됐다. <태아>는 방송 최초 2부작 입체영상 CD 다큐멘터리로, 50분 분량의 영상 전반에 풀3D와 합성이 사용됐다. 애초 막대한 양의 컴퓨팅 파워가 필요했던 데다 제작 후반으로 갈수록 데이터량이 많아져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다양한 클라우드 컴퓨팅 시스템 중에서도 클라우딩 컴퓨터 렌더팜을 활용해 3개월 남짓 기간 동안 무사히 작업을 마칠 수 있었다.

직접 제작에 참여했던 이세영 KBS 미디어텍 팀장은 “1년 이상의 큰 프로젝트은 렌더팜의 필요성이 절실하지만 외국에 비해 제작비가 낮은 우리나라의 경우 방송사의 빠듯한 예산 안에서 작업이 이뤄지기 때문에 여의치 않은 게 현실”이라며 “가능하다면 우수한 프로그램을 선별해 업체가 시스템을 무상으로 제공해 주는 등 정책적 지원이 이뤄진다면 영세업체에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의견을 내놨다.

이날 ‘클라우드인프라 및 네트워크 기술 방송적용 전략’을 주제로 발제에 나섰던 김성국 연세대학교 교수 역시 방송 분야의 클라우드 활성화를 위한 정책 부재 문제를 꼬집었다. 현재 클라우드 관련해서는 공공기관이 민간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클라우드컴퓨팅 발전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이 국정원 개입 조항과 보안 문제로 국회에 계류 중인 가운데 이렇다 할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김 교수는 “아마존TV, 구글TV, 애플TV 등이 본격적인 국내 진출을 예고하고 있지만 이런 제품들은 TV 기능을 지원하지도 않고, 공중파를 대신할 수도 없다”면서 “방송사의 주요권한인 편성권과 송출권을 이들에게 넘기지 않기 위해서는 우선 미래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네트워크 사업자, 큰텐츠 사업자, IPTV 등에 대한 관리 주체를 일원화해 국경을 넘나드는 방송산업의 트렌드에 효과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 참가자들은 제작부터 유통·판매에 이르기까지 방송 콘텐츠의 라이프사이클 전체가 클라우드와 접목될 수 있다는 사실에 공감했다. 한 전문가는 “방송·콘텐츠와 클라우드를 잘 접목한다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다만 그 과정을 정책으로 어떻게 풀어낼지, 또 산업 관계자들이 어떻게 협동해 풀어낼지가 과제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참고] 클라우드 : 영어로 ‘구름’을 뜻한다. 컴퓨팅 서비스 사업자 서버를 구름 모양으로 표시하는 관행에 따라 ‘서비스 사업자의 서버’로 통한다.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를 인터넷과 연결된 중앙 컴퓨터에 저장해 인터넷에 접속하기만 하면 언제 어디서든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최근 방송의 디지털화에 따라 방송 콘텐츠의 제작·유통 등에 활용되는 장비들이 이 클라우드를 적용한 형태로 진화 중에 있다.

[참고] 렌더팜 : 3D 소프트웨어에서 움직임, 질감, 라이팅 작업이 끝나며 컴퓨터 계산에 의해 이미지를 생성하는 렌더링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때 시간을 줄이기 위해 독립된 컴퓨터 수십 대 내지 수백 대를 일정 공간 안에 네트워크로 묶어 동시에 작업을 명령하고 한 곳으로 데이터를 모으는 작업을 할 수 있도록 구성한 ‘컴퓨터 묶음’을 말한다. 안정된 운영을 위해 하드웨어 및 네트워크 관리자가 꼭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