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정수장학회에 관련해 입을 열었다.
21일 오후 3시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는 기자회견을 열고 ‘장물’ 논란이 끊이지 않는 정수장학회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박 후보는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정수장학회 문제 제기는 정치 공세다"고 일축하며 "현재의 정수장학회는 부일장학회를 승계한 것이 아니며 지금의 나와는 관련이 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박 후보는 부일장학회 김지태 씨와 그 이후까지 내려오고 있는 정수장학회 설립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전제로 "부일장학회의 김지태 씨는 부정부패를 일삼아 5.16 직후 7년을 구형받았다"고 설명한 후 "그 과정에서 처벌을 받지 않기 위해 당시 김지태 씨는 부산일보와 문화방송(MBC) 지분을 헌납했던 것이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박 후보는 지금의 상황에 대해 "정수장학회 관련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지금의 이사진들이 명칭을 바꾼다거나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우선 입장표명 초기에 박 후보가 "정수장학회는 공익재단이며, 나와는 관련이 없다"라고 명시한 부분과 후반에 "이사회가 현재의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길 바란다"고 주장한 부분은 사실상 앞뒤가 안맞는다는 지적이다. 이는 ‘장학회가 자신과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면서도 ‘그래도 행동을 취하라’는 압력을 넣은 것이기 때문에 지금 박 후보가 ‘관련이 없다’고 설명하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최근 [한겨레]가 입수한 정수장학회의 ‘부산지역 선심성 복지로 인한 박 후보 측면 지원’논란과 더불어 두고두고 문제의 소지가 될 전망이다. 비록 박 후보가 ‘자신과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추후 이사회의 정책 방향을 은근히 압박하고 있다는 점이 몇몇 언론에서 포착되고 있는 정수장학회의 실질적 박 후보 지원과 맞물려 파열음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박 후보는 "정수장학회의 명칭이 ‘오해’의 소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런 언급을 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박 후보가 ‘정수장학회가 부일장학회를 승계한 것이 아니다’라고 명시한 부분도 논란의 소지가 다분하다. 현재 부일장학회 김지태 씨의 유족들이 주장하는 내용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정수장학회 설립을 ‘강압적인 수단을 이용한 결과’라고 봐야 하느냐 ‘자신의 비리를 숨기기 위한 지역 사업가의 헌납’으로 봐야하는가에 대한 정의문제가 숨어있다. 우선 박 후보는 "정수장학회는 부일장학회를 승계한 것도 아니며, 부일장학회 자체가 비리 기업인의 헌납으로 국가에 귀속된 것"이라는 관점을 보여주었다. 유족들 주장과는 완전한 평행선을 유지한 셈이다. 그러나 ‘정수장학회가 부일장학회를 승계하지 않았다고 강조하면서, 부일장학회의 국가 귀속이 강압이 아니었다’라고 말하는 박 후보의 논리에는 역설적으로 부일장학회-정수장학회의 연관관계를 스스로 인정한 셈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 박 후보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김지태 씨를 부정부패 기업인으로 묘사하며 상대적으로 긴 시간동안 그를 부정적인 시선으로 분석했다. 굳이 정수장학회와 상관이 없는 부일장학회 김지태 씨의 논란거리를 기자회견장에서 설명할 필요가 있었을까. 물론 박 후보가 ‘정치공세’라 부르는 야당의 문제제기에 대한 일종의 해명이라는 설도 있다. 앞으로 논란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번 박 후보의 발언에서 가장 커다란 논란을 가져올 부분은 ‘법적 판단 해석’으로 보인다. 박 후보는 기자회견장에서 ‘부일장학회의 국가 헌납 강요가 어느 정도의 강도로 행해졌나’라는 부분에서 유족들과의 의견과는 천지차이적 인식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한 때 역사인식 논란이 되었던 ‘박근혜 후보 인혁당 관련 발언 사건’의 연장선상에서 치열한 정치적 공방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한편 박 후보는 ‘최필립 이사장을 비롯한 이사진의 사퇴를 주장할 것’이라는 모두의 주장을 깨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그러나 ‘알아서 결정할 것’이라는 여운을 남기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이는 비공식적인 루트로 정수장학회 이사진에 대한 사퇴 압력이 가해지고 있다는 점을 추측할 수 있게 만든다. 물론 기자회견에서 박 후보의 대전제는 ‘정수장학회는 공익재단이며 부일장학회와 정수장학회는 관련이 없다. 그리고 나와 정수장학회도 관련이 없다’로 정리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 [한겨레]의 ‘정수장학회 박 후보 지원’ 녹취록 보도의 여파로 인해 사실상 코너에 몰린 박 후보가 정수장학회와 다시 한번 분명한 선을 긋는 한편,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이사진 사퇴 압력을 가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어쩔수 없이 나타나는 현실적 괴리감은 앞으로도 커다란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정수장학회와 많은 관련이 있는 MBC의 파업 가능성이 점점 고조되고 있는 판국에, 박 후보의 정수장학회 이슈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