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파업이 150일을 넘기면서 그 실마리는 대선을 앞둔 정치권으로 넘어가는 모양새다.
이에 유력한 대권주자인 박근혜 의원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MBC 파업에 대해 “징계사태까지 간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노사 간에 빨리 타협하고 대화해서 정상화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동안 묵무부답으로 일관하던 박근혜 의원이 처음으로 MBC 파업에 대해 언급한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해 ‘친박’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의 해석은 엇갈리고 있다.
우선 이상돈 전 비대위원(현 중앙대 교수)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박 의원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해결 의지를 보인 것”이라며 “새누리당이 추천한 이사 3명은 아마도 독자적인 길을 가지 않을까 추측한다. 현 사태를 방치하면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의 대선 가도에도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사진이 뭔가 변화를 주지 않겠나"라며 김재철 사장에 직격탄을 날렸다. 즉 현재 MBC 파업으로 인한 민심의 이반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에 대선을 준비하는 박 의원에게도 불안요소가 될 것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이를 위한 사태해결에 박 의원이 나설 것이라는 것이 이상돈 전 위원의 생각으로 보인다.
하지만 곧이어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반격이 이어졌다. 이 대표도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제가 원내대표로 있는 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며 김재철 사장을 퇴진시키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기존의 입장을 다시 재확인한 셈이다. 이어 그는 “그런 식의 논리라면 아예 정치권이 MBC 사장 인사에 개입한다 라는 뜻이잖나. 그게 말이 되는 얘기냐? MBC 사장 임명하는데 정부가 개입해도 낙하산이니 뭐니 난리법석을 떨었잖나. 그런데 사장을 물러나게 하는데 정당이 끼어들어라, 그게 무슨 얘기 그런 얘기가 있냐"고 거듭 이상돈 전 위원을 비난했다.
이처럼 박근혜 의원의 언급을 두고 친박으로 분류되는 인사들 내에서도 설왕설래가 오가는 가운데, 전혀 다른 주장도 고개를 들고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이는 박 의원의 언급 자체가 ‘방송사 파업 해결 및 사장 퇴진’에 초점을 맞춘것이 아니라 ‘징계에 대한 안타까움’에 방점이 찍혀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분석이다. 즉 박 의원은 정치에 입문한 내내 ‘메시지 관리’를 통한 패러다임 구축에 강한 면모를 보였던 만큼, 박 의원은 김재철 사장 퇴진이 아닌 ‘징계’를 염두에 두고 ‘여론에 밀려 어쩔 수 없이’ 언급을 했다는 것이다.
사실 박 의원은 노무현 정권 당시에는 ‘경제’를, 이명박 정권 당시에는 ‘신뢰’를 거대한 패러다임으로 삼아 끊임없이 반복하는 방법으로 소위 ‘메시지 정치’를 했다는 평을 받고있다. 참여정부 당시 박 의원이 정부를 공격할 때도 시작은 여러 가지였으나 항상 끝은 ‘경제’였다는 점을 복기해보면 간단하게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정치 스킬은 지금까지 이어져 비록 ‘수첩공주’와 같은 불명예를 쓰게 되었지만 상당히 효과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이번 박 의원의 발언과 이상돈 전 위원, 이한구 원내대표의 설전은 어쩌면 방송사 파업 본질을 훼손하고 징계에 대한 ‘안타까움’, 즉 감정적인 부분에만 머무른 원론적인 언급이라는 불안감도 확산되고 있다. 물론 방문진 이사가 교체되고 이상돈 전 위원의 말처럼 이사회 구성이 이루어 진다면 더할 나위 없는 긍정적인 변화가 이루어 지겠지만 아직 그 가능성을 낙관하기에는 여러 가지 불분명한 점이 많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태에 진보언론은 희망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 [경향일보]는 관련기사를 통해 ‘박근혜가 해결한다’는 것에 의미를 두었고 기타 [프레시안] 등의 인터넷 매체도 방문진 이사 등의 교체로 인한 올바른 사태 해결의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는 MBC 노조 내부도 다르지 않아 보인다. 최근 본지와 인터뷰한 이용마 MBC 노조 홍보국장은 ‘박근혜 의원의 방송사 파업 징계 언급을 어떻게 바라보느냐’는 질문에 “상당히 진척된 사안임과 동시에 희망적”이라며 “서명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등 어쩌면 좋은 결과가 예상보다 빠르고 갑작스럽게 찾아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한 바 있다.
물론 박근혜 의원의 말 한마디에 모든 것이 바뀌지는 않는다. 그러나 MBC 역사를 통틀어 박 의원의 존재감은 언제나 강력해왔고 현재는 유력한 대선주자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박 의원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현 MBC 파업을 해결하느냐는 중요한 문제인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역으로, 지금의 사태에 대해 박 의원이 몇 마디 언급했다고 득달같이 달려들어 희망을 거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것은 도리어 ‘메시지’로 대표되는 박 의원 고도의 정치적 ‘스킬’에 휘둘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으며 아이러니하게도 박 의원의 생각에 방송사 파업 문제가 일희일비하게 되는 절대권력을 안겨줄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