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공동으로 구성한 통합 방송법 연구반이 3월 12일 첫 회의를 열었다. 늦어도 상반기에 안을 도출하고 하반기에 관련 공청회 및 토론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한 다음 2015년 초 실질적인 법안제출을 목표로 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통합 방송법 제정에 있어 이견의 여지가 없다는 전제를 맹목적으로 따를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우선 현행 방송법과 IPTV법이 합쳐지면 현 정권이 내세우는 ‘손톱 밑 가시’를 제거하는 긍정적인 규제완화 효과가 예상된다. 방송 사업자 중 IPTV 사업자만 다른 법률의 적용을 받는 것은 형평성 부분에서도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조건적인 통합 방송법 제정은 기계적인 수평규제를 내세운 ‘묻지마 완화’가 될 수 있다. 케이블 MSO 권역별 규제 완화가 이뤄지고 MPP 매출 제한 규제 완화도 초읽기에 돌입한 상황에서 전국 사업자인 IPTV도 규제 완화의 명분을 가지기 때문에 자칫 사업자간 이전투구만 벌어질 확률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년 한미 FTA를 기점으로 케이블 MSP 현상이 가속화 되면 권역별 규제에서 비교우위를 점하던 전국 사업자 IPTV는 자신들이 가지지 못한 케이블의 규제 완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정리하자면, IPTV가 권역별 규제 완화를 포함해 대부분의 장벽이 사라지고 있는 케이블 MSO와 함께 통합 방송법에 묶인다면, 자신들의 규제 완화를 요구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물론 그 대상은 케이블 MSO가 가지고 있는 직접사용채널을 IPTV에도 허용해 달라는 것이 가장 유력하다. 실제로 정부 관계자는 통합 방송법을 논의하며 IPTV의 직사채널 허용도 검토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비록 권역별 규제로 그 의미가 퇴색되긴 했지만) 지역을 권역으로 삼는 케이블 MSO의 직사채널이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상황에서 IPTV도 위성방송과 더불어 전국 유일 유료방송 사업자라는 위치가 흔들리는 대신 또 다른 규제 완화, 즉 특혜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종합편성채널 자본잠식 모델, 즉 신문사의 방송사 지분 상향선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IPTV법에는 지분제한이 49%이지만 방송법은 30%다. 이에 대해 정부는 통합 방송법의 지분제한을 30%로 통일하는 방안을 고려중이지만, 아직 확고한 결론은 내리지 못한 상황이다.
하지만 통으로 실시하는 묻지마 유료방송 규제완화에 대한 우려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무료 보편적 미디어 플랫폼인 지상파의 위상 변화다. 정부는 통합 방송법에서 지상파 방송사업, 유료방송 사업(케이블 SO, 위성방송, IPTV), 방송채널 사용사업(PP), 방송 콘텐츠 제공사업(CP)으로 구분하고 방송 사업자의 실시간 방송은 PP로, 다양한 유형의 비실시간 방송은 CP로 분류하도록 했다.
이미 지난해 12월 별도법으로 규제하던 IPTV를 방송 법령상 유료방송 사업에 포함시키고 유료방송 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일원화시켜 완화한다는 방침이 나온 상황에서, 사업자 분류에 지상파 방송사가 어디에 위치하느냐를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는 지상파 방송사의 지위를 원점에서 검토한다는 방침이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지상파의 급격한 위상변화도 가능하다.
비공개 격주로 열리는 ‘밀실’ 통합 방송법 연구반에서 규제 완화에 따른 거대 유료방송 사업자의 등장과, 무료 보편적 미디어 플랫폼의 형해화라는 거악이 꿈틀거리는 셈이다.
가뜩이나 케이블 MSO에 대한 8VSB 허용과 유료방송 중심의 UHD 전략이 탄력을 받아 보편적 미디어 플랫폼의 해체가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제정에는 대승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통합 방송법이 전반적인 방송 업계를 강타할 ‘갑작스런’ 재앙으로 여겨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