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혁명인가? SNS 혁명인가?

민주화 혁명인가? SNS 혁명인가?

980

튀니지의 벤 알리 대통령이 반정부 시위로 쫓겨난 데 이어 이집트에서는 30년 넘게 철권통치를 해온 무바라크 대통령이 퇴진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도미노처럼 퍼지고 있는 시민혁명의 물결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이하 SNS) 혁명’이라 새롭게 명명하고 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SNS의 힘이 독재를 무너뜨리고 혁명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공권력 등에 억눌려 있던 독재에 대한 불만과 민주주의를 향한 갈망이 SNS를 통해 연결되고, 조직화되면서 거대한 힘을 발휘했다고 주장한다. 경찰이 비무장 시위대에 총을 쏘는 장면, 경찰이 시민들을 고문하는 장면 등이 SNS를 타고 퍼져 나가면서 여론을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SNS에만 집중한 나머지 이보다 더 중요한, ‘행동하는 광장’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튀니지와 이집트의 민주화 바람은 과거 우리나라 6월 민주항쟁과 동유럽의 민주화를 떠올리게 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앞에 열거된 나라, 즉 한국과 동유럽 그리고 튀니지와 이집트 등으로 이어지는 현상 이면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적정수준의 경제발전이 그것이다. 상당수 정치학자들은 ‘민주주의 성공을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경제성장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6월 항쟁이 있었던 1987년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3,321달러였고, 1989년 동유럽 다수 국가의 국민소득도 2500달러 이상이었다. 그리고 오늘날 튀니지의 1인당 국민소득 역시 3500달러 정도이고, 이집트도 2500달러 수준이라고 한다. 물론 예외가 있겠지만 경제발전이 어느 정도 진행됐을 때 민주화 열풍이 일어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경제발전 과정에서 물가 폭등, 실업률 상승, 양극화 심화 등의 현상이 나타나게 되면 사회 곳곳에 불만이 쌓이게 된다. 이런 불만은 독재에 대한 염증으로 집중되고, 결국은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으로 폭발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 우리나라와 동유럽에는 인터넷, 스마트폰 그리고 트위터도 없었다.

결국 이 같은 민주화 혁명의 중심은 SNS가 아니라 ‘행동하는 광장’이라는 것이다. 가상이 아닌 현실 속의 광장에 모인 행동하는 시민들이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고 있다는 말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트위터, 페이스북 등과 같은 SNS는 언제 어디서나 소통할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관계에서는 ‘같이 있어도 따로 있을 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현실세계의 광장으로 나온다. 따로 있던 이들이 같이 행동할 수 있는 곳이 바로 광장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은 권력에 의해 상대적으로 쉽게 차단될 수 있다. 또한 상대편 조직에게 쉽게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위험요소도 있다. 권력이 인터넷을 차단하고 조작한다면 오히려 시민들은 헷갈리게 된다. 왜냐하면 수천명의 사람들을 동원해 친정부 댓글을 달며 여론몰이를 한다면 무엇이 옳고 그른지 쉽게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일부 국가에서는 오히려 SNS를 정권유지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SNS의 장점에만 홀려 SNS도 한계가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물론 현재 민주화 혁명이 SNS로 인해 더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민주화 혁명의 근원은 SNS가 아니라 민주화를 갈망하고 행동하는 시민의 힘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