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백선하)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가 700MHz 대역 주파수 일부를 통신사에 할당하겠다는 전제로 내년도 예산안을 짠 것으로 드러나 비판을 받고 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10월 30일 미래부와 방송통신위원회, 원자력안전위원회의 2015년도 예산안 심사를 위한 전체회의를 개최했다. 문제는 이날 미래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 수입 부분에 700MHz 대역 주파수 중 40MHz 폭을 통신에 할당해 얻는 2,080억 원을 포함시킨 것이다. 여야 의원들은 700MHz 주파수 정책을 국회와 다시 논의하겠다던 미래부가 주파수 경매 대금을 내년도 예산안에 포함시킨 것에 대해 집중 질타하고 나섰다.
먼저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의원은 “미래부 2015년 예산안이 700MHz 대역 주파수를 통신사에 경매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지만 바로 뒤 “잘 몰라서 급하게 아닐 것이라고 대답했는데 (다시 보니) 통신용으로 40MHz 폭을 경매해 2,080억 원을 수입으로 잡아 예산안에 반영했다”고 말을 바꿨다.
최 장관의 말 바꾸기에 여야 의원들은 한 목소리로 미래부의 일방적인 태도를 추궁하기 시작했다.
전 의원은 “국정감사에서도 이야기했지만 700MHz 대역 주파수는 (현재 주파수 분배표에서) 방송용으로 돼 있다. 그렇다면 700MHz 대역 주파수 일부를 국가재난안전통신망(이하 재난망)에 분배하더라도 미래부는 보조적 업무를 하는 것이 맞다”며 “(지금 미래부는) 방송용 주파수를 관리하도록 돼 있는 해당 기관과 최소한의 합의나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남의 집 물건을 팔아 쓰겠다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누리당 조해진 의원 역시 “국회에서 뭐라고 하던지 여론에서 어떤 우려를 제기하던지 상관없이 우리는 우리 계획대로 밀고 나간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며 앞뒤 다른 미래부의 태도에 의혹을 제기했다.
앞서 열린 미래부 국감 자리에서 ‘모바일 광개토 플랜’을 염두에 둔 미래부의 주파수 정책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비판이 이어지자 최 장관은 “모바일 광개토 플랜은 수정 가능하며 (지상파 UHD 방송이 가능하도록) 면밀히 검토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고 답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발언을 내놓은 지 불과 며칠 지나지 않아 모바일 광개토 플랜을 반영한 내년도 예산안을 내놓은 것이다.
여야 의원들의 이 같은 지적이 이어지자 최 장관은 “통신용으로 경매가 안 되더라도 여유 자금이 많기 때문에 지출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뒤늦은 수습에 나섰지만 미래부의 이중적인 태도를 둘러싼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이날 전체회의에선 미래부의 700MHz 대역 주파수 정책으로 지상파 UHD 전국 방송이 가능한가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
새정치민주연합 정호준 의원은 “(700MHz 대역 주파수에서) 기술적으로 재난망, 통신용, 방송용 활용이 가능한가. (미래부의 주파수 정책으로) 지상파 UHD 방송이 전국으로 가능하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최 장관은 “700MHz 대역 주파수를 어떻게 운영하는가의 문제라고 본다. 기술적으로 재난망, 통신용, 방송용 조합이 가능하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전국을 지금 형태로 나눠 방송하기엔 (방송용 주파수가) 모자르다”고 답했다.
최 장관의 이 같은 답변에 새정치민주연합 우상호 의원은 “지금까지 살면서 이렇게 농락당한 기분은 처음”이라면서 “일단 서울‧경기 지역부터 지상파 UHD 방송을 하고 지방은 나중에 여유가 되면 그때 가서 하라는 것이냐”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새누리당 심학봉 의원 역시 이 부분을 지적하며 “지금도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가 큰 데 방송 격차까지 더하라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결국 이날 여야 의원들은 최 장관의 말을 더 이상 및을 수 없다며 국회 차원의 공청회를 마칠 때까지 국무조정실 산하 주파수심의위원회 활동을 중지할 것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