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
지난 6월 28일,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미국 대통령은 스마트폰, 노트북 등의 모바일 기기가 대중화되며 꾸준히 늘고 있는 미국 내 무선인터넷 사용규모에 대응한다는 목표로, 기존에 547MHz 가량의 대역폭을 사용하던 무선인터넷 진영에 500MHz 가량의 주파수대역폭을 추가로 할당하는 ‘무선 광대역 안(Wireless Broadband Initiative)’에 서명했다.
이 안에 따르면, 앞으로 10년간 미연방 통신위원회(Frequency Communication Commission, 이하 FCC)는 민간기업과 국가기관이 사용하던 주파수 중에서 총 500MHz 가량의 유휴 주파수를 모아, 이를 무선 브로드밴드 사업의 몫으로 경매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대해 줄리어스 제나코스키(Julius Genachowski) FCC 위원장은 “갈수록 좁아지는 주파수 부족문제를 극복하고, 세계 모바일 광대역 사업을 선도하며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게 되는 중요한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지난 3월에 발표된 ‘국가 브로드밴드 계획(National Broadband Plan)’에 따르면, FCC는 3년 내에 TV방송에 사용하는 주파수로부터 120MHz 가량을 용도 변경할 계획이며, 연방정부가 소방·치안 등 공적인 용도로 사용하던 주파수 중 220MHz 가량도 통신정보관리청(NTIA)의 협조를 얻어 용도를 변경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미국의 TV방송사들은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FCC를 주축으로 추진되고 있는 방송용 주파수 추가회수 방침은, DTV 전환과정에서 이미 상당부분의 주파수를 포기한 방송사들로서는 지나치게 통신사에 편향된 정책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방송사 이익단체인 MSTV(Association for Maximum Service Television)의 데이비드 도노반(David Donovan)은 “무선 데이터 수요증가는 방송주파수 대역보다 지난 10여 년간 사용되지 않은 모바일 위성서비스 몫의 2GHz 대역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FCC의 방송용 주파수 회수방침에 반대했다. 또한, 미국 방송사업자 협회(National Association of Broadcasters, NAB)의 고든 스미스(Gordon Smith) 회장은 “국가 브로드밴드 계획은 방송사 몫의 주파수 1/3 이상을 빼앗아 이동통신 사업자에게 넘기려는 계획”이라고 일갈했고 일선 방송사들도 NAB의 뜻에 동조하고 있다.
이처럼 방송사 진영의 반대의사가 확고해지자 백악관과 FCC는 “방송 주파수 반납은 강제사항이 아니며 개별 방송사의 ‘자발적인’ 참여를 필요로 한다”며 방송사들의 격앙된 반응을 달래려는 분위기다. 하지만 FCC의 주파수 추가회수 계획안에 따르면, 방송사들이 주파수를 반납하지 않고 계속 사용할 경우 과징금의 형태로써 ‘주파수 이용료(Spectrum Fee)’를 부과하는 방안까지 포함하고 있어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