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로 최문기 KAIST 교수가 내정되었다. 최 후보자는 경북고 출신으로 서울대 응용수학과를 졸업한 후 카이스트(KAIST)에서 산업공학석사학위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1993년부터 4년간 전북대 전자공학과 겸임교수를 지냈다. 그리고 1995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와 인연을 맺었으며, 2006년부터 3년간 ETRI 원장을 역임했다. KAIST 교수로 임용된 것은 2009년 3월부터다. 특히 한국통신학회 부회장을 지내고 한국산업기술진흥원 비상임 이사직을 수행한 경력도 눈에 들어온다.
최문기 후보자는 전형적인 학구파 관리 스타일로 분류되는 인사다. 동시에 ICT 분야 및 통신기술 전문가로서 ETRI 시절 세계 최초 와이브로 에볼루션 개발을 주도하는 한편 IT비전 2020 수립, 감성로봇 개발 등 IT 융합기술연구에도 크게 기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시에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최문기 후보자의 발탁을 두고 ‘허를 찔렸다’는 평을 내놓고 있다. 그 만큼 의외의 인물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최 후보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주자일때 박 대통령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에 발기인으로 참여한 적이 있다”며 “쓴 사람을 또 쓴다는 박 대통령 특유의 용인술이 이번 최 후보자 발탁의 배경이 아니겠느냐”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최문기 후보자 발탁을 두고 일각에서는 “전문성을 중시했다고 하지만 현장경험이 없는 것이 단점”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는 정통 통신 전문가의 길을 걸었던 인물이 관료들로 구성된 공룡 독임제 부처를 효과적으로 콘트롤할 수 있겠느냐는 근본적인 불신이 자리하고 있다. 실제로 익명을 전제로 한 정부의 교육과학기술 쪽 인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일신상의 결격사유가 별로 없어서 청문회 준비는 수월하지만, 최 후보자 자체가 많이 알려진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청문회 준비에) 애로사항이 많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기에 일각에서는 대한민국의 과학 정책을 담당해야 하는 미과부의 초대 장관 후보자가 김종훈 벨 연구소 사장에 이어 또 ICT 전문가로 채워지는 것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 최 후보자가 관료 출신 장관이 아니기 때문에 일부 관료들 사이에서는 미과부의 1, 2차관이라도 관료 출신이 발탁되기를 바란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한편 이번 최문기 후보자 내정이 현재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는 정부 조직 개편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당장 민주통합당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아직 정부 조직 개편 협상이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최 후보자 내정을 발표한 것 자체가 야당을 무시하는 발상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에 민주통합당 박용진 대변인은 국회에서 진행한 브리핑을 통해 “만들어지지 않은 정부조직의 장관 후보자를 다시 발표하는 데서 청와대의 묘한 고집스러움을 느낀다”고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또 최 후보자의 전격 발탁은 정부 조직 협상의 걸림돌인 방송 정책의 미과부 이전 문제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민주통합당은 방송 정책의 방송통신위원회 존치를 주장하고 있다. 미과부가 방송의 공공성을 산업발전의 논리로 소진해 버릴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통신 및 ICT 전문가로 분류되는 최문기 후보자가 미과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이상 이러한 민주통합당의 ‘우려’는 ‘현실’이 될 확률이 높아졌다. 특히 주파수 정책 수립 등에 있어 친통신 행보를 이어오던 구 정보통신부 관료들의 ‘방송정책 미과부 이전 논리’가 아직도 여권을 중심으로 하는 정치권 전반에 탄탄한 기반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 최 후보자의 미과부 장관 내정은 자칫 표류하는 정부 조직 개정안의 ‘시한폭탄’이 될 확률도 높다.
뛰어난 ICT 및 통신 전문가이자 안정적인 관리형 학구파라는 평가와 더불어, 현장 경험이 없으며 과학계에서도 편중된 인사라는 극단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최 후보자가 신설되는 미과부는 물론 향후 정부 조직 개정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