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안철수의 미디어 정책 복안은?

문재인, 안철수의 미디어 정책 복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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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앞두고 단일화를 염두에 둔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미디어 공약이 공개됐다. 미디어 자체에 대한 정치공학적 접근에는 비교적 비슷한 노선을 추구하고 있으나, 디테일한 수단에 있어서는 약간의 온도 차이를 보인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미디어 플랫폼에 대한 정책 로드맵은 양 후보 모두 진지한 고민이 없어 보인다는 의견도 지배적이다.

   
 

11월 8일 오후 2시 30분 서울 프레스 센터 18층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2012 대선 미디어․문화예술․정보통신 정책토론회]에서 문재인․안철수 두 대선후보의 미디어 공약이 발표됐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캠프에서는 고삼석 중앙대학교 교수(담쟁이 포럼)가 참석했으며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 캠프에서는 윤천원 방송통신포럼 간사위원이 참석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고 교수와 윤 간사위원은 “정권의 방송 장악을 지양하고 표현의 자유를 신장시킨다”는 큰 줄기에 동의를 하며 동시에 “확장된 시민 미디어의 개념을 더욱 포괄적으로 정의하겠다”는 틀에서 미디어 정책 공약을 실현하겠다는 것에 뜻을 함께했다. 그러나 차이는 존재했다.

양 후보의 미디어 정책 중 디지털 전환 정국에 있어서의 시청권 보장 공약은 대체로 무난한 편이다. 양 후보 모두 시청자를 중심으로 하는 미디어 정책을 추진할 뜻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현실화 시키기 위한 인프라 구축에는 많은 고민의 흔적이 보인다. 이에 문재인 대선후보 측은 디지털 격차 및 리터러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종합적인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안철수 후보 측도 디지털 방송의 보편적 서비스를 확대하고 지원하겠다는 뜻을 천명했다. 물론 여기에는 디지털 격차를 줄이고 건강한 미디어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최종 목표가 설정되어 있다. 하지만 양 후보 모두 이에 대한 엇박자도 심각한 편이었다. 특히 플랫폼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디지털 전환 정국에 있어 시청자의 보편적 시청권을 확보하겠다는 주장은 문-안 캠프 모두 동의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실질적인 지원을 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하고있다. 여기에는 ‘지금까지의 미디어 산업이 지나치게 사업자와 정책 당국의 입장만 지나치게 반영된 것이다’라는 문제제기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제기에서 도출한 공약이 확실한 정책적 로드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두 후보 모두 시청권을 보장하겠다는 공약을 내걸며 동시에 ‘지상파의 직접수신률을 끌어올리는 한편, 유료 방송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양 후보 모두 시민 미디어 확대를 주장하는 연장선상에서 현재의 디지털 전환 정국, 즉 플랫폼적인 현안에 대해 최대한의 시청권 보장 측면을 강조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지상파 플랫폼과 유료 방송 플랫폼을 함께 발전시킨다는 공약을 내걸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역으로 양 후보 모두 방송 플랫폼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는 반증이라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광범위한 시청권을 보장하려면 당연히 플랫폼의 발전이 이루어져야 하고, 그 다음 단계에는 어떤 형식으로 플랫폼 발전이 이루어져야 하는 가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 로드맵이 나와야 하는데 양 후보는 이에 대해 지극히 원론적이고 ‘간단한 생각’만 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새누리당 김장실 의원의 유료 방송 디지털 전환 지원과 관련된 법안과 방송통신위원회의 클리어쾀 TV 업계 자율화 승인 등으로 상대적으로 무료 보편의 지상파 방송 플랫폼이 크게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또 디지털 전환 정국의 무리한 가상종료 및 자막고지와 지상파 방송에 대한 정부 예산의 축소, 아날로그 순차종료의 부작용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양 후보는 단순히 ‘시청권 보장’만 앞세워 무료 보편의 미디어 서비스를 플랫폼적 속성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터져나오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지상파 방송사에게 별다른 지원 없이 직접수신률 제고를 위한 방송법 개정을 고려하는 한편, 유료 방송에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 모두 넓게 보면 ‘시청권 보장’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를 과연 정상적인 시청권 보장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가”라며 “양 후보 모두 방송 플랫폼의 속성을 먼저 이해하고, 시청권을 신장시키기 위한 최선의 방안을 가능한 세밀하게 제시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그 외 플랫폼에 대한 양 후보의 생각은 비교적 비슷하지만 수단적인 부분에서 차이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먼저 ‘언론의 자유와 독립’에 대한 견해다. 이와 관련해 고 교수가 밝힌 문재인 대선후보의 미디어 공약은 원론적이면서도 다소 단호한 편이다. 그런 이유로 ‘언론의 자유와 독립’에 대해서는 현 정부의 언론장악을 비판하며 동시에 이와 차별성을 두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에 주안점을 둔 분위기다. 특히 공영방송의 사장과 이사진을 전원 추천위원회를 거쳐서 선출한다는 입장을 밝힌 점은 현재 새누리당-민주통합당의 정치 대립적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예측 가능하지만 동시에 혁신적인 공약이라는 평가다. 또 현 정부에서 불거지고 있는 언론 탄압 문제에도 단호히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이를 위한 실질적인 원상 회복 및 피해 보상을 추진하겠다는 점도 특기할 만 하다. 여기에 공공 서비스 방송 체계를 통한 공적 책무 강화를 위해 EBS의 공공재원 비율 확대를 주장하고 있는 점도 이색적이다. 이에 반해 윤 위원이 밝힌 안철수 대선 후보의 생각은 약간 유연하다. 우선 공영방송의 사장과 이사진 선임에 대해 “공영방송의 사장은 후보 추천위원회를 거치고 공영방송 이사진은 여야 합의적 추천으로 구성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문 후보의 원칙과는 다소 이질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으며, 보도국장 임명 동의제 및 기타 실질적 규제를 통한 공정성 회복은 별로 새로울 것이 없다는 평이다. 그러나 큰 틀에서 보면 두 후보의 ‘언론의 자유와 독립 및 방송의 공정성 회복’은 대체로 합당하고 타당한 정책 결정이라는 의견이 대세다.

또 콘텐츠 육성 부분에서는 안철수 후보가 콘텐츠 ‘아이디어 뱅크’를 구축하고 콘텐츠 종사자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한다고 주장한 부분이 이슈다. 이는 그 동안 안 후보가 언급해온 ‘실패한 사람도 끌어안는다’라는 경제 공약과 맞물려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는 양 후보 모두 적극적으로 이를 보장하기 위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문재인 후보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행정심의를 원칙적으로 폐지한다는 대목은 상당히 의미있는 공약으로 꼽히고 있다.

   
 

방통위 개편에 대해서는 양 후보 모두 원론적으로 찬성하고 있다. 단, 이 부분에 대해서는 문재인 후보가 더 구체적이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국정에 참여해 정보통신부의 ICT 부흥을 목도했던 문 후보는 “과도한 독임제적 요소를 청산하고, 합의제 원칙에 부합하도록 위원회의 운영방식을 근본적으로 혁신한다”는 방침을 세우며 강력한 ICT 콘트롤 타워 설립을 주장했으며,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정보통신부로의 회귀”라는 비판에는 “절대 아니다”라며 선을 긋는 모습도 보였다. 마지막으로 망중립성 논란에 있어서는 그 목적이나 내용 모두 양 후보가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후보 측은 “네트워크 트래픽을 투명하게 조사·검증하기 위해 네트워크중립성위원회를 설치·운영한다”는 계획이며 안철수 후보 측은 “콘텐츠 이용자 중심의 법제도를 정비한다”는 원칙 아래 “방송법과 IPTV 특별법을 통합하고, 스마트TV 도입에 따른 새로운 규제 체제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자연스럽게 양 후보 모두 새로운 기술의 등장에 따른 새로운 법안이 필요하다는 뜻에 동의했음을 밝히는 부분이다. 망중립성 외 ‘DCS 논란’에도 어느 정도 시사하는 바가 커 보인다.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미디어 관련 54개 단체와 문화예술 9개 단체, 망중립성이용자포럼 등 정보통신 10개 단체, 그리고 언론사 [미디어스]가 주최한 이날 토론회는 당초 박근혜 후보도 초청했으나 불참을 통보받았다고 주최측이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