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휘부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회장이 무료 보편적 방송 서비스인 ‘지상파다채널서비스(이하 MMS, Multi-Mode Service)’를 두고 ‘안테나가 없는 위성방송(이하 DCS, Dish Convergence Solution)’보다 훨씬 위협적인 존재라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양 회장은 지난 4일 서울 인사동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유료방송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을 비교해 볼 때 MMS에 비하면 DCS는 아주 미미하다”며 앞으로 MMS 결사 저지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양 회장의 이런 발언은 최근 DCS 서비스를 둘러싼 KT 스카이라이프와의 대결에서 우선 우위를 점한 만큼 DCS 서비스 관련해서는 당분간 한 발짝 물러나는 대신 그 화살을 ‘가입자당 요금(이하 CPS, Cost Per Subscriber)’ 협상 진행 중인 지상파 방송사로 돌리겠다는 의도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방통위는 지난달 29일 전체회의를 열고 KT 스카이라이프의 DCS 서비스를 위법으로 판단했다. DCS 서비스가 공중의 직접 수신을 규정한 위성방송 역무를 위반했을 뿐만 아니라 KT 스카이라이프가 편법 IPTV 사업을 하고 있다고 결론 내린 것이다. 방통위의 발표 직후 양 회장은 “(방통위의 결정은) 당연한 일”이라는 공식 입장만 발표했을 뿐 그 어떠한 입장 표명도 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방통위가 우선 케이블 측의 손을 들어준 만큼 당분간 케이블 측은 관망의 자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렇듯 DCS 서비스 분쟁이 어느 정도 일단락되자 양 회장은 바로 기자간담회 자리를 마련해 MMS를 겨냥한 발언들을 쏟아내며 지상파 방송사로 그 화살을 돌렸다.
‘CPS 협상은 난항 거듭’
사실 지난 몇 달 동안 지상파 방송사와 케이블 사업자는 CPS 협상을 진행해왔지만 CPS 산정가격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 차가 워낙 커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양 회장이 KBS의 MMS 실험방송을 걸고넘어진 것이다. 양 회장은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정보에 따르면) 방통위에서 이번 주에 KBS에 MMS 실험방송 허가를 내줄 예정”이라면서 “(실험방송을 한다는 것은) 당연히 정책으로 이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어도 MMS를 막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극단적인 이기주의적 태도’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현재 KBS가 추진 중인 ‘코리아뷰’를 비롯한 MMS는 디지털 전환을 앞두고 지상파 방송의 직접 수신 가구 확대를 위해 꼭 도입해야 하는 무료 보편적 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케이블 측에서 영업환경 악화 등을 우려해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MMS는 시청자 복지 측면에서 반드시 도입돼야”
KBS ‘코리아뷰’, MBC ‘멀티앵글서비스’, SBS ‘가변모드서비스’, EBS ‘멀티모드서비스’로 요약해 볼 수 있는 MMS는 기존의 6MHz 대역폭인 1개의 채널을 활용해 HD 1개 채널과 SD급 1~4개 채널을 구현할 수 있는 서비스로 굳이 돈을 들여 유료 방송을 보지 않아도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받을 수 있는 방송 기술이다.
전문가들은 ‘무료 보편적 서비스’로서 기로에 서 있는 지상파 방송이 디지털 전환을 통해 직접수신가구 확대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선 그 연장선의 일환으로 MMS 서비스 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 소장은 “공영방송의 책무 중 하나가 가급적 많은 시청자들이 직접수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KBS와 EBS 등 공영방송을 중심으로 지상파 방송사들이 MMS 시범사업을 도입해 점진적으로 직접수신가구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여론의 동향도 MMS 도입 쪽이 훨씬 우세하다. 지난 4월49일부터 5월25일까지 KBS와 동서리서치가 일반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0.5%가 MMS 도입에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응답자의 92.6%는 MMS가 디지털 전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응답해, 전 세계적 추세인 디지털 전환과 MMS 도입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상파 방송사 측에선 “디지털 전환과 함께 MMS가 시행되면 수신환경개선과 난시청해소는 물론이고 다양한 콘텐츠가 제공돼 정보격차시대에 들어 나타나고 있는 시청자 차별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를 드러내고 있다.
케이블, MMS 무조건 반대 … 가입자 이탈 우려
이렇듯 시청자 복지 측면에서 보면 MMS는 당연히 시행되어야 하는 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케이블 측에선 가입자 이탈을 우려해 무조건 반대의 목소리만 높이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선 최근 양측의 입장 차로 잠정 중단된 지상파 방송사와 케이블 측의 CPS 협상을 염두에 둔 케이블 측이 협상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저작권 보호가 강화되는 시점에서 8월이라는 CPS 협상 기한을 넘긴 케이블 측이 DCS 갈등이 어느 정도 해결되자 지상파 방송사의 법적 공방을 우려해 먼저 공격을 가한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관련 업계에서는 양 회장이 DCS 서비스를 두고 “KT 스카이라이프가 시청자를 볼모 삼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는데 이제는 반대로 케이블 측이 시청자를 볼모로 삼아 지상파 방송사를 위협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CPS 협상과 지상파 재송신을 둘러싼 전운이 다시 감돌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