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보편서비스냐 산업적 파급효과냐

무료보편서비스냐 산업적 파급효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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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파수 배분 문제가 또다시 방송계와 통신업계의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관련정책의 향배를 결정하는 방송통신위원회가 못 박은 시간은 오는 6월. 이때까지 방송사와 이동통신사가 주파수를 놓고 치열한 쟁탈전을 벌일 전망이다.

방통위는 신규로 2.1Ghz(기가헤르츠) 대역의 주파수를 경매를 통해 배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무선데이터 사용량이 급증하고 있는 통신사로서는 당장 사용이 가능한 2.1Ghz 대역의 주파수를 선점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오는 6월 2G(세대)망 서비스 종료와 동시에 KT가 반납하는 1.8Ghz 대역도 큰 논란 없이 통신용으로 재분배 될 전망이다.

논란이 예상되는 부분은 현재 지상파 방송사들이 사용하고 있는 700Mhz 대역이다. 2012년 말 디지털 전환이 이뤄지면 채널 대역에 여유가 생겨 이를 활용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이 주파수 대역은 전파의 도달거리가 길고 회절손실이 적어 통신품질이 뛰어나기 때문에 통신사들 입장에서는 ‘황금 주파수’로 불린다.

SK가 통신사업에 진출하면서 800Mhz 대역을 배정받으면서 2G시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할 수 있었고, 그 영향력은 3G 시장까지 이어져왔다. 2, 3위 업체인 KT나 LGU+는 통신품질을 SK와 비슷하게 맞추기 위해 훨씬 많은 비용을 지출했지만 여전히 품질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700Mhz 주파수에 통신사들이 눈독을 들이는 이유다.

방송사들도 절대 이 주파수를 통신업계에 넘겨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방송기술인협회를 중심으로 한 방송사 연합은 디지털 전환이 완료되더라도 이 주파수를 반납하지 않고 3D방송 시험용과 기타 10여개 채널을 운용하는데 쓰겠다는 주파수 활용 계획안을 방통위에 일찌감치 제출해 놓은 상태다.

그러나 현재 판세는 통신업계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정부가 일단 여유 대역 주파수를 통신사에 할당하는 쪽으로 기울어 있다는 관측이다. 주파수 정책 권한을 가진 방통위의 실무를 ‘통신’쪽 입장을 주로 대변하는 ‘구 정통부’ 세력이 꽉 잡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도 최근 열린 ‘이동통신 주파수 정책 토론회’에서 매물로 나온 주파수 외에 여유 주파수도 동시 할당해야 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2.1Ghz 뿐만 아니라 여유 대역인 1.8Ghz, 700Mhz 주파수를 함께 할당해야 트래픽 문제를 해소하고 공정경쟁을 이끌 수 있다는 주장이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차세대 통신서비스 등 산업적 파급효과를 고려하면 여유 대역 주파수의 동시 할당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허가와 사용시점이 다른 700Mhz의 경우에는 “허가권만 먼저 앞당겨 할당하면 문제될 게 없다”는 해법도 제시했다.

반면 효율성만 따져 주파수 문제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방송기술인연합회의 유호진 정책실장은 “방송은 무료 보편적 서비스지만 통신은 돈을 많이 지불할수록 차등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근본적 차이가 있다”며 “공공의 재산인 주파수를 돈을 받고 기업에 넘겨주는 게 바람직한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