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스트레이트 온더락

만화 스트레이트 온더락

885

만화 ‘스트레이트 온더락’ (원제 : 바 레몬하트)

권태훈 KBS 편집위원

최근 여러 가지 미디어와 좋은 사람들, 업무상의 출장 등으로 인하여 외국의 좋은 술을 접하게 될 기회가 많았습니다. 와인 열풍이 많이 불었지만 개인적으론 위스키, 브랜디, 진, 보드카, 각종 리큐르 등의 약간 도수가 높은 술들이 맘에 들었던 것 같습니다. 출장 다녀올 때마다 그때그때 면세점에서 맘에 드는 술을 사와서 집에서 가끔 한두 잔씩 먹는 기쁨이 참 컸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바와 칵테일에도 관심이 가게 되더군요. 쉐이커도 사고, 잔도 한두 개씩 사는 기쁨이 참 큽니다.

사설이 길었는데요. 위의 사진은 김영사에서 출판된 스트레이트 온더락이라는 만화책입니다. 무가지에서 처음 접한 뒤 바로 한국에 번역되어 나온 5권을 전권 구입했습니다. 일본만화로, 원제는 바 레몬하트입니다. 4~50대의 마스터 한 사람이 운영하는 도시 뒷골목의 조용한 바를 무대로, 생활과 술을 잘 버무려 인생을 안주로 내놓는 만화입니다. 술에 대해서 잘 모르시는 분들은 술에 대한 지식을 쌓기에도 부족함이 없고, 조용히 술 한 잔 마시며 읽기에 좋은 책입니다.

개인적으론 술에 대한 지식보다는 바 자체에 감동해서 책에 더 빠진 것 같습니다. 사실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은(주량이 센 분들 말고, 정말 술의 맛을 즐기는 분들 말입니다.) 누구나 자기 바를 갖는 것을 한 번씩은 꿈꾸어 보는 것 같습니다. 화려한 네온사인이 가득찬 도시의 음울한 뒷골목, 무겁고 두꺼운 문을 열고 들어가면 고즈넉한 분위기에 조용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세계의 좋은 술들이 보기 좋게 진열되어 있고 시끄럽지 않은 분위기에 술을 즐길 수 있는…가끔 나이 지긋한 마스터와 무겁지 않은 인생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그런 바 말이죠. 그렇게 제가 꿈꾸던 바가 마치 제가 그린 것처럼 나와 있어서 감동이었습니다.

사실 현실을 생각한다면, 은퇴하고 바를 개업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소리일 것 같습니다. 일단 제대로 된 바텐더가 되려면 최소 10~20년을 수행해야 된다는 게 정설이기도 하고 그게 아니더라도 제가 말한 이런 바가 사실 가게세 내면서 영업할 수 있을 정도의 돈이 벌릴리가 없죠.

그래도 집에서 책장 몇 칸을 비우고 양주를 넣어놓은 그런 바라고 하기도 민망한 홈바라도, 잔이 없어서 대충 물잔에 각얼음 넣고 스터해서 만든 마티니라도 말입니다. 자기가 따른 술에는, 자기가 만든 칵테일에는 자기만이 느낄 수 있는 그런 이야기가 살아 숨쉬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증류주의 다른 이름은 Spirit, 즉 영혼인 것 같기도 합니다.

술을 들이붓는 걸 좋아하는 게 아닌 술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시라고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일본에선 이미 수십권이 나온 베스트셀러이고 우리나라에서는 5권까지 번역되어 나왔습니다.

P.S. 저처럼 술을 좋아하고 칵테일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디시인사이드의 주류갤러리를 한번 방문해보시라고 권유드리고 싶습니다. 특유의 DC식 말투는 영 적응이 안 되는게 사실이지만 좋은 정보가 많습니다.
http://gall.dcinside.com/list.php?id=alcoh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