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출범 3년차를 맞은 종합편성채널이 심각한 사회적 부작용을 낳고 있다. 시민사회단체와 방송 업계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콘텐츠의 다양성, 방송의 글로벌 경쟁력, 시청자의 채널 선택권 확장 등을 주장하며 TV조선, 채널A, JTBC, MBN 등 4개의 종편을 출범시켰다. 그러나 지금의 종편은 콘텐츠의 다양성은커녕 천편일률적인 시사․보도 프로그램 중심으로 저질․편파 방송을 일삼고 있다. 특히 이들 프로그램의 지나친 정치적 편향은 여론 질서를 무너뜨리는 주범이라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종편에 대한 재점검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는 이유다.
가장 큰 문제는 콘텐츠의 다양성과 질이다. 현재 종편의 시사․보도 프로그램 비중은 39.9~48.2%에 달한다. 설립 취지를 살려 20% 내외로 하겠다는 애초와 계획과 상당히 다른 모습이다. 종편 채널의 편성을 자세히 살펴보면 오전부터 저녁 시간대까지 뉴스와 시사․보도 프로그램이 집중 배치돼 있다. 방송 분량도 마찬가지다. 70분에서 최대 120분으로 편성하는 등 시사․보도 프로그램의 장편화까지 나타나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시사․보도 프로그램의 지나친 정치적 편향성으로 인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받은 제재 및 행정 지도가 지난 3년 사이 TV조선은 67건, 채널A는 41건에 이른다.
이 같은 시사․보도 프로그램의 과편성은 결국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종편 채널의 정치적 성향이 진보보다는 보수에 가깝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정치적 성향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고, 시청자들은 점점 더 정치적 성향에 따라 구분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곧 시청자들 즉 국민이 정치적 쟁점에 대한 합의나 협력보다는 잠재적인 양극화 세력으로 자리잡게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시사․보도 프로그램의 오락화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방송 프로그램 특히 보도와 논평은 객관성이 생명임에도 불구하고 종편의 뉴스와 시사․보도 프로그램들은 일종의 ‘쇼’처럼 방송되고 있다. 최근 TV조선의 시사 프로그램에는 한 역술인이 출연해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귀인 관계’라고 주장하며 “100쌍 중에 하나 정도 나올 정도로 김정은하고 박 대통령의 궁합이 잘 맞는다”고 말했다. 시사․보도 프로그램의 막장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여전히 종편에 특혜성 지원을 하고 있다. 공익적 채널에 한정된 케이블 의무전송채널에 포함시키고, 지상파 채널에 인접한 황금채널을 부여했다. 뿐만 아니라 지상파에 금지하고 있는 중간광고를 허용하고 있고, 방송법 개정안을 통해 간접․가상광고의 시간까지 늘려주려 하고 있다.
이제 정부는 종편의 사회적 부작용을 직관해야 한다. 방통심의위의 제재도 더 이상 솜방망이에 그쳐선 안 된다. 방송의 정상화를 위해 정책당국이 직접 발벗고 나서 종편의 프로그램이 객관적이고 공정할 수 있도록 제재를 가해 바로 잡아야 한다. 지금의 종편 방송으로는 우리 사회의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기대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