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백선하) 얼마 전 MBC <무한도전>에서는 ‘라디오스타’라는 이름의 에피소드를 방영했다. <무한도전> 출연진 6명이 각기 다른 프로그램의 1일 DJ로 나선 ‘무한도전 라디오데이’를 다룬 특집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그동안 잊고 있었던 라디오의 참맛을 알게 됐다는 청취자들의 메시지가 줄을 이었다고 한다.
이처럼 인터넷과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다양한 매체들이 쏟아지면 한동안 설 자리를 잃었던 라디오가 최근 들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각각 KBS ‘콩’, MBC ‘미니’, SBS ‘고릴라’라는 모바일 플레이어를 통해 청취자들과 실시간 소통을 하며 젊은 청취자들을 끌어당기고 있고, 보이는 라디오를 통해 시각적 즐거움도 선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CBS에선 DTS의 DTS 뉴럴서라운드™와 DTS헤드폰X™라는 기술을 적용해 대한민국 최초의 입체 음향 라디오 방송까지 제공하고 있다. 한 마디로 라디오가 진화의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인지 실시간 라디오 청취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한국미디어패널조사에 따르면 라디오 수신기의 보유율은 줄어들었으나 실시간 청취율은 2011년 9.52%에서 약 47% 증가해 2014년에는 13.99%가 실시간 라디오 방송을 청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에 관련 업계에선 “다양한 미디어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라디오는 라디오만의 고유한 특성이 있어 꾸준히 사용되고 있다”며 “공익적 성격도 가지고 있는 만큼 청취자들의 특성을 반영한 콘텐츠와 채널에 대한 정책당국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TV와 다른 별도의 라디오 방송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그중 하나다. 현재 라디오는 미디어 특성이 TV와 다름에도 불구하고 지상파 TV로 묶여 재허가, 편성, 광고 등에서 TV와 동일한 규제를 받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제외한 영국과 미국, 일본 등에서는 미디어 시장을 지상파 TV와 지상파 라디오, 일간 신문으로 구분하고 있다. 미디어 규제 틀에서 TV와 라디오가 분리되어 있는 것이다. 이에 최근 학계를 중심으로 라디오만의 특성을 고려한 규제가 마련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주재원 동의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라디오 방송은 특히 노인과 장애인 등 소외계층에게 요긴한 대안 미디어이자 가장 효율적인 재난 대비 미디어”라고 규정지은 뒤 “고급화, 유료화 되고 있는 디지털 미디어 환경 속에서 라디오 방송의 무료 보편적 서비스를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라디오의 허가, 광고, 소유 등의 규제를 TV에서 분리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영국의 RAB(Radio Advertising Bureau)와 같은 라디오만의 진흥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한다. RAB는 영국의 민영 라디오 방송사들이 라디오 광고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출자한 기관으로 마케팅 활동과 청취율 조사, 프로그램 경쟁력 제고를 위한 연구개발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데 설립 이후 라디오 방송의 광고비가 4배 정도 증가했다.
양동복 나사렛대 방송미디어학과 교수 역시 라디오 방송의 재원 구조가 광고와 협찬에 의존할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정책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라디오 방송 광고는 TV 광고에 결합판매 하도록 돼 있어 라디오의 광고 수익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업계와 학계를 중심으로 라디오 방송의 공익적 가치를 지속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선 광고 규제 완화 등과 같은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어 라디오 청취율 증가 현상과 함께 라디오와 TV의 규제 분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