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말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 전환 완료를 앞두고 장애인 및 노인을 포함한 사회적 소외계층에게 디지털 방송 기기 및 장비를 지원하고 더 나아가 이들을 위한 방송 프로그램 제작을 활성화하고 보다 용이하게 디지털 방송 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외국 여러나라의 경우 디지털 전환시 장애인과 노인을 위해 방송과 관련된 정보접근 통로를 국가 시책으로 마련하고 있다.
영국은 디지털전환 시행기간을 ’06년~’10년에서 ’08년~’12년으로 연기한 배경이 노인 등 취약계층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밝히고, Targeted Help Scheme을 통해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지원 대상은 75세 이상의 노인, 장애연금 수령자, 산업재해 연금자, 시각장애인 가구 등 이다. 이 프로젝트 이외에도 특별한 도움이 필요한 또 다른 그룹을 위한 부가적인 지원을 할 계획이다.
현재 BBC, ITV, 채널 4와 5, S4C 등 공영방송을 중심으로 시청각 장애인이 방송 프로그램을 이해하고 즐길 수 있도록 하는 Television Access Services를 제공하고 있다. 그 외에도 저가형 셋톱박스(STB) 보급이나 장비구입과 안테나의 성능개선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거나 디지털 전환에 대한 캠페인을 통한 대중의 인식을 제고하고 있다.
미국 역시 장애인들의 정보나 미디어 액세스권을 강화하고 있다. 그동안 시청각 장애인들이 사용하기 불편했던 공공장소에서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나 정보획득 매체의 이용을 가능하게 위해 대형 버튼 전화기, 볼륨 조정 전화기, 헤드세트 전화기, 호출기 등을 설치하는 조항을 강화했다. 2002년 11월 시각 장애인용 TV 프로그램 제작 규정을 발표하여, 시각 장애인들이 텔레비전에서 대사 없이 전개되는 움직임이나 사건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나레이터가 장면을 설명하도록 하였고 방송사업자들은 청각 장애인이나 청각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페쇄자막, 개방자막, 스크롤과 같은 시각 재현물을 이용해 음성 부분을 처리해야 한다.
독일은 2002년 장애인 평등법 제 5조 공동목표협약에 의거하여 공공영역에서 장애인들의 활동을 제한할 수 있는 장애물을 제거하는 작업을 시행하고 공영방송을 중심으로 텔레텍스트, 자막방송, 수화방송, 음성해설방송이 실시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는 바, 장애인과 노인의 방송 접근을 지원하기 위한 관련법은 크게 방송법, 장애인 복지법, 그리고 정보격차해소에 관한 법률을 들 수 있다.
방송법 시행령 제 52조에서는 장애인의 시청 지원을 위해 방송사업자로 하여금 재난방송 프로그램,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제 11조에 의한 방송프로그램, 장애인의 방송시청이 필요하다고 판단되어 방송통신위원회 규칙으로 정한 방송 프로그램, 그리고 기타 장애인의 복지를 목적으로 편성된 방송 프로그램에 대해 수화, 폐쇄자막, 화면 해설 등을 이용한 방송을 하도록 노력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장애인 복지법 제 20조 정보에의 접근 항목에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방송국의 장 등 민간사업자에 대하여 뉴스, 국가적 주요 사항의 중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송 프로그램에 청각 장애인을 위한 수화 또는 폐쇄자막 등을 방영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
장애인 복지법 시행령 제 11조에서는 수화․폐쇄자막방영 프로그램의 범위를 보도 방송, 공직 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제 70조 내지 제 74조, 제 82조에 의한 선거 방송 그리고 국경일에 관한 법률에 의한 국경일 및 각종 기념일에 관한 규정에 의한 기념일의 의식과 그에 부수되는 행사의 중계방송, 그리고 기타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방송으로 포함하고 있다.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제 4조에서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하여 장애인 등이 아닌 사람들이 이용하는 시설과 설비를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동등하게 이용하게 명시되어 있고 정보격차해소에 관한 법률에서는 디지털 디바이드를 ‘경제적, 지역적, 신체적 또는 사회적 여건으로 인하여 정보통신망을 통한 정보 통신 서비스에 접근하거나 이용할 수 있는 기회에 있어서의 차이를 의미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정보격차해소에 관한 법률, 2005. 12. 30개정, 제2조 제1항).
그러나 법제도적으로 볼 때 장애인의 방송접근을 규정하는 조항들은 임의조항으로 방송사들이 의무적으로 수화․자막․화면 해설방송을 실시할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또한 하위 조항과 시행 규칙에서 구체적인 방송범위가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아 장애인 방송을 시행해야 하는 프로그램의 장르를 뉴스보도, 재난 등 매우 제한적으로 규정하고 있어, 교양, 오락 등 다양한 장르에 대한 접근이 어렵고 주시청시간대에 대한 편성 규정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실질적인 복지 실현이 어려운 상황이다. 아울러서 장애인 방송을 실시해야 하는 방송사업자를 지상파 방송, 특히 공영방송으로 국한하고 있어 민영방송, 케이블 방송, 위성방송, DMB, IPTV 등 매체가 증가하는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을 위한 편의성이 개선되고 있지 않다.
이런 측면에서 주요 방송소외계층에 대한 정책적인 배려와 접근 지원이 필요하고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이나 노인들이 보편적 서비스에서 소외되지 않고 시청자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특히 장애인이나 노인들은 인위적인 교육기회의 확대와 경제적 지원만으로 디지털디바이드를 극복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디지털TV나 셋탑박스 구입 같은 비용의 문제, 설치시의 기술적 문제와 함께 사용의 복잡성 같은 새로운 테크놀러지에 대한 적응 문제를 감안해야 할 것이다.
장애인이나 노인의 매체 접근권이나 정보접근권의 문제는 방송의 공익성과 보편적 서비스의 핵심 영역이다. 따라서 방송소외계층의 고립을 사전에 예방하고 디지털 환경에서 적응력을 키워주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모든 시청자가 평등하게 방송과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보편적 접근을 촉진하는 것이야말로 방송의 공익성을 가장 잘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김광호서울산업대학교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