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숭숭한 방통위, 조직 개편 논의 급부상

뒤숭숭한 방통위, 조직 개편 논의 급부상

388

방송통신위원회가 떨고 있다. ‘소신’과 ‘사장 지원’이라는 상반된 이유로 상임위원들이 줄줄이 사퇴하는가 하면, 대선 정국에 발맞추어 MBC 파업 문제 및 기타 방송, 통신 기술 이슈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ICT 대연합을 기치로 하는 외곽조직의 공세에도 시달리며 한동안 잠잠하던 ‘방통위 무능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양문석 위원 소신 사퇴, 신용섭 위원 EBS 사장 지원

방송통신위원회 야당 추천 인사로 선임된 양문석 상임위원의 사표를 두고 조직 내부는 물론 청와대에서도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합의체로 구성된 방통위의 성격상 야당 위원의 사퇴는 소위 말하는 ‘모양새’도 좋지 않을뿐더러 위원회의 성격 자체를 붕괴시킬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청와대와 방통위는 신용섭 위원의 경우 EBS 사장에 응모한다는 실질적 명분이 있기에 ‘김대희 청와대 비서관 상임위원 취임’이라는 발 빠른 대응이 가능하지만, 양 위원의 사퇴는 현재의 미디어 환경의 부조리를 고발하기 위한 최대한의 반발이라는 패러다임이 베어 있기 때문에, 신 위원의 사퇴와는 차원이 다른 민감한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당장은 현재의 4인 체제로 방통위를 운영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양 위원의 사표가 수리될 경우 민주통합당이 추천하고 국회 의결을 거쳐 대통령이 후임을 임명해야 하는데 대선을 앞두고 이런 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황이 급변할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한다. 여기에 지금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양 위원의 사퇴에 이어 같은 야당 추천 이사인 김충식 이사의 사퇴 가능성도 돌발변수다.

 

디지털 전환 정책 리더십 부재

방통위가 발표하는 디지털 전환 정책은 온통 장밋빛이다. 하지만 그 내막을 살펴보면 유료 방송 플랫폼 위주의 디지털 전환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리는 상황이지만 정부부처의 입장에서 최소한의 미디어 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없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DCS를 비롯한 새로운 방송 기술 로드맵이 없다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DCS 문제에 대해서는 최근 방통위가 연구반을 가동하며 공개 토론회를 여는 등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 뾰족한 묘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새로운 미디어 서비스에 대한 방통위의 한발 늦은 타이밍은 특히 문제가 심각하다는 평이다. 이는 급성장하고 있는 N-스크린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해당 분야의 육성 전략은 물론 실질적인 현황 파악도 전무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물론, ICT 분야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지 못해 대한민국의 ICT 대세론이 꺾이게 만든 주범으로도 몰리는 실정이다.

 

그 외 난관들

MBC 사태 해결 및 미디어렙 이슈를 포함한 광범위한 분야에서 방통위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는 방통위가 초대 최시중 위원장으로 정의할 수 있는 ‘현 정부의 언론장악의 도구’로 철저하게 쓰였다는 비판도 함께한다. 또 국감이 끝나자마자 방통위의 경고가 무색하게 이동통신사의 휴대전화 단말기 보조금 과열 경쟁이 재현된 부분은 최소한의 ‘정부 규제 능력’도 상실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친통신 위주의 정책을 펼치며 방송용 필수 주파수인 700MHz 대역 주파수를 통신에 상하위 분할하여 할당한 부분은 최악의 패착으로 꼽히고 있으며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의 미비 및 기타 유료 방송 위주의 플랫폼 전략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의 일부 기능을 통합해 탄생한 방통위는 방통융합 시대를 맞아 새로운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합의체 기구다. 그러나 탄생 후 4년이 지난 현재, 방통위는 차기 정부 조직 개편 0순위에 오르며 전혀 이름값을 못하고 있다. 여러모로 뒤숭숭한 방통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