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전을 거듭하던 정기국회가 9월 30일부터 정상가동에 돌입한 가운데 오는 14일부터 20일 동안 열리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커다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산적한 현안이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이에 미방위는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62개 기관에 대해 국감을 실시한다. 국감 첫날인 오는 14일엔 정부과천청사에서 미래부 국감을 열고, 다음 날인 15일엔 방통위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상대로 국감을 진행한다.
세부계획도 나왔다. 오는 23일엔 KBS와 EBS 국감을, 28일엔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와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에 대한 국감을 각각 국회에서 개최한다. 미방위는 방문진 국감 이후 MBC로 이동해MBC로부터 비공개 업무현황 보고를 받을 예정이며 이달 31일과 내달 1일 미방위는 미래부와 방통위에 대한 확인감사를 국회에서 각각 개최한다.
국감 증인과 참고인도 결정되었다. 먼저 유료방송 시장점유율 규제와 관련해 오는 14일 미래부 국감 증인으로 문재철 KT스카이라이프 사장과 김정수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사무총장을 부를 계획이다. 또 같은 날 국감에 엄재용 한국방송협회 방송통신융합특위 본부장을 증인으로 채택해 지상파 재송신과 700MHz 방송용 주파수 분배와 관련한 질의에 나설 예정이다. 31일 예정된 미래부 확인감사에는 이석채 KT 회장도 증인으로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 이슈는 단연 유료방송의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 방침이다. 현재 유료방송 시장 쟁탈전이 KT와 반(反)KT 연합으로 굳어지는 경향을 보이는 가운데 각 방송의 가입자 규제를 둘러싼 논쟁이 국감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현행법은 케이블 TV와 IPTV의 가입자 규제의 기준이 다르다. 케이블 TV는 ‘권역의 1/3, 가입가구의 1/3’을 기준으로 하고 있는 반면 IPTV는 ‘권역 가입가구의 1/3’만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유료방송임에도 불구하고 IPTV와 케이블 TV의 가능한 최대 가입자 숫자는 다르다.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를 2,400만으로 가정하면 플랫폼으로서의 케이블 SO 사업자의 최대 가입자가 ‘500만 명’인 반면 IPTV 사업자들은 ‘800만 명’까지 가능하다. 이에 전문가들은 국감에서 CJ 특별법의 업그레이드 버전이 치열하게 논의될 것이며, 정부의 기본적인 정책방향도 결정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물론 규제를 받는 대상에 관한 토론과 더불어 IPTV의 직접사용채널 허용 여부 등도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수평규제의 틀 안에서 IPTV와 케이블 SO의 적절한 영역 넓히기가 이번 국감의 포인트로 여겨진다.
해직 언론인 복직 문제도 핫 이슈다. 9월 30일 국회 방송공정성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이경재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해직 언론인 문제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요구에 “방통위원장이 방송사 내부 인사 문제에 이래라저래라 하는 선례를 남길 수 없다”는 말로 사실상 관련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가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기 때문에 이번 국감에서 해직 언론인 문제는 치열한 격론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기에 박근혜 정부가 해직 언론인 문제 해결에 대해 충분히 공감한다는 말은 되풀이 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문제해결을 위한 ‘액션’에 돌입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높아지고 있어 국감에 참여하는 의원들의 어깨를 무겁게 만들고 있다. 일각에서는 9월 30일 국회 방송공정성특별위원회 당시 야당은 물론 여당 의원들도 해직 언론인 문제에 일정 정도 뛰어들 여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이번 국감을 일종의 터닝 포인트로 여기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방송기술 관련 현안도 국감 현장을 뜨겁게 달굴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래창조과학부가 청와대로부터 감사원의 문책성 감사를 받고 있다는 의혹이 일고있는 가운데 주파수 정책 및 통신 일반에 관련된 광범위한 영역을 두고 ‘국감혈투’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정부의 LTE 주파수 경매와 방송용 필수 주파수로 여겨지는 700MHz 대역 주파수의 부적절한 활용 현안이 이슈로 부각되며 관련 정책이 크게 요동칠 공산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미래부와 방통위의 700MHz 공동 연구반이 최초 구성부터 편향된 인사로 채워졌다는 비판이 심해지는 가운데 국감에서 어떠한 논의가 등장할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종합평성채널 재승인 심사안과 KBS 수신료 현실화, 그리고 2개월 연장된 국회 방송공정성특별위원회를 둘러싼 현안도 국감에서 심도있게 논의될 조짐이다. 특히 종편 재승인 심사안을 두고 ‘노골적인 종편 감싸기’라는 비판이 심해지는 가운데 국감현장에서 주무부처는 물론 여야 의원들이 치열한 논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또 국회 방송공정성특별위원회에서 합의될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방송 보도·제작·편성 자율성 보장 △유료방송 규제 일원화 등의 의제를 둘러싼 현안도 2013년 국감의 중요한 주제로 논의될 예정이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도 국감에서 논의된다. 이를 위해 미방위는 KBS 국감과 방문진 국감의 참고인으로 김현석 언론노조 KBS본부장과 조일수 KBS 기자협회장(이상 10월 23일 KBS 국감), 이성주 언론노조 MBC본부장(10월 28일 방문진 국감) 등을 채택했다. 방문진 국감에선 MBC 해직기자인 박성제 전 언론노조 MBC본부장도 참고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한편 여야는 국감 종료 이후 내달 12~18일 사이 대정부 질문을 진행하기로 합의했으며 정치(11월 12일), 외교·통일·안보(11월 13일), 경제(11월 14~15일), 교육·사회·문화(11월 18일) 분야 등에 대한 대정부 질문이 순서대로 진행될 예정이다. 해당 안건 처리를 위한 본회의는 지난 9월 30일 이미 한 차례 열렸으며 10월 10일, 11월 8일과 11일, 21일, 28일, 12월 2일과 9일, 10일로 잡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