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MBC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와 KBS․EBS 이사를 친정부 인사로 채우려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가운데, 시민․언론단체들을 중심으로 독립적인 공영방송 이사 추천위원회 구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수용자주권연대, 문화연대 등 48개 시민·언론단체가 꾸린 ‘언론사유화 저지 및 미디어 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이하 미디어행동)’은 14일 서울 세종로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영방송 이사 추천 국민위원회’ 구성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시민·언론단체들은 “오는 7월 16일이 방송문화진흥회, KBS 이사 공모 마감이지만 방통위원 중 단 한 명도 ‘공영방송 이사 추천 국민위원회’ 구성에 답을 하거나 귀 기울이지 않고 있다”며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무시하고 일방적 소통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 방통위의 태도를 비판했다. 그들은 이어 “16일 공모가 끝난 이후 심사에 들어갈 것이기 때문에 아직 늦지 않았다”며 “방통위의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수호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방통위가 이런 식으로 (현 정권이) 방송을 장악하는데 앞장선다면 최시중 위원장을 비롯한 방통위원들 모두가 사퇴해야 한다”며 방통위에 경고의 메시지를 전했다.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공영방송 대규모 낙하산 이사선임 사태 방지를 위한 긴급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 역시 현 정부의 방송장악에 대한 대안으로 공영방송 이사 추천위원회를 제시했다.
양 사무총장은 “정부여당 추천 3인과 야당 추천 2인으로 구성된 방통위 상임위원들이 도무지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할 자세나 태도를 어디에서도 엿볼 수 없는 상황이지만 돌아앉은 돌부처를 향해 절하고 기도하는 심정으로 제시한다”며 추천위원회를 공개구성하고, 추천기준을 공개적으로 공표한 이후 공영방송 이사 선임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과정의 문제점도 지적됐다. 양 사무총장은 “이사 후보자 모집 공고를 보면 제출 서류가 지원서, 결격사유 확인서, 기본증명서, 최종학력증명서, 경력증명서 등 5가지인데 KBS이사회가 뭘 하는 조직인지, 방문진이 뭘 하고 있는 곳인지 알지도 못하고 지원했다면 이들을 어떻게 걸러낼 것”이냐며 활동계획서 하나 요구하지 않는 현 제도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이날 토론회에선 앞으로 벌어질 상황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들도 적지 않았다. 정상윤 경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3년전 방통위 이사 선임 시에도 지금과 같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 당시에는 정부와 대화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법도 무시되는 일방적인 상황이다. 아무리 얘기를 해도 마이동풍이니 무력해질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