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구조조정, 도심개발사업 … 자영업인은 비상구가 없다

도시의 구조조정, 도심개발사업 … 자영업인은 비상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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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구조조정, 도심개발사업… 자영업인은 비상구가 없다
용산 참사를 통해 본 도심개발사업과 도시자영업인의 실태

김일영/새사연 정치사회연구센터장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사망에 이른 사태의 출발지점에는 용산구 서부이촌동 일대에 들어서는 ‘국제업무지구’ 개발이 있다. 그 지구를 중심으로 주변지역은 상업, 주거, 공원 등 배후단지로 개발된다. 이번 참사가 일어난 용산4구역은 바로 그 배후단지 중 하나로 40층 높이의 주상복합 초고층 빌딩들이 들어서기로 되어 있다. 국제업무지구의 상징은 물방울을 연상케 한다는 152층(620m)의 드림타워다.

한편, 1995년부터 2000년까지 용산4구역의 땅값은 3.3㎡당 5~600만 원 선이었다고 한다. 이것이 현재 최소 10배 이상 올랐고, 1억 원이 넘는 곳도 있다고 한다. 이미 뉴타운개발에서 드러났듯이 세입자 뿐 아니라 집주인들조차도 정든 주거지를 떠나는 등 재정착률이 20퍼센트 대에 불과하다는 것은 상식이 되었다. 세계 어느 나라도 하지 않는 무식한 개발사업의 결과이다. 통째로 갈아엎고 새로 도시를 만드는 그 엄청난 일을, 아무도 살지 않는 사막에 도시를 짓는 것처럼 막무가내로 진행하고 있다. 대다수 나라들은 도시개발 과정에 그 지역의 공동체가 유지되도록 상당한 재원을 투자하고 노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정부가 부족한 재원을 핑계로 건설자본이나 투기세력에게 개발을 맡김으로써 지역사회의 존속과 공익적 가치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그나마 정부가 개발이익의 20~25퍼센트 수준으로 걷고 있는 개발부담금도 개발지역의 기반시설을 만드는 데 쓰기에도 빠듯하다. 사회적 약자인 세입자들이 배려 받지 못하는 근본적 이유다.

도시의 구조조정으로 정리해고 당하는 자영업인

이번 참사가 일어난 용산4구역은 세입자 890여 세대 중 700세대가 상가세입자, 즉 자영업인이다. 기업이 구조조정을 하면 많은 노동자들이 정리해고를 당한다. 이들은 퇴직금과 위로금, 그리고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자영업인들은 그런 안정망이 전혀 없다. 자영업인들에게 지역사회는 곧 직장이다. 지역사회가 전면적으로 재편되는 과정은 자영업인들이 정리해고를 당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서울의 도시개발 사업은 역사가 오래되었고 철거민들의 생존권 싸움도 치열하게 전개되어왔다. 그래서 주거지역 개발이 대부분이었던 과거의 경험에 따라 주거세입자들의 보상은 제도개선이 미흡하나마 이루어졌다. 용산4구역의 세입자대책위에 마지막까지 남아서 생존권을 요구했던 세입자들의 95퍼센트 정도가 자영업인이었다.

용산4구역의 한 상가세입자는 권리금 2억 원, 인테리어비 1억 5,000만 원이 들어간 80평 노래방을 운영해왔다. 이 노래방의 감정평가액은 불과 4,600만 원이었다. 보상에 관한 법률에는 영업이익, 영업을 하지 못하더라도 들어가는 고정비용, 시설물 등의 감손상당액 등의 3개월분에 해당하는 금액을 보상하게 되어 있다. 또한 이전과정에서 소요되는 광고비, 개업비 등 모든 비용도 보상하도록 되어있다. 자영업 개업을 하려면 권리금, 보증금, 인테리어 비용이 든다. 보증금이야 이전 건물주에게 받는다고 치더라도, 권리금과 인테리어 비용이 문제가 된다. 장사를 잘못해서 손해를 본 것이 아니라 개발에 따라 영업을 못하게 된 것이기 때문에 자영업인 개인의 잘못으로만 치부할 수도 없다.

동네의 영세한 자영업인들은 낮은 보증금을 찾아서 단골도 없는 낯선 곳에 새로운 터전을 마련해야 하는데, 영세할수록 그 일은 ‘미션 임파서블’이 된다. 일찍 보상을 받고 이주한 세입자들도 철거를 위한 갖은 협박이 두려워 울며 겨자먹기로 낮은 보상비를 받아들였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어, 단지 마지막까지 남아서 저항하고 있는 일부의 세입자만의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2008년 3/4분기 이후 일자리 창출력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2003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전년 동월에 비해 1만 2,000명이 감소했다. 그 중 가장 큰 감소폭을 보인 업종은 자영업인이 많이 종사하는 도소매ㆍ음식 및 숙박업으로 취업자 수가 2007년보다 4만 9,000명이나 감소했다. 이러한 감소현상의 원인으로 흔히 내수부진을 꼽고 있지만, 여기에 도시의 구조조정 작업이 단단히 한몫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소 자산규모가 있는 자영업인들도 이러한 도시개발과정에서 영세한 자영업인으로 추락하고 영세한 자영업인은 아예 퇴출당하고 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런 모든 사태의 근본원인은 정부가 도시개발에 투입한 재정부족을 이유로 민간에게 개발을 내맡겨 놓는 데 있다. 지역 커뮤니티의 붕괴를 막으면서 개발을 점진적으로 해나가도록 유도하지 않고 대규모 개발사업을 계속 추진하는 것이 최선의 경제정책이라고 생각하는 이명박 정부가 일을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 부득이하게 민간을 통한 개발을 하더라도 원주민이나 세입자들의 권리가 제대로 지켜지는지 관리 감독해야하는 최소한의 의무가 정부에게 있다.

이렇게 정부가 잘못된 정책을 추진하고 책임을 방기하면서 서민들의 하소연을 물리력으로 제압하려 한다면, 서울은 총성 없는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흉흉한 도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