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 위에 오른 수신료 분리 징수…KBS 직능단체 “통합 징수 지켜내야”

도마 위에 오른 수신료 분리 징수…KBS 직능단체 “통합 징수 지켜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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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전국언론노동조합
전국언론노동조합은 3월 13일 오전 11시 30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국회는 언론을 길들이기 위한 수신료 분리 징수 정쟁을 멈추고 공영방송 정치독립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적 판단 끝나고 정당성 인정받은 ‘통합 징수’ 왜 꺼냈을까” 의구심
직능단체, 경영진 향해서도 “사즉생의 각오로 대처해달라” 당부

[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대통령실이 꺼내든 수신료 분리 징수에 대한 반발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KBS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KBS 경영협회‧기자협회‧방송그래픽협회‧방송기술인협회‧아나운서협회‧영상제작인협회‧전국기자협회‧PD협회 등 직능단체는 3월 13일 성명을 통해 “대통령실이 진행하는 수신료 징수 방식 여론조사는 그동안 통합 징수 방식이었던 한전 전기요금 고지서에서 수신료를 분리하기 위한 의도로 보일 수 있다”며 “이미 법적인 판단이 끝나고 정당성을 인정받은 사안인데 이에 대해 왜 갑자기 여론을 묻겠다는 것인지, 그 의도에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1981년 당시 신문의 월 구독료를 고려해 2,500원으로 책정된 TV 수신료는 현재까지 40년 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1980년대 후반 시청료 거부 파동 등을 거치면서 1994년부터는 전기요금과 함께 징수되고 있으며, 수수료를 제외한 금액을 KBS와 EBS가 97:3의 비율로 나누고 있다.

앞서 대통령실은 3월 9일 국민제안 홈페이지 ‘국민 참여 토론’ 페이지에 ‘TV 수신료 징수 방식(TV 수신료와 전기요금 통합 징수) 개선’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대통령실은 “최근 대부분 가정에서 별도 요금을 내고 IPTV에 가입해서 시청하거나 넷플릭스 같은 OTT를 시청하는데, 전기요금 항목에 의무적으로 수신료를 납부하는 방식은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통령실 국민제안을 통해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신료 통합 징수 방식을 두고 여러 의견이 제기되는 가운데 지금과 같은 수신료 징수 방식이 적절한지, 보다 합리적인 징수 방식이 있는지, 나아가 수신료 제도 전반에 대한 국민 여러분의 생각과 의견을 자유롭게 들려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는 다음날인 10일 성명을 통해 “2009년과 2016년 법원 판결에 따라 ‘한전의 수신료 위탁징수 조항은 합헌’이며, ‘전기요금 고지서에 결합하여 수신료를 징수하는 것도 법률에 위배되지 않는다.’라는 결론이 난 사항”이라며 “공영방송 흔들기를 당장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지난 40년 동안 한 번의 인상도 없이 그 명맥만을 유지하며 공영방송의 재정적 기반이 되고 있는 수신료의 위탁징수제도는 징수비용을 낮춤으로써 수신료를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반이었는데 수신료의 현실화가 아닌 분리 징수만을 논의의 자리로 올려놓은 것 자체가 혼란과 분열을 가중시킬 뿐이라는 지적이다.

KBS 직능단체들도 이 같은 부분을 꼬집으며 “현행 위탁징수 방식을 바꿀 경우 수신료가 급감할 뿐 아니라 징수 비용 증가로 재원 마련의 효율성조차 급격히 떨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KBS가 생존을 위해 기업 광고에 의존하는 형태로 재원 구조를 바꾼다면 더 확대해야 할 장애인 방송, 국제방송, 지역방송, UHD 전환 등이 축소될 것”이라며 “공영방송의 공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직능단체들은 “독일과 스위스는 수상기 보유 여부와 관계없이 가구당 수신료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체계를 바꿨고, 이탈리아 등은 오히려 직접 징수에서 전기 요금 등에 부과하는 방식으로 징수 방식을 바꾸고 있다”면서 징수 방식이 아닌 열악한 공영방송의 재원 구조 개선을 위한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직능단체들은 KBS 경영진을 향해서도 “눈치만 볼 것이 아니라 사즉생의 각오로 이번 사안에 전사적으로 대처하기 바란다”며 “수신료 위탁 방식이 바뀔 경우 재원 감소로 이어져 공영방송의 공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끝내 고사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고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쓴소리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