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미디어 공약 분석-(1)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대선후보 미디어 공약 분석-(1)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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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9일로 예정된 대선은 향후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지도자를 뽑는 자리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고 하겠다. 그러나 12월은 대선만 있는 것이 아니다. 12월 31일은 아날로그 방송종료 및 디지털 전환이 시작되는 원년으로서 우리 사회와 밀접한 관계를 맺은 미디어 패러다임 혁명이 시작되는 달이기도 하다.

이에 본지에서는 박근혜-문재인 두 대선 후보의 공약 중 미디어 분야를 자세하게 살피는 한편, 미디어 플랫폼 공약에 대한 두 후보의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하자는 취지로 해당 특집을 준비했다. 두 후보는 MBC 사태, 방송사 사장 선임 등 미디어 정치적 분야와 더불어 시청권 확대 및 기타 미디어 플랫폼에 대해서는 어떤 복안을 가지고 있을까? 그 첫 번째 분석의 대상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다.

 

   
 

일자리 공약이 친 ICT 대연합으로

박근혜 대선후보는 국회의원 시절 엄연히 이공계열 국회의원으로 분류되는 인사였다. 대학 시절 전자공학을 전공하기도 했으며 그 외 관련 분야에 대한 관심도 지속적으로 보여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박 후보의 전자공학 및 이공계열에 대한 접근 방식이 70-80년대 산업 만능주의에서 기인한 ‘대기업 성장’의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했다. 물론 이에 대한 논란 아닌 논란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박 후보의 미디어 공약은 정보통신 공약으로 대표되는 친 ICT 대연합에서 시작한다. 이는 일자리 창출이라는 일상적 공약의 이행 근거를 ICT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풀어나가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즉 현재의 정부가 ICT 분야의 발전을 저해했다는 기본적인 발상아래 ‘콘트롤 타워’를 주장하는 ICT 대연합의 기조에 지지의사를 밝힌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ICT 대연합이 주장하는 ‘ICT 발전을 위한 콘트롤 타워’가 과연 진정한 ICT 발전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그 내면에 녹아들어 있는 독임부처제의 환상을 위한 것인지에 대한 박 후보의 진지한 성찰은 없어 보인다. 일자리 창출이라는 달콤한 공약 실현을 위해 ICT 대연합의 기조에 맹목적으로 찬성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는 문재인 후보도 마찬가지다.

 

ICT 발전을 위한 세부적인 공약

박 후보는 ICT 발전을 위한 다섯 가지 약속을 발표한 바 있다. 그 중 첫 번째는 건강한 정보통신 생태계를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의 네트워크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과 2만 명의 ICT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국 무료 와이파이 지역을 현재의 1천 개에서 1만 개로 늘리고 현재보다 10배 빠른 유선 인터넷을 보급하는 한편, LTE보다 40배 빠른 무선 인터넷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또 인재 육성에 있어서는 ICT 아카데미를 설립하고 ICT 기술거래소를 설립하겠다는 논리다.

이 대목에서 눈길이 가는 부분은 와이파이 지역의 증가와 LTE보다 40배 빠른 무선 인터넷 개발을 약속한 것이다. 와이파이 증가 약속은 예산의 증원으로 가능하다고 쳐도 40배 빠른 무선 인터넷 개발을 약속한 부분은 현재의 친 ICT 기조와는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3세대 이동통신기술인 CDMA 기술의 성공으로 ICT 부흥을 맞았지만 4세대 토종기술인 와이브로는 통신사들의 태업으로 거의 사장되어버린 쓰라린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런 이유로 지금 이 시간에도 와이브로 주파수를 LTE에 돌리려는 통신사와 이를 어떻게든 지켜보려는 방통위의 자존심 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단순한 무선 인터넷 기술을 약속하기보다는 기껏 기술 개발을 하고도 이를 제대로 육성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 순리에 맞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두 번째 약속은 콘텐츠 산업의 집중적인 육성이다. 이에 박 후보는 기금 및 행정지원 중심의 콘텐츠 산업 진흥, 학위과정 중심의 콘텐츠 관련 대학교육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실질적인 콘텐츠 창작의 장과 멘토링을 제공하고, 콘텐츠 아이디어 거래소 역할을 통해 콘텐츠 제작 인큐베이팅을 수행하는 기구인 ‘콘텐츠 코리아 랩’을 육성한다고 밝혔다. 이는 콘텐츠 인재를 육성하는 한편 콘텐츠 자체가 아이디어 자산으로 활용되는 방안을 고려하겠다는 뜻이다. 지역별 거점 콘텐츠 산업 육성과 함께 나름 훌륭한 방안으로 여겨지고 있다. 동시에 이러한 약속을 방송 시장에 대입했을때, CPS 논란으로 대표되는 지상파 방송 블랙아웃 사태를 방지할 원론적인 해결방안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지나친 콘텐츠 중심 기조는 분명히 위험하지만, 지상파 방송의 콘텐츠 분야에 대한 박 후보의 전향적인 자세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물론, 지나친 비약일 수 있지만.

 

미디어 공약은 추상적

세 번째 약속은 방송의 공공성 강화 및 방송의 미디어 산업 핵심화 부분이다. 이를 위해 박 후보는 방송의 공공성을 실질적으로 구현하겠다고 밝혔지만 그 구체적인 방안은 상당히 추상적이다. 공영방송 이사회가 사회의 다원성을 균형있게 반영하도록 하고 사장 선출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투명하게 하겠다고 밝혔지만 여기에 대해서 회의감을 가지는 전문가들도 많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방송사 사장 선임 및 기타 파업 사태에 대응하는 박 후보의 자세에서도 판단할 수 있듯이, 이 부분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해답을 찾기가 어려워 보인다. 게다가 방송 산업의 성장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유료 방송 규제를 완화하고 관련 법 체계를 일원화하겠다는 약속은 부정적이다 못해 위험한 발상으로 보인다. 미디어 산업 활성화를 위한 투자의 개념으로 해당 사안을 약속한 것으로 보이지만, 전국 디지털 전환 정국에 있어 보편적 미디어 시청권 차원의 플랫폼 형태에 대해서는 커다란 고민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네 번째 약속은 통신비 부담을 경감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박 후보는 통신사들의 지속적인 경쟁 유도와 방통위의 요금인가 심의과정까지 공개한다고 전했다. 또 스마트폰 유통체계를 개선하고 방송통신이용자보호법을 제정해 이용자 및 지역 간의 과도한 차별을 금지하겠다는 약속은 실현 가능하다면 훌륭한 방안으로 보인다.

 

박 후보, ICT 대연합의 기조와 같다

다섯 번째 약속은 ICT 부흥의 건이다. 여기에 대해서 박 후보는 현제 몸집을 불리고 있는 ICT 대연합의 주장과 같다. 정보매체혁신부, 정보매체경제부와 같은 독임부처에 동의하고 있으며 ICT 콘트롤 타워 설립을 원론적으로 주장하는 분위기다. 그리고 이를 통한 ICT 일자리 창출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논리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ICT 콘트롤 타워의 실질적인 동기가 의심받는 상황에서 맹목적인 박 후보의 ICT 대연합 주장 수용은 위험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여기에 방송의 콘텐츠 적 속성을 부각시켜 정보-통신-방송 정책을 하나로 묶는다는 발상은 자칫 지나친 산업논리로 인해 방송의 공공성을 통신의 기능적 하위 측면에 두는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 후보는 미디어 공약 자체를 방송+통신의 형태로 묶어 ICT에 이은 일자리 창출로 이해한 공약을 준비 중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지나친 산업논리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무엇보다 방송이 가지는 공공성의 속성을 통신 ‘기술’의 하위 개념으로 한정시키는 오류를 피할 수 없다. 여기에 방송사 사장 및 기타 미디어 공공성을 위한 실질적인 방안이 보이지 않는 점, 여기에 미디어 콘텐츠가 가지고 있는 수익의 달콤함에 도취되어 플랫폼 자체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는 점도 문제점으로 인식되고 있다.

 

 

물론 이제 시작이다. 대선은 별로 남지 않았지만, 여-야 단일후보의 진검 싸움은 이제부터다. 이에 박근혜 후보의 미디어 공약 전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의 성과와 더불어 미디어 및 미디어 플랫폼에 대한 의미 있는 공약 발표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