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여론조사의 목적은?

대선 여론조사의 목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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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일 직전에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이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을 추월했다는 ‘골든 크로스’는 정말 발생했는가? 이정희 후보가 후보토론에 참여한 것은 박근혜 후보에게 타격이 되었는가? 이른바 ‘보수 유권자의 숨은 표’란 정말 있는 것일까? 투표율이 높으면 야당 후보에게 유리하다는 발상은 어디에서 유래한 것이며, 과연 타당한가?”

지난 28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한국방송학회 주최로 열린 대선방송 진단 세미나 3탄 ‘대선 여론조사와 방송사 출구조사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세미나에 참석한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이런 간단해 보이는 문제에 답하기 위해선 자료 근거는 물론 이론적 설명이 동반돼야 하는데 지금의 여론조사로는 이런 문제들에 답하기 위한 최소한의 자료적‧이론적 자원이 부족한 상태”라며 현행 대선 여론조사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일반적으로 여론조사 회사들은 ‘무난한 예상치’를 제시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여론조사 자료를 적극적으로 해석하기 위한 설명모형이 없는 상태에서 결과를 제시하다보니 보수적으로 ‘누가 보아도 튀지 않는 예상치’를 제기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일권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역시 대선 여론조사의 문제점에 동의를 표하며 여론조사가 완벽하게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몇 가지 문제점을 해결하면 보다 정확한 예측은 가능하기 때문에 문제를 시정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 교수는 ‘2012 대선 여론조사 방송보도의 문제점과 특성’이라는 발제를 발표하면서 여론조사가 부정확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표집오차 △포함오차 △무응답오차 △측정오차 등을 들었다. 정 교수에 따르면 이 4가지 요소로 인해 오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지만 표집오차의 경우 표본 수를 늘리는 등의 방법으로 오차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

정 교수는 “여론조사는 정치 지도자들에게 보다 정확한 여론의 향방을 알려주고, 국민들에겐 국가와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중요한 문제들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켜 준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부분 중 하나”라면서 여론조사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언론기관에서 먼저 움직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출구조사와 같이 방송사 간의 공동 조사가 일반 선거 보도로 확대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상파 방송사의 공동 조사로 진행될 경우, 재원의 규모가 확대돼 보다 나은 조사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속보 경쟁 등 방송사 간의 불필요한 경쟁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정 교수는 선거 여론조사의 주제를 다양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반적인 지지율 조사만 하는 것이 아니라 △후보자 공약에 대한 여론조사 △유권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에 대한 여론조사 등을 실시해 후보자가 생각하는 정책을 유권자들이 어떻게 판단하는지, 유권자들이 실제 관심 있는 분야가 무엇인지 쌍방향적 의제 설정이 가능토록 여론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이번 세미나에 참석한 대부분의 토론자들은 “이번 대선 여론조사 결과를 통해 여론조사를 왜 보도해야 하는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면서 여론조사의 목적에 대한 인식 전환을 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