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타게 기다렸던, 그리고 하루하루 기대감에 부풀게 했던 동계 올림픽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방송계에서는 올림픽 시작 전부터 시작된 잡음이 오히려 지금 더욱 커져가고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어찌되었든 가슴 속에 대한민국이라는 네 글자의 아름다움을 다시금 되새기게 되는 기회였다.
수많은 동계 올림픽 종목 중 사람들의 마음에 가장 큰 파문을 던진 종목은 아무래도 김연아 선수에게 금메달을 안겨준 피겨 스케이팅이 아닐는지. 나도 물론 김연아 선수의 경기에 관심이 없을 리가 없지만, 다른 사람들이 갖고 있던 관심의 정도는 내 생각 이상이었던 것 같다. 어느 금요일 날에 점심 약속을 했던 친구가 갑자기 약속을 한 주 미루자는 제안을 했다. 김연아 선수가 그 날 1시 20분에 프리 스케이팅으로 출전하기 때문에 점심 약속을 하면 그 경기를 못 볼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평소에 시간 약속을 중시하던 친구이기에 다소 당황스러웠지만 (당황스러워 하는 내가 이상한 것일지도…….) 그 마음을 너그러이 헤아려 약속을 연기해 주었다. 이뿐만 아니었다. 금요일 당일 1시가 넘자 1시 반 혹은 2시로 약속이 되어있던 각종 회의와 업체 방문 시각을 연기하자는 연락이 여기저기서 오기 시작했다. 덕분에 언제 하는지 몰라서(!) 쇼트 프로그램을 보지 못했던 나도 편안히 김연아 선수의 예술을 볼 수 있었으며, 차례로 이어지는 은메달 리스트와 동메달 리스트의 연기를 덤으로 즐겼다.
하지만 올림픽 관련 방송을 유심히 보다보면 카메라가 김연아 선수에게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특히 스피드 스케이팅 500m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이상화 선수도 자주 화면에 잡혔다. 둘이 같이 있을 때에는 오히려 이상화 선수를 훨씬(!) 자주 만났던 것 같다. 화면에서도 그렇지만 미모가 보통이 아닌 모양이다. 모태범 선수가 둘이 잘 어울린다는 네티즌들의 말에 상화가 아깝다고 했다고 하던데, 이 말이 다분히 이해가 되는 건 나뿐만이 아닐 듯. 그래도 모태범 선수는 금메달과 은메달을 획득하여 기반이 탄탄한 선수임을 증명했지만, 이상화 선수는 500m 이외에서는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해 반짝 메달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부디 소치 올림픽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어 성숙해가는 모습을 보여주시길.
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소기의 목표를 달성한 봅슬레이 팀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봅슬레이 팀의 목표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일본을 이기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20위권에 진입하는 것이었다. 아시아에서 봅슬레이로 출전한 국가는 우리나라와 일본뿐이니 일본을 이긴다는 것은 아시아 최고가 된다는 의미이고, 20위권이 된다는 것은 그래야만 최종 4차 주행까지 진출할 수 있으니 세계 정상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의미이다. 결국 봅슬레이 팀은 이번 올림픽에서 최종 4차 주행까지 진입하여 19위에 올랐다.
쇼트트랙은 안타까운 장면이 많이 연출되었다. 남자 경기에서는 결승선을 앞두고 넘어진 것도 여러 차례 있었고, 여자 5000m 계주에서는 애매한 실격 판정으로 메달을 놓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정수 선수가 2관왕에 오르는 등 여전히 한국이 쇼트트랙 강국임을 증명하는 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이제 올림픽이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물론 올림픽 기간에도 열심히 일하는 일상생활 중이기는 했다.) 다시 우리를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을 다음 국제 스포츠 경기는 언제 열릴까? 바로 6월에 열리는 남아공 월드컵이 있다. 벌써부터 대한민국 함성이 들려오지 않는가? 그 때에도 우리는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으로 영예를 누리리라 믿는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우리는 스포츠가 아니면 그럴 기회가 좀처럼 없는 것일까? 다사다난한 날들을 보내고 있는 대한민국의 방송계는 김연아 선수가 금메달을 목에 걸어도 힘겨운 발걸음을 멈출 줄 모른다. 곧 불어 닥칠 남아공 월드컵의 열기도 좋지만 그 직전에 있는 지방 선거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