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회보를 발행하며

다시, 회보를 발행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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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5월부터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는 격주간지로 6차례에 걸쳐 회보를 발행했었다. 우리 연합회는 회보를 발행하며 당시 뜨거운 사회적 이슈였던 디지털지상파 전송방식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우리 연합회는 당시 정부에 의해 일방적으로 디지털방송의 표준이 정해지고 추진되고 있던 미국방식(8-VSB)의 전송표준을 유럽방식(COFDM)으로 바꿀 것을 강력하게 주장했었다. 유럽방식이 미국방식보다 기술적으로 뛰어나다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우리 연합회가 주장한 것은 유럽방식의 기술적 우월함이 아니라, 그것이 지니고 있는 방송의 이념과 기반이었다. 모든 시청자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디지털화한 지상파방송을 편리하게 접할 수 있고, 미래에도 여전히 유연한 시스템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전송표준이 유럽방식이라는 데 주목했기 때문이었다.

우리 연합회는 다시 연합회보를 발행하면서, 회보가 추구하고자했던 창간의 정신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다. 무분별하게 추구되는 통신재벌의 사적이익을 견제하고 디지털방송이 모든 국민들에게 열린 광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비판적 기능을 강화할 것이다. 더 나아가 모든 지상파방송이 현재의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정책적 대안들을 제시할 기회를 갖고자 한다. 이른 바, 방송·통신 융합시대에 접어들면서 통신재벌에 의한 디지털지상파사업에 대한 ‘포획’구도를 벗어날 수 있는 현실적 방안들도 모색해볼 것이다. 이미 지상파방송사업은, 빠른 속도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방·통 융합 과정에서 주도권 다툼은 이미 디지털케이블사업자와 통신사업자간의 문제로 진행되고 있으며, 지상파방송사업에 대한 정부나 정치권의 인식도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매출액, 영업이익 등 경영상의 지표가 악화되고 있을 뿐 아니라, 제작 여건 또한 이에 못지않은 수준으로 나빠지고 있다. 임금삭감, 제작비 절감, 투자 유보 등‘언 발에 오줌누기’식의 일시적 대응 방안이 불가피한 실정이나 보다 장기적이고 궁극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반면, 통신사업자들은 막강한 자금력과 기술력으로 뉴미디어 사업으로의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우리 연합회보는 정부나 자본에 결탁되어 있는 전문신문이나 잡지들의 한계를 극복하고 자본의 논리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왜곡된 정보’들만이 넘쳐나고 있으며, 소수의 전문가 또는 학자들의 주장은 미약하기 짝이 없다. ‘자본의 논리’만 판을 치는 현실적 구도에서 지역방송, 라디오방송 등 방송사업의 취약 계층이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실정이다. 우리연합회보는 사회적 소수의 목소리, 방송·통신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보다 건강한 방송과 통신 서비스가 우리 사회에 구현될 수 있도록 회보의 내용을 충실하게 만들 것을 모든 회원들과 독자들에게 약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