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소비구조부터 바꿔야 한다

녹색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소비구조부터 바꿔야 한다

1021
   
 

전기 1.7배. 도시가스 3배. 등유 6배. 1990년부터 2010년까지 10년 동안 전기 요금은 1.7배 밖에 오르지 않았다. 값싼 전기 요금의 1등 공신은 원자력발전(이하 원전)이다. 정부는 1978년 고리1호를 시작으로 매년 1기꼴로 원전을 지으며 전력을 값싸게 공급하고 있다. 게다가 원전은 출력량을 수요에 따라 조절할 수 없기 때문에 심야에 남는 전기는 산업용으로 싸게 팔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다소비 구조’는 이렇게 정부 주도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 같은 에너지 소비 구조로는 에너지고갈과 기후변화라는 미래를 대비할 수 없다. 지금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바로 에너지 소비 구조의 변화다.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현재 우리나라의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은 많은 편이다. 이에 반해 온실가스 증가율은 OECD 국가 중 최고다. 기후변화시대를 맞아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지고 있는 선진국들은 2050년까지 1990년 방출치의 50~80%까지 줄여야 한다는 장기 계획 속에서 에너지 사용량을 줄여나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에너지 사용량을 더 늘려 2030년에는 지금보다 50%나 많은 에너지를 소비할 것이라고 보고하고 있다. 그리고 2024년이 되면 현재 21기에서 34기로 늘어나게 되는 원전이 바로 그 주범이 될 것이다.

정부는 일명 ‘녹색 성장’의 대안으로 원자력을 택했다. 원자력은 온실가스를 내뿜지 않는다는 것이 정부의 주장이다. 하지만 오히려 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원전을 늘린다고 하지만 에너지 소비량 자체가 늘어나다 보면 석탄과 석유의 사용양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온실가스 감축은커녕 오히려 온실가스 방출량은 몇 배로 늘어나게 된다. 말로는 녹색 성장을 외치지만 그 이면에는 ‘더 많은 에너지, 더 많은 원자력, 더 많은 온실가스’라는 본 모습을 숨기고 있는 것이다.

에너지위기 시대는 일찌감치 예견되었다. 현재 인류가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에너지인 석탄과 석유, 천연가스 등의 화석연료는 점점 고갈되어 가고 있다. 물론 우라늄도 마찬가지다. 에너지소비는 늘어나는데 공급량이 정체되면 가격은 올라가 수밖에 없다.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자원고갈과 에너지위기 시대에 97%의 에너지를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 저렴한 에너지 가격과 높은 에너지 소비를 자랑한다. 정부는 이것이 우리나라의 산업경쟁력이라면서 그 방향을 바꿀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 계획을 고수하다가는 에너지 가격폭등과 핵폐기물, 핵발전소 사고 그리고 온난화에 의한 습격에 당할 수 있다. 원자력 전력 비중이 70%대인 프랑스는 2006년 이후 중유발전소 4기를 재가동했다고 한다. 터무니없이 늘어난 전력수요를 원전만으로 감당할 수 없어서다. 원전 증설이 에너지 과소비를 부르고, 이것이 다시 화석연료 사용을 불러온 셈이다. ‘핵 의존이냐, 핵 탈피냐’를 논하기 전에 먼저 에너지 소비를 어떻게 얼마만큼 감축할 것이냐를 먼저 논의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에너지 기본 계획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