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와 손잡은 ‘딜라이브’…매각은 여전히 안갯속 ...

넷플릭스와 손잡은 ‘딜라이브’…매각은 여전히 안갯속
“인수 가격 놓고 입장 차 커” “넷플릭스 카드도 영향력 미미할 것” “M&A 시장 침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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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수도권 최대 케이블 방송사 씨앤앰이 ‘딜라이브(D’LIVE)’로 사명을 변경하고 세계 최대 동영상 서비스 업체인 넷플릭스와 제휴를 맺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매각 몸값을 높이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인수합병(M&A) 시장이 한동안 침체 상황에 놓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어서 딜라이브의 매각 성공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케이블TV 3위 사업자인 씨앤앰은 지난 4월 딜라이브로 사명을 변경하면서 사물인터넷(IoT)부터 이사‧도우미‧육아 등 지역밀착형 온오프라인 연계(O2O) 서비스까지 사업 범위를 확장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전용주 딜라이브 대표는 “케이블을 뛰어넘어 가입자들의 실생활에 밀착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경영 의지를 나타내기 위해 사명 변경이라는 결정을 내렸다”며 “디지털과 양방향에 기반한 홈 서비스를 확대한다면 기업 가치는 앞으로 더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명 변경이 매각을 염두에 둔 방안임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딜라이브는 이어 5월 23일 넷플릭스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전혀 예상치 못한 소식에 관련 업계는 온종일 혼란스러운 분위기였으나 양사의 이해관계가 적절히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딜라이브와 넷플릭스가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미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매각에 난항을 겪고 있는 딜라이브의 경우 어떻게든 몸값을 올려야 하는 상황이고, 넷플릭스는 국내 시장에서의 부진을 극복할 방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의외의 조합이기는 하지만 이해관계만 놓고 본다면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조합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현재 딜라이브 최대 주주인 MBK파트너스는 빠른 시일 내 매각을 완료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MBK파트너스가 2007년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인 국민유선방송투자(KCI)가 2조2,000억 원에 달하는 인수 금융(대출)을 끌어다 썼는데 만기 연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부도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딜라이브가 급박한 사정을 해소하기 위해 넷플릭스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앞서 넷플릭스는 지난 1월 국내 진출을 선언한 뒤 SK브로드밴드, KT, LG유플러스 등 IPTV 사업자들과 협상을 진행했지만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해 결국 독자적으로 국내 서비스를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보통 수익 배분은 5:5나 6:4 정도로 이뤄지는데 넷플릭스는 8:2 또는 9:1 정도를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딜라이브에만 수익 배분 조건을 다르게 내놓지는 않았을 것이고 결국 딜라이브가 손해를 보면서도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물론 첫 달 무료 제공 이벤트를 내놓는 등 가입자 확보에 열을 올린 넷플릭스가 생각보다 저조한 성적 때문에 딜라이브와의 계약으로 상황을 타개하려고 한다는 의견도 있기는 하지만 넷플릭스가 시작부터 국내에서 가격 경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만큼 딜라이브에만 다른 조건을 내놓지는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하지만 딜라이브의 기대와 달리 매각 작업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업 영역을 다각화하더라도 중심 사업은 케이블인데 케이블 산업 자체가 위기인 상황에서 딜라이브가 원하는 금액을 내놓는 투자자는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MBK컨소시엄의 씨앤앰 인수 가격은 약 2조 2,000억 원 이상으로 이들은 최소 2조 원은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SK텔레콤이 케이블 업계 1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에 나서면서 1조 원 안팎을 투자한 것을 미루어볼 때 2조 원 대 매각은 거의 가능성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김덕일 딜라이브 부사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목동 외에는 지역 가입자인 CJ헬로비전과 수도권 1위 사업자로 디지털 전환율이 높은 딜라이브의 가치는 다르다”며 CJ헬로비전의 매각 가치인 1조 원보다는 높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업계 전반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넷플릭스 카드도 생각보다는 낮게 평가받을 것이란 분석이 대다수다. 넷플릭스를 TV로 보기 위해선 별도의 기기를 사용해야만 한다. 이 때문에 딜라이브 역시 넷플릭스와 공동 개발한 전용 셋톱박스를 선보인 뒤 동영상 서비스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딜라이브가 넷플릭스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해도 당분간은 기존 넷플릭스 서비스 방식과 큰 차이가 없이 진행될 수밖에 없다.

또한 국내 M&A 시장이 한동안 침체 상황에 놓일 것이란 전망도 딜라이브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한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M&A도 불확실시되는 상황에서 딜라이브를 인수할 업체를 빠른 시간 내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딜라이브가 여러 가지 방안을 강구하고는 있지만 매각 작업은 여전히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