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대규모 AI 투자…글로벌 기업과 어깨 견주나

네이버 대규모 AI 투자…글로벌 기업과 어깨 견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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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2016년 3월, 이세돌 9단은 인공지능(AI) 알파고와의 첫 대결에서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이후 알파고는 바둑계를 넘어 대한민국 전역에서 하나의 신드롬이 됐고, AI도 더 이상 미래의 기술이 아닌 일상생활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기술이 됐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AI가 우리의 친구가 되고, 변호사가 되고, 주치의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모든 생활의 기반이 AI가 될 것이란 의미다. 이미 구글과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등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들은 AI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이에 국내 기업인 네이버도 좀 늦은 감이 있지만 대세를 따라 AI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등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는 지난해 10월 열린 네이버 연례 개발자 회의에서 “인터넷은 국경이 없는 산업이기에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과 직접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며 AI와 같은 기술력을 기본으로 경쟁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네이버는 기술연구조직인 ‘네이버랩스’를 별도의 법인으로 분리해 AI나 로봇과 같은 미래 기술에 대한 R&D를 담당케 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네이버는 쉼 없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프랑스 음향 기술 스타트업 ‘드비알레’에 대한 투자를 시작으로 ‘퀄컴 테크놀로지 Inc.’와의 전략적 협업 관계 구축, 유럽 내 최대 AI 기술 연구소인 ‘제록스리서치센터유럽(XRCE)’ 인수, 국내 AI 스타트업 ‘컴퍼니 AI’ 인수, 새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 구축 등 올 상반기 투자 만해도 지난해 20배 수준이다.

먼저 지난해 11월 투자한 드비알레는 유럽 진출을 선언한 뒤 선택한 첫 투자처로 스피커 전문 기업이다. 2007년 프랑스에 설립된 드비알레는 고음질을 갖춘 소형 스피커 기기로 다른 업체와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네이버는 드비알레의 음향 기술과 AI를 접목해 대화형 AI 시스템 경쟁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AI 시대에서 스피커는 단순한 음향 기기가 아닌 사람과 AI를 연결하는 중심 도구가 될 것”이라며 “AI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드비알레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말했다.

올 6월 19일에는 퀄컴의 자회사인 퀄컴 테크놀로지 Inc.와 전략적 협약 관계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라인과 함께 개발 중인 AI 플랫폼 ‘클로바’를 퀄컴의 스냅드래곤 프로세서에 탑재하고, 스냅드래곤이 적용되는 사물인터넷(IoT) 플랫폼을 시작으로 향후에는 스마트폰 등에도 클로바를 AI 플랫폼으로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6월 27일에는 미국 제록스 사로부터 프랑스 그르노블에 위치한 제록스리서치센터유럽(XRCE)를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1993년 설립된 XRCE는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연상하게 하는 프랑스 그르노블 지역에 위치한 첨단기술연구센터로 AI, 머신러닝, 컴퓨터 비전, 자연어 처리 등과 같은 미래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네이버는 제록스가 보유한 기존 XRCE의 지적재산권 사용을 위한 라이선스 계약도 체결할 예정이다. XRCE 소속 연구원 80여 명은 네이버랩스 소속으로 관련 연구들을 이어간다. 네이버는 “컴퓨터 비전, 머신러닝, 자연어 처리 등 AI 기술에 대한 XRCE의 높은 연구 성과들이 네이버랩스가 주력하는 AI/딥러닝, 3D 매핑, 로보틱스 등 생활환경지능 기술 연구들에 더해지면 더 큰 성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를 표했다.

7월 7일에는 국내 스타트업 컴퍼니 AI를 인수했다. 컴퍼니 AI는 지난해에 설립된 스타트업으로 딥러닝 알고리즘 및 최적화 연구, 기계 독해, 자연어 이해, 대화 모델 연구 등에 기반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인수는 자체 기술 스타트업인 ‘액설러레이터 D2 Startup Fatory(D2SF)’를 통해 인수한 것으로, D2SF가 스타트업 단계부터 직접 회사를 발굴하고 지원을 거쳐 인수까지 이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네이버는 컴퍼니 AI의 노하우를 AI 플랫폼인 클로바에 탑재한다는 계획이다.

새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도 구축한다. 2020년 하반기 개관을 목표로 경기도 용인에 구축될 데이터센터는 부지 기준 약 13만2230㎡(약 4만 평)으로 2013년 강원도 춘천에 세워진 첫 번째 데이터센터 ‘각’의 2.5배 규모다. 이미 부지 매입은 마친 상태고, 내년 말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네이버 측은 투자 금액만 총 4800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AI 기술은 지난 30년 동안 개발된 것 보다 최근 3년 간 이뤄진 것이 더 많다”며 “구글과 아마존, IBM 같은 기업들이 인프라를 갖추기 위해 스타트업 인수부터 시작해 기술 개발로 물꼬를 튼 것처럼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업체들도 스타트업 투자 및 인수로 인프라 자체를 만들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이미 AI 주도권 경쟁에 뛰어든 글로벌 기업들도 움직임을 멈추지 않고 있다.

7월 5일 IT전문 매체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구글의 딥마인드는 캐나다 앨버타 주 에드먼턴 지역에 국제 AI 리서치 센터를 마련할 예정이다. 구글은 또한 7월 12일 인도의 AI 스타트업인 ‘할리랩스’를 인수했다. 할리랩스는 AI와 머신러닝을 연구해온 신생 기업으로, 언론 보도에 의하면 공개적으로 데뷔한 지 약 2달 만에 인수가 이뤄졌다고 한다.

구글은 이외에도 인간과 AI와의 관계를 고민해 ‘인간 친화적인 AI’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구글은 “모든 사람이 AI로 수혜를 입을 수 있도록 앞으로 AI 기술 개발을 엔지니어‧연구진, 전문가, 일상 사용자 등 세 분야로 나눠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각각의 입장에서 어떻게 더 쉽게 AI를 이해하고 사용하도록 할 것인지 고민하고,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네이버나 카카오뿐 아니라 삼성이나 SK텔레콤 등 국내 모든 기업이 글로벌 기업에 비해 한 발 늦게 AI에 발을 담궜다. 그 점을 인지해야 한다”며 “스타트업 인수를 통한 기술 확보도 중요하지만 우수 인재 확보도 중요한 축으로 놓고 움직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네이버의 경우 XRCE를 인수하면서 우수 인재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다른 업체보다 상황이 조금 나은 편이지만 전 세계적으로 AI 인재를 모시려는 움직임이 강한 만큼 이 부분에 대한 전략도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