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올해 초 tvN의 대표 프로그램 ‘삼시세끼’와 ‘꽃보다 청춘’의 15초당 중간 광고 단가가 지상파를 추월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당시 ‘삼시세끼’와 ‘꽃보다 청춘’의 중간 광고 단가는 15초에 2,500만 원으로 지상파 프로그램 중 기본 단가가 가장 높은 KBS 2TV 주말극 ‘부탁해요, 엄마’보다 1,000만 원가량 높았다. 개국 초 모두 다 생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던 종합편성채널도 마찬가지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종편의 광고 매출은 약 211%, 협찬 매출은 3,121% 증가해, 방송 시장의 한 영역을 당당히 차지하고 있다. 지상파 독점이었던 방송 시장의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상파에 대한 비대칭 규제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매체 균형 발전을 위해서 지상파에 대한 비대칭 규제를 완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방송광고공사와 미디어크리에이트에 따르면 올해 1월과 2월 지상파 3사의 광고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약 24%가 폭락한 월 매출액 1,000억 원 이하에 머물러 1999년 1월 IMF 경제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이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마무리된 8월 말 상황은 더 안갯속이다. 올림픽 경기 평균 시청률이 30%를 웃돌던 과거에는 올림픽 특수라는 말이 돌 정도로 광고 매출이 상승했으나 이번 올림픽에서는 전체 시청률이 20%를 넘긴 경기가 거의 없을 정도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올림픽 초반까지 지상파 3사의 올림픽 중계 광고 판매액은 각 사별로 약 60억 원, 총 180억 원 규모로 중계권료(440억 원)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대형 스포츠 경기의 광고 단가는 일반 광고보다 약 120~150% 높게 책정되는데 이번에는 새벽 시간대에 몰려 있어서 단가도 낮게 책정된 데다 광고 판매도 런던 올림픽의 30%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며 “시청률도 낮고 판매액도 중계권료에 못 미쳐 상당한 적자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케이블과 종편의 상승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공개한 ‘2015년 TV 방송 채널 시청점유율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상파 3사의 시청점유율은 2011년 이후 계속 감소하고 있는 반면 종편 4사의 시청점유율은 2011년 이후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눈에 띄는 점은 종편 채널인 MBN이 SBS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MBN의 시청점유율은 4.212%로 SBS와는 1.520%포인트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방통위 관계자는 “시청점유율은 해당 채널의 영향력을 보여주기 때문에 광고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케이블의 경우 광고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시청률 부분에서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또 오해영’, ‘굿 와이프’ 등의 드라마도 지상파 못지않은 시청률도 광고 매출을 견인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케이블 주요 인기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는 CJ E&M의 1~4월 상반기 광고 매출이 지상파를 넘어섰다고 한다. 더 이상 지상파 방송사가 방송 시장의 강자가 아니라는 방증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통위는 지상파에 대한 비대칭 규제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방송협회는 “비대칭 규제로 지상파방송만 급격한 광고 매출 감소 현상을 보이고 있다”며 수차례 의견서 및 건의문 등을 통해 현실적인 방송 광고 제도 개선을 요구했지만 종편을 비롯한 유료방송 업계의 반대로 간접 광고와 가상 광고 등에서 비대칭 규제가 오히려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고민수 국립 강릉원주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본지 기고를 통해 “방통위가 비대칭 규제의 이유로 제시하는 근거는 오직 하나, 즉, 후발 사업자인 유료방송이 자신의 생존에 필수적인 광고 재원의 일부를 지상파에 잃게 될 위험에 빠지는 것을 막겠다는 것인데 이 같은 이유가 지상파의 공적 기능 수행을 저해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있느냐”며 “지상파가 공적 과제를 수행함에 있어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중간 광고가 필요조건이 된 상황에서 매체균형발전을 이유로 이를 금지하는 것은 오히려 지상파와 유료방송과의 저널리즘적 경쟁을 저해하는 것으로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개국 이후 8년 연속 적자에 자본금 1,431억 원 가운데 약 97%를 잠식당한 OBS는 지상파라는 이름으로 오히려 역차별을 받고 있다. OBS는 40% 자체 제작 비율에, 100% 자체 편성을 진행하고 있음에도 종편만큼의 혜택은커녕 오히려 지상파 비대칭 규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거의 모든 시청자들이 중간 광고에 노출돼 있는데 굳이 지상파에만 금지하는 부분을 이해할 수 없다”며 “지상파 없는 방송 생태계가 어떤 악영향을 가져올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케이블 등 유료방송 지원 방안에만 집중하지 말고 지상파 UHD 특별법 등 지상파 지원책을 비롯해 전반적인 방송 산업 활성화를 논의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