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 찾아오는 봄, 언론의 역할은 교류·협력? ...

한반도에 찾아오는 봄, 언론의 역할은 교류·협력?
“왜, 무엇을 교류·협력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우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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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전숙희 기자] 최근 남북 관계가 급진적 개선을 맞으면서 평양지국 개설 등 언론의 교류·협력을 강조하는 의견이 이미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우선은 ‘왜, 무엇을’ 교류·협력할 것인지 알아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한국언론학회와 연합뉴스는 ‘통일 시대에 대비한 남북 언론 교류 활성화 방안’ 토론회를 6월 7일 오후 2시 30분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개최했다.

발제를 맡은 이창현 국민대 교수와 이은영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 소장은 4·27 남북 정상회담 관련 방송으로 진행한 실험 연구를 중심으로 언론의 영향력과 역할을 제시했다. 이번에 시행한 시험 연구는 대학생 100여 명을 대상으로 정상회담 방송을 보기 전과 후에 북한과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태도 변화를 알아봤다.

이 실험 연구에 따르면 정상회담 방송을 보기 전에는 북한과 김정은 국방위원장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가 19.8% 부정적 태도가 66.1%였으나 방송을 본 후에는 긍정적 태도가 57.3%로 큰 변화가 있었다.

대상에 대한 태도를 서술적으로 표현한 정성 평가에서도 방송을 보기 전에는 ‘핵실험’, ‘부정적인’, ‘강압적’ 등의 단어가 많이 사용됐으나 방송을 본 후에는 ‘생각보다’, ‘의외로’ 등의 단어가 많이 사용돼 태도의 변화를 보였다.

조사를 바탕으로 이창현 교수는 “결과를 살펴봤을 때 미디어의 역할과 영향은 인정하나 남북문제에 있어 보다 냉청한 분석과 태도가 요구되며 새로운 저널리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성욱 서울여대 교수는 이번 실험 연구에 대해 “방송의 힘인지 이벤트의 힘인지 구분짓기 힘들다”며 또한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그동안 알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었다는 점과 소스가 가지는 임팩트를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장하용 동국대 교수 역시 “이번 정상회담으로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은 대부분 기성세대라고 보며 이벤트 자체의 영향력이 보도의 영향력은 아니라고 본다”고 동의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로는 정상회담에 대한 국내 언론의 보도 방식을 꼽았다. 단순 중계를 했을 뿐 그 이상은 없었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키 이벤트가 발생하면 추후 관련 보도가 많이 나오는데, 다른 정상회담은 어떤 것이 있었는지, 이번 정상회담이 가지는 의미 등인데 그런 보도가 없었다. 트럼프와 김정은의 발언이 탁구 치듯 중계될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김성욱 교수는 ‘새로운 저널리즘’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동안 남북 관련 보도의 문제는 제대로 된 저널리즘을 구현하지 못했기 때문이지 새로운 저널리즘은 갖추지 못해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이창현 교수는 “분단 체제에서 저널리즘이 갖춰야 할 최소한의 스탠다드는 무엇이고, 어떤 수준에서 어떻게 보도해야 할 것인가를 ‘새로운 저널리즘’으로 두루뭉술하게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교류·협력은 무조건 옳은 것이라는 태도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남북 언론이 왜, 무엇을 교류·협력할 것인지 개념 규정이 필요하다”고 앞으로 남북 관계에 있어 언론에 요구되는 바를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