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소출력중계기 ‘방송용’이라 하나하나 ‘허가’요구
여기 휴대폰과 TV가 있다. 문제는 지금 이곳이 산간 벽지라는 것이다. 주변을 둘러보니 가로세로 두뼘보다 약간 더 큰중계기 2대가 보인다. 좀 더 큰 건 통신용 중계기인 갭필러이고, 또하나는 TV를 볼 수 있는‘극소출력중계기’이다. 일단 통신용 갭필러를 설치했다. 그리고 휴대폰을 통해 인터넷에 접속한 후 간단히 갭필러 설치 ‘신고’를 했다. 이제 통화는 자유다. TV가 보고 싶어 정통부에 문의해보니, 대뜸‘허가’부터 받아야 한단다.
아무리 난시청해소용 소출력중계기라 할지라도‘혼신’이 우려되기 때문이라는데. 허가 요건이 저 산꼭대기에 설치되어 있는 5억짜리 송신소랑 똑 같단다.
현재 KBS가 처한 사항이 딱 이렇다. 난시청해소를 위해‘극소출력중계기’를 개발하여, 정통부와 함께 기술 검증과 난시청현장의 필드테스트까지 성공적으로 마치고, 지난 9월 실험국 허가신청까지 해 놓았으나 정통부는 아직까지 묵묵부답이다. 극소출력(10mw/Mhz)이라 허가나 신고도 필요없을 줄 알았더니‘방송용’이기 때문에 하나하나 모두 허가를 받아야 한단다.
‘극소출력중계기’란?
2006년 11월 정통부는 국부적인 난시청해소방안을 마련하기 위해‘허가나 신고가 필요 없이 개설할 수 있는 특정소출력중계기 관련 고시’를 개정했다.
’02년 이후 정통부 채널정책에 의해 아날로그 TV중계소 신규주파수 허가 불허 방침으로 난시청해소가 불가능해짐에 따라 큰 신경을 쓰지 못했던터라 나날이 쌓이는 난시청관련 집단민원 해결에 골머리를 앓던 KBS는 즉각 ‘극소출력중계기’개발에 나섰다.
통신용 갭필러를 모델로 기존방송국과 혼신이 없는 극소출력의, 간편하고 설치가 용이한 구조를 가진, 디지털·아날로그·위성·지상파를 막론하고 모두 송신이 가능한 극소출력중계기의 설치비용은 1,000만원 정도이다. 최대 5개 채널을 수용할 수 있으니 채널당 200만원 정도 설치비용이 들어가는 셈이다.
약 5억원이 들었던 기존 TVR의 1/20수준이다. 더군다나, 소규모 마을의 자연적인 난시청 지역이나, 빌딩사이의 인위적 난시청지역이 많은 곳에서는 일부지역만을 극히 제한하여 송신할 수 있는 ‘극소출력’중계기의 장점이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장점으로 인하여 일본에서는 이미 아날로그방송용으로 800여개소를 시설하여 운용중이며, 디지털방송용으로 약 450여개소를 추가 시설할 예정이라 한다.
무엇이 문제인가?
난시청 해소를 위해서는 ▲송신인프라 구축(대출력 송신 중계기 설치)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수신환경개선(MATV) ▲산간 도서벽지 등 절대 난시청 지역의 경우 위성을 통해 난시청 해소 ▲전파가 미처 못미치는 도시음영지역, 산간, 섬지역의 경우 극소출력중계기 활용 등의 방법이 있다. 그중‘극소출력중계기’의 경우 더 이상의 아날로그 신규주파수 허가를 받지 못하는 상태에서 나온, 우리나라에서는 첫 시도라 할수 있다. KBS는 난시청 해소 없이는 디지털 전환에 차질이 발생하리라 판단하고 민원다발지역을 중심으로 1~2년 안에 난시청을 집중으로 해결한 후 디지털 투자로 가려는 계획을 나름대로 세우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통부는 타방송과의 혼신을 방지하기 위해“송신채널은 반드시 수신채널과 동일 채널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KBS를 포함한 지상파 방송사들은“난시청지역에서 웬 혼선이냐”는 반응을 보였다. 어쨌든 지난 6월 12일 KBS, MBC, SBS, EBS등 지상파 4사가‘극소출력중계기활성화를 위한 지상파방송사 공동추진협의회’를 구성하여 난시청지역 내 혼선 우려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협의하여 풀어나가겠다는 협의안을 제시했으나 정통부는 기존의 고시내용조차“DMB용이지 TV난시청용이 아니기 때문에 모두 허가를 받아야한다”라는 다소 억지스러운 주장을 펴고 있는 상황이다.
더하여, 9월에 KBS가 ▲극소출력중계기 방송 커버리지 검증 ▲다채널TV방송 중계에 따른 방송품질 검증 ▲타방송, 통신과의 영향(혼신)평가를 위해 난시청지역 5곳을 선정하여 제출한 극소출력중계기 실험국 운용허가 신청도 여직껏 미뤄지고 있는 상태이다.
이렇듯 정통부의 태도 때문인지 방송가에서는“정통부가 난시청해소를 통한 국민복지향상 보다는 방송국 주파수허가권과 규제틀을 유지하는데 더 신경을 쓰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와관련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회장 이창형)는“디지털 전송방식 전환을 앞두고 있는 현상황에서 지상파의 다양한 대 국민서비스를 위해 난시청해소가 최우선 척결 과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수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는‘극소출력중계기’의 원활한 정착을기대한다”며,“ 이를위해서는 정통부의 적극적 자세가 필수”라고 주장했다.
기술인연합회는“극소출력중계기를 활용하여 난시청 해소를 하는 것은 주파수 규제를 피하려는 것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정통부가 규제일변도의 보수적인 자세를 벗어나 국민편의와 전파산업활성화를 위한 전향적 자세를 보였으면 좋겠다”며“빠른 시일내 극소출력중계기 실험국 운용 허가가 나길 정통부에 촉구”할 예정이다.
또한, 실험국 운용을 마치고 본 방송국 운용을 하고자 하여도 TV 방송중계를 위한 소출력에 맞는 기술기준이 없어 현재의 고출력의 송중계기기술기준에 적용하여 허가를 받아야하는 불합리한 면을 개선하기 위해 정통부와 적극 대화에 나설 예정이다.
▲ 난시청 해소를 위해 KBS가 개발한‘극소출력중계기’
※ 극소출력중계기 설치 예
■ 일본의 현황
– 명칭 : 극미소전력국
– 송신출력 : 아날로그 방송에서 0.1W이하,디지털 방송에서 0.05W이하
– 대상 : 폐쇄하고 협소한 지역을 대상으로 전국적으로 아날로그 방송용 800여개 운용 중. (디지털방송용으로 약 450여개소 시설할 예정)
– 허가철자 : 제품이 기술기준에 적합한지 확인후 총무성에서 면허 받은 업체가 적합시험 실시. 즉, 중계기 형식등록만으로 무선국허가 가름.
– 설치 : 방송사, 지방자치단체 또는 공익기관 등이 설치장소, 사용 주파수를 총무성에 등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