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는 김충식 상임위원(부위원장)이 9일부터 11일까지 일본을 방문해 700MHz 대역 주파수 및 UHDTV 방송 준비상황 등을 살펴본다고 밝혔다. 현재 방통위가 미래창조과학부와 공동 연구반 가동을 통해 700MHz 대역 주파수 및 UHDTV 발전 로드맵 전반을 수립하는 단계임을 감안하면 의미심장한 행보라는 분석이다. 동시에 내년 7월 정식으로 UHDTV 방송을 준비하는 한편,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지상파 UHDTV 방송에 위기감을 느낀 일본에 대한민국 방통위 상임위원이 찾아간다는 것도 나름의 의미가 있다는 평이다.
하지만 700MHz 대역 주파수 할당에 있어 일본이 미국과 더불어 그리 긍정적인 로드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김 상임위원의 일본 방문이 주파수 정책에 있어서 만큼은 일정 정도의 성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일본은 700MHz 대역 주파수의 할당에 있어 전 세계의 흐름에 약간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현재 700MHz 대역 주파수에 대해 미국과 일본 및 일부 국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들은 방송용 할당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실제로 세계 방송 산업의 중심인 유럽의 경우 700MHz 대역 주파수의 방송활용을 염두에 둔 정책 로드맵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으며 WRC-12 및 ABU 서울선언문 등 굵직굵직한 세계적 이벤트에서도 이런 분위기는 역력하게 드러난 바 있다. 오히려 영국의 경우 보편적 공공의 미디어 환경 구성을 위해 BBC의 HD 채널을 늘리기로 합의하고 통신이 활용하는 주파수를 방송으로 용도변경을 하는 사례도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일본은 이런 분위기에서 약간의 온도차이를 보이고 있다. 물론 세세하게 따져보면 일본의 주파수 정책이 대한민국의 맹목적 주파수 할당 정책과는 비교우위를 보이고 있지만, 이런 부분을 차치한다고 해도 김 상임위원이 그릇된 주파수 할당관을 가질 개연성은 있어 보인다.
일본의 UHDTV 산업이 대한민국 미래부의 유료방송 중심 UHDTV 발전 모델과 닮아있는 부분도 부담이다. 현재 일본은 내년 UHDTV 정식 방송을 목표로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한편, 케이블 및 위성을 중심으로 하는 발전 로드맵을 천명하고 있다. 당연히 김 상임위원도 이런 부분에 더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본의 UHDTV 전문가들이 직접 KBS에 찾아와 견문을 쌓는 대목에서 알 수 있듯이, 대한민국은 전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대한민국 지상파 UHDTV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맹목적으로 일본을 따라갈 필요가 없이, 대한민국이 발전 모델을 주도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편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김 상임위원의 일본 방문에 대해 미래부와의 공동 연구반 구성을 앞둔 ‘가벼운 몸풀기’라는 분석을 내리고 있다. 동시에 이들은 미국을 방문한 이경재 방통위 위원장이 비록 철회하긴 했지만 한 때 “UHDTV는 시기상조”라고 발언한 부분을 빗대어 “김 상임위원의 일본 방문은 주파수 및 UHDTV 발전상에서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여주는 미국을 방문한 것 보다 더 훌륭한 선택”이라는 평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주파수 정책이나 UHDTV 발전 주체 로드맵도 그리 훌륭한 사례는 아니기 때문에 김 상임위원이 어떤 부분을 배우고 돌아올지 우려가 된다”는 반응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