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계열사 20여 명의 임원을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와의 협의없이 독단으로 발표해 결국 해임된 김재철 MBC 사장이 3월 27일 스스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동시에 일각에서는 “김 사장이 3억 원이 넘는 퇴직금을 챙기기 위해 사표를 제출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고개를 들고 있다.
여기에 최근 이사장직을 사임한 최필립 정수장학회(MBC 주주) 이사장도 아직 정식으로 퇴임절차를 밟지않고 이사장 월급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는 소식도 알려져 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MBC는 이날 김재철 사장이 사표를 제출했다고 밝히며 “김 사장이 직접 임원회의에 참석해 자신의 해임을 결정한 방문진의 뜻을 존중하며, 이에 즉시 사퇴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동시에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김 사장이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려고 스스로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이는 1989년 방문진이 탄생한 이후 이사회 결의에 의해 해임당한 최초의 MBC 사장이라는 불명예를 피하기 위해 김 사장이 스스로 물러나는 쪽을 택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어 반전이 벌어졌다. 김 사장의 사표 제출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MBC 노동조합은 즉각 “김 사장이 방문진의 뜻을 존중하겠다며 사직했지만 실제로는 임원 퇴직연금을 받기위해 꼼수를 부린 것”이라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MBC 임원 퇴직연금 지급 규정에는 ‘임원이 본인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주주총회의 해임 결의에 의하여 퇴임하는 경우에는 퇴직연금을 지급하지 아니한다’고 명시돼 있다. 즉, 김 사장이 이러한 규정을 피하고 퇴직금을 수령받기 위해 스스로 사퇴하는 모양새를 취했다는 뜻이다. 이에 김 사장은 남은 임기인 15개월 분의 퇴직연금을 수령할 것으로 보이며 그 금액은 3억 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대통령 취임식에 맞춰 사임을 선언한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도 말로만 사임했을뿐,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이사장 월급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은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동시에 김재철 사장 비리에 대한 검찰의 수사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 사장은 무용가 J씨 의혹과 더불어 법인카드 유용 및 공금 횡령 혐의로 수사기관에 총 5건의 혐의가 계류된 상황이지만 경찰이 열달동안 조사를 벌이고 모두 무혐의 처분을 내리는 한편, 사건 자체를 검찰에 송치해 ‘무리한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
하지만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3월 15일 이미 김 사장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으며, 최근 경찰의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추가 자료 확보에 나서고 있기 때문에 무혐의 판단이 뒤짚어질 공산도 상당한 편이다.
한편, 김 사장의 해임이 결정된 직후 민주통합당, MBC 노조와 더불어 언론개혁시민연대를 비롯한 많은 시민사회단체는 즉각 논평을 내고 “김재철 사장의 재임기간 중 공정방송 복원을 위해 싸우다 희생된 언론인들의 복직을 즉각 실시하라”고 주장하고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