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분리해 고지‧징수하도록 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한 가운데 김의철 KBS 사장이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김 사장은 7월 10일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려 “수신료 분리징수가 내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이번 주 시행될 예정”이라며 “수신료 분리징수가 현실화됨에 따라 오늘 이 시간부로 비상경영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먼저 직원들에게 사과의 말을 건넸다. 그는 “KBS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최고 책임자로서 구성원들에게 큰 부담과 걱정을 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하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죄송하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비상경영 선포와 함께 △신규 사업 모두 중단 △기존 사업과 서비스 원점 재검토를 주문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비상경영TF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비상경영을 선포하지만 고용안정은 무조건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동조합과의 협약 등 필요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말 뿐 아닌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겠다”면서 “물론 향후 분리징수 여파에 따라 부분적인 고통 분담은 불가피할 수 있지만 규모와 기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회사는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향후 대응 방향에 대해서도 밝혔다. 우선 한국전력공사와의 협상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한전과의 협상을 매우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며 “한전과 최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충분한 시간을 두고 치밀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승소 가능성을 언급하며 법률 대응도 강력히 하겠다고 했다. 그는 “공사는 헌법재판소에 입법 예고와 시행령 효력 정지에 관한 가처분과 헌법소원을 이미 제기했고, 또 시행령이 공포되는 즉시 시행령 본안에 대한 위헌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며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강구하겠지만 결국 이번 사태는 종국적으로 법에 따라 판가름 날 것인 바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법률 대응에 이길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사장은 김효재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직무대행을 향해서 “KBS가 피같은 수신료를 월급으로 탕진하고 있다는 망언 수준의 발언을 했다”고 말한 뒤 “KBS는 연간 시청점유율 1위로 2위사의 두 배에 달하며, 5만 명 이상이 참여하는 언론진흥재단 수용자 조사에서 4년 연속 신뢰도 1위를 달성하는 등 대다수 매체 조사에서 영향력과 신뢰도 1,2위를 놓치지 않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오히려 KBS가 경영 효율화를 위해 시대적 환경에 맞지 않는 사업들을 조정하려고 할 때 갖은 이유로 제동을 걸었던 곳이 방통위”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11일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수신료 분리징수를 위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 대통령 재가를 거쳐 12일 공포와 함께 시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