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국민들에게 큰 불안을 안겨준 9월 12일 경주 지진 당시 방송사들이 방송통신위원회가 배포한 ‘재난방송 종합 매뉴얼’을 모두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방통위로부터 제출받은 ‘재난방송 종합 매뉴얼(이하 매뉴얼)’과 경주 지진 당시 지상파 방송사의 방송 내용을 비교분석한 결과, 지상파 방송사 모두 매뉴얼에서 규정하는 △화면 상단 정지 자막 △10분당 경고음 △화면 하단 흘림 자막 △대규모 피해 발생 시 계속 방송 등 지침 전체를 준수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 의원은 “방통위가 작성‧배포한 매뉴얼도 풍수해와 지진을 제외한 국가 재난 상황에 대한 지침이 없어 그것 자체로도 문제인데 있는 기준 조차 불명확하고, 방송사들은 있는 지침도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매뉴얼에 나와 있는 재난 방송, 특히 지진 및 지진해일시 주요 전환 규정 및 송출 시간 등에 대한 지침을 살펴보면, 자막 및 흘림 자막 송출 시점 및 종료점에 대한 규정이 없으며, 재난방송 종료 기준인 ‘상황 종료’ 역시 명시돼 있지 않다.
또한 종합편성채널은 재난방송의무사업자로 돼 있으나, 정작 방송 지침에는 빠져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즉 재난방송을 송출해야 하는 ‘역할’은 있지만, 송출해야 할 ‘의무’는 없는 것이다.
관련 내용을 살펴보면, 경고음이나 자막을 삽입하고, 특보 체제나 긴급 방송으로 전환해야 하는 보도 채널이나 지상파와 달리 재난의 최고 수준 상황에서도 일반 케이블방송사업자와 마찬가지로 재난방송에 제일 약한 단계인 ‘흘림 자막’만 실시하면 된다.
이에 대해 방통위는 “2011년 작성된 매뉴얼이다보니 미비점이 많다”며 사실상 지침의 부실함을 인정했다.
김 의원은 이와 관련 “재난방송 의무사업자라고 명시된 종편이 사실 일반 방송 사업자 수준의 역할만을 부여받은 것은 방통위의 심각한 직무유기”라며 “신속한 개정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