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HD 활성화 정책과 과제

[기고] UHD 활성화 정책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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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호 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대학원 교수

700MHz 대역 주파수의 분배가 일단락됐다. 정부가 7월 27일 700㎒ 대역 주파수를 지상파의 초고화질(UHD) 방송용으로 폭 30㎒를 배정하고 지상파 UHD 방송용으로 5개 채널을 분배키로 함에 따라 지상파 UHD 방송의 단계적 도입이 사실상 확정됐고 정부는 지상파 방송사들과 함께 UHD 방송 기본정책을 올해 연말까지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KBS1·2, MBC, SBS, EBS 5개 지상파 채널은 UHD 방송을 제작하기 위한 후속조치와 UHD 전국 방송을 위한 준비 등을 빠르게 해결해야 하게 됐다.

차세대방송으로서 UHD TV에 대한 요구

1) 시청자 요구의 증가
차세대방송으로 UHDTV가 주목받는 주요한 이유는 무엇보다도 시청자의 요구 증가라 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NPD 디스플레이서치의 ‘세계 TV 교체 연구 보고서’도 이를 받침 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시청자들은 TV를 교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로 화질을 꼽았다. 화질은 음향, 가격, 사용 편이성 등을 제치고 TV 교체 시 가장 고려되는 부분으로 선정됐다. CEA에서 발표한 An Update on Ultra HD의 설문 결과에서도 소비자가 TV 세트 구매 시 고려하는 주요 요소는 화질이었다.
2014년 방송협회에서 글로벌리서치를 통해 1,026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의 75%가 UHD 방송에 대해 알고 있었으며, 66%가 유료매체가 아닌 지상파 방송을 통해 UHD 방송을 시청하고 싶다고 답변했고,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에서 2014년 5월에 조사한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UHD 방송을 시청한 후 UHDTV 구입 의향이 있다는 사람이 66.7%였다고 나타나고 있다.

2) 디스플레이 및 장비 보급의 확대
UHDTV의 보급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서 TV 시장 조사업체인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2015년 UHDTV 판매 대수는 지난해 대비 153% 성장한 3,200만대, 2018년에는 8,000만대를 웃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UHDTV가 세계 TV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3.29%에서 2017년 34.08%, 2020년에는 45.39%로 전망되고 있으며 Strategy Analysis (SA)는 2020년까지 미국 가정의 반 가까이 UHDTV를 보유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청자들에게는 UHDTV 세트의 가격 추이가 중요한데, UHDTV 수상기의 가격은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샤오미는 지난 10월 19일부터 중국 베이징에서 60인치 UHDTV를 88만 원(4,999위안)에 판매한다고 발표했다.

3) UHD 방송 시대 시청자 복지 확대
UHD 방송은 보편적 방송 영역으로 모든 시청자가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로서 UHD 방송의 보편적 방송을 실시함으로써 보편적 방송시청권 및 선택권 보장, 소득과 지역에 따른 디지털 정보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UHDTV 도입으로 지상파방송의 경우 단일주파수방송망(SFN) 구성이 가능하고 시청자들이 수신하는 전파의 세기가 커져 실내 안테나만으로도 충분히 무료 UHD 방송 수신이 가능한 개선된 방송 시청 환경 제공이 가능하다. 따라서, 재난 재해와 같은 위급한 상황에서도 신속 정확한 재난 방송 시청이 가능해 재난통신망과 함께 국민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게 된다.

4) UHD 방송을 통한 관련 산업 활성화 기반 마련
UHD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고품질 UHD 콘텐츠 공급이 필수이며 고품질 UHD 콘텐츠의 뒷받침이 있어야 국내 UHDTV 판매 증가와 UHD 산업의 활성화로 선순환이 가능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국내 방송 산업 경쟁력 약화 및 국내 시장 잠식이 우려된다. 즉 고품질 UHD 콘텐츠를 바탕으로 글로벌 UHD 콘텐츠 시장을 선점해 글로벌 한류를 지속시키고, UHD 방송장비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해외 진출 확대 및 시장 선점이 가능해질 것이다.

활성화를 위한 과제와 전망

UHDTV가 본격적으로 방송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극복해야 할 과제들이 있다.

먼저, UHD 표준에 관한 문제다.
현재 지상파 방송사가 지상파 UHD 시험방송에 사용하고 있는 기술은 지난 2009년 제정된 유럽식 표준 DVB-T2로 압축률을 높인 고효율압축코딩(HEVC)을 추가한 1단계 표준이다. 지상파 방송사는 2012년 이후 3년간 DVB–T2 방식으로 성공적인 실험방송을 수행했다. 특히 2014년에는 브라질 월드컵 등 국제 스포츠 이벤트를 대상으로 UHD 방송에 성공했다. 따라서 이미 사용 가능한 방식인 만큼 바로 지상파 UHD 방송에 도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미국식 표준인 ATSC3.0 보다는 현 상황에 뒤처진 기술이라는 단점이 있다.
미국식 표준인 ATSC3.0은 방송과 인터넷의 융합을 통한 양방향 서비스로 진화할 수 있어 지상파 UHD 방송과 모바일 HD 방송이 가능한 새로운 표준으로 올해 말 표준 제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ATSC 3.0은 2015년 12월에 표준화를 위한 최종 투표를 진행한 후 최종 표준은 2016년 2/4분기에 제안표준이 채택될 예정에 있다. ATSC 3.0 표준화 이후에도 실제 검증을 완벽히 마친 후에 본 방송에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지상파방송용 송수신 장비는 표준화 이후 아직 검증되지 못한 시스템을 국내에 들여와 안정화시키는 동안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크다. 방송표준방식은 한번 결정되면 10년 이상 장기간 사용하고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꼼꼼하게 논의해 최적의 표준방식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둘째, UHD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다.
점차적으로 국내외에 UHDTV 보급이 확대됨에 따라 UHDTV용 콘텐츠의 수요가 증대하고 있는 실정인데 이런 수요에 부응하고 지속적인 한류의 경쟁력 유지·확대를 위해서는 한류 콘텐츠의 UHD 제작이 요구되며, 이를 위해서는 국내 방송사의 UHD 콘텐츠 제작이 확대돼야 할 것이다. 이렇게 돼야 한류 콘텐츠의 경쟁력 제고뿐 아니라 방송 콘텐츠 부가가치 증대, 국내 UHDTV 내수 기반 확보에 따른 국제 경쟁력 강화, 한류 연관 국내 제품·서비스 수출 제고 등 산업적 효과가 기대된다.
이미 일부 드라마 제작 현장에선 간이형 UHD 제작시설로 UHD 콘텐츠를 만들고 있지만 아직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이런 점에서 콘텐츠 제작의 활성화를 위한 기반마련이 중요하다. 콘텐츠 제작의 활성화는 단순히 필요한 콘텐츠의 충분한 생산으로 끝나지는 않는다. 기존에 없던 획기적인 형태의 콘텐츠 제작에는 항상 새로운 아이디어와 이를 위한 새로운 기술과 장비, 소프트웨어 등의 개발이 동반된다. 획기적인 콘텐츠의 제작과 새로운 장비의 개발이 더 이상 별개로 고려돼서는 안 된다. 국내 산업은 TV와 STB 등 단말기를 위주로 발전하고 제작·송출 분야 등은 매우 취약하다. UHDTV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콘텐츠의 원활한 수급이 반드시 전제돼야 하며 소비자들이 가격 부담 없이 그러한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재원마련의 문제이다.
UHD 전환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재원마련의 문제다. HD에서 UHD로의 전환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전환처럼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투입되는 예산이 적은 것도 아니다. 앞으로 재원 마련 문제는 지상파 방송사가 미래부, 방통위와 협의해서 대안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예컨대 UHD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지원으로는 광고규제 완화, 편성규제 완화, UHD 활성화 특별법 제정 등을 생각할 수 있으며 UHD 콘텐츠 제작 지원으로는 방송통신발전기금, 정부예산, 가전사의 참여와 지원 등 제작기반 확충을 위한 기금 마련 등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편성규제에 관한 논의다.
편성규제의 핵심은 연차별 편성비율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가 하는 것이다.
편성비율 확대 목표는 UHD 도입 초기에는 낮고 일정 시점 이후 증가하는 비선형 곡선이 되도록 해야 하며 UHD 방송 도입 시기에는 일정 기간 편성 규제 방향이 의무사항이 아닌 ‘가이드라인’ 혹은 ‘권고 사항’이 돼야 할 것이다. 자칫 UHD 편성비율을 강제할 경우 방송사들은 UHD 방송 활성화보다 규제 회피에 치중하게 될 우려도 있다.
UHD 본방송 초기에는 시범적으로 선보일 수 있는 멀티앵글 서비스 등 다양한 부가 서비스로 인해 HD 방송과 콘텐츠 내용이 달라질 수밖에 없어 동시 방송이 어려울 수 있다. 새로운 서비스 도입 검증 등을 위해 장르, 편성 시간, 허용 기간 등을 제한한 한시적 별도 편성 허용 역시 검토돼야 할 것이다. 편성 시간 가중치 부여도 검토해야 한다. 과거 아날로그에서 HD 전환 시 편성 시간 가중치를 부여한 경우가 있다. UHD 방송프로그램 인정 기준 마련도 관건이다. 현재 UHD 콘텐츠의 부족은 쉽게 해결되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HD 영상을 업스케일링·리마스터링해 제작된 UHD 콘텐츠는 한시적으로 인정해 UHD 콘텐츠 시장이 조기에 성숙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내장형 안테나 설치 여부다.
UHDTV 채널 수신을 위해 별도 안테나 설치가 필요 없는 내장형 안테나를 가진 UHDTV의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차세대 UHD 기술은 직접수신에 훨씬 더 유리하다. 조금만 노력하면 방송사업자들이 그리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외부 안테나가 아닌 실내 안테나만으로도 수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쉬울 것이다. 아직은 대부분의 안테나가 외장형으로 돼 있는데 내장형으로 하게 되면 수신 환경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문제점 때문에 이에 관해 방송사와 가전사가 심도 있는 검토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여섯째, 지상파 UHD 전국 방송 방안에 관한 문제다.
700MHz 주파수 분배 방안은 마무리됐지만 지상파 UHD 전국 방송을 위한 논의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정부가 내놓은 주파수 분배 방안으로는 OBS와 지역 MBC, 지역 민방에서는 지금 당장 UHD 방송을 내보낼 수 없기 때문이다. 1단계에서 배제된 지역 지상파 방송사들의 UHD 전환은 어떻게 해야 할지 등 지상파 방송사가 정부와 논의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았다. 이 문제는 지상파 UHD 전국 방송이 완료될 때까지 계속 점검해야 할 것이다.

마무리

UHDTV는 관련 산업 전반에 걸쳐 엄청난 부가가치를 유발하는 차세대 미디어 서비스다. UHDTV가 일반화되면 해상도와는 큰 상관없이 용도에 따라 다양한 크기로 생산되고 활용될 것이다. 또한 TV뿐만 아니라 방송장비와 전송망 등 전방 산업 시장은 물론, 카메라, UHD 콘텐츠 기록·재생장치, 컴퓨터 디스플레이, 초고화질 컴퓨터 그래픽과 같은 콘텐츠 등의 후방산업까지 포함하면 천문학적인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국내 시장의 조기 형성과 전략적 기술개발을 통한 해외 시장 선점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체계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UHDTV가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규제 당국의 정책, 콘텐츠, 플랫폼, 네트워크, 기기(Device) 분야에서 UHD 시장을 만들기 위해서 협력하고 조화를 이루고 이에 대해 시청자들이 적극 반응해야만 가능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중·장기 로드맵을 구축하고, 고품질 서비스가 모든 국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