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국내 방송 시장 및 관련 정책 방향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모멘텀을 갖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와 같이 방송 정책의 틀과 방송 시장 구조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대규모 인수합병이 발생하고 있으며, 심화되고 있는 경쟁 및 관련된 분쟁 양상의 다양화, 4월 총선과 20대 국회의 출범 등 방송 정책에 영향을 가져올 수 있는 중요한 대내외적 이슈들이 산재해 있다. 물론 다양한 정책 이슈들 중에서 기존의 이슈들이 여전히 누적돼 유지되고 있는 경우도 있고, 새롭게 대두되는 이슈들도 있다. 따라서 현시점에서는 전체적인 방송 시장을 조망하고 방송 정책의 방향에 대해 다시 한번 재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겠다. 따라서 본 고에서는 올해 방송 정책 관련 핵심 이슈와 요구되는 정책 방향에 대해 주요 매체별로 논의해 보기로 한다.
지상파방송 부문의 주요 이슈와 과제
지상파방송 부문의 주요 정책 이슈는 크게 공영방송 수신료, 광고제도 개선, 재송신 제도 개선으로 볼 수 있다. 첫째, 2013년 12월 10일 KBS 이사회에서 의결된 수신료 조정안 (월 2,500원 → 월 4,000원)이 2014년 2월 28일 방통위를 거쳐 국회에 제출됐으나, 통과되지 못하고 계류된 상태이다. 변화된 방송 환경에 따라 공영방송의 재원 구조 정상화 목적으로 KBS 수신료를 현실화하는 시도가 반복(2007, 2010, 2013년)되고 있음에도 불구, 여전히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으며, 이번 19대 국회에서도 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둘째, 광고제도 개선과 관련해 지상파 광고총량제 개선 및 협찬․간접광고 제도 개선이 이뤄졌으나 지상파 방송 광고 시장에 대한 활성화 효과는 미흡한 상태로 알려져 있다. 특히 지상파 방송사 측에서는 방송 광고 시장에서의 경쟁 상황이 개선(2014년 기준 HHI 1,570)됐고, 광고총량제 효과가 미미함에 따라 중간광고 도입을 통한 콘텐츠 제작 재원 확보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유료방송PP, 종편, 신문사 등에서는 광고비 쏠림현상에 따른 경쟁상황의 악화, 시청자 단체에서는 시청권의 훼손 등의 이유를 들어 완강히 반대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셋째, 2009년 이후 재송신 관련 분쟁이 격화되고 있으며, 최근 약 60개에 가까운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시간 방송의 블랙아웃은 물론 VOD 공급 중단 및 이에 대응한 유료방송 플랫폼의 광고송출 중단 등 분쟁유형이 확대되고 있는 모습이다. 지상파 측은 지상파 콘텐츠 저작권에 대한 정당한 대가 지급은 당연하다는 반면, 유료방송 측은 지상파가 요구하는 CPS 수준이 과도함은 물론 지상파의 보편적 서비스 제공 책무를 위반하고 있다는 주장이 대립 논리의 주를 이루고 있다. 재송신과 관련해 규제기관의 개입이 블랙아웃 방지와 같이 단편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에 따라 미국과 유사한 형태로 재송신 분쟁에 대한 접근(사법적 접근)이 이루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결국 재송신의 제도적 측면과 사적 계약․분쟁 측면 간의 균형점을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가 관건이라 하겠다. 향후 올림픽, 월드컵 등 주요 국민적 관심 행사의 중계권과 맞물려 분쟁 양상은 격화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지상파와 플랫폼 간의 영향력․시장력 변화에 따라 재송신 계약이 가변적으로 나타날 전망이고, 유료방송 시장에서의 M&A도 이러한 협상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유료방송 플랫폼 부문의 주요 이슈와 과제
올해 상반기에 가장 큰 이슈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이라고 할 수 있다. 2015년 11월 2일 SKT와 CJ오쇼핑 이사회에서 SKT의 CJ헬로비전 주식인수를 의결한 이후, 현재 합병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번 M&A는 통신사업자가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최초의 M&A라는 점, 권역사업자(CJ헬로비전)의 전국사업자(SK브로드밴드) 합병 및 전국과 지역의 복수 유료방송 사업면허를 보유하게 된다는 점, 유료방송 시장에서 MSP 수직계열 구조의 해체라는 특징이 존재한다. 이번 M&A는 방송 정책에 대한 전방위적인 영향을 미침과 동시에 향후 경쟁사업자의 대응 M&A 발생 가능성, 케이블TV SO의 매각 추진 등과 맞물려 방송 시장 전반의 구조개편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방송의 가치와 정책철학적 측면에서는 공공성과 지역성, 다양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특히 방송 가치 보호를 위한 사전적 구조규제 중심의 국내 방송규제 체계의 한계가 이번 M&A를 통해 표출됐다는 점에서 높은 정책적 시사점을 갖는다. 방송산업 정책적 관점에서는 방송 시장에서의 유효경쟁 정책 도입 필요성, 통신 시장의 지배력 전이에 따른 방송 시장의 집중․독점화 문제, 결합상품 경쟁에 따른 방송 콘텐츠 부문의 황폐화 등의 우려가 존재하는 한편, 시장 기능에 따른 매체 간 대체․퇴출 경로의 형성, 방송 시장으로의 자본 유입과 투자확대 등의 순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둘째, 결합상품 중심의 경쟁이 보편화 되면서 방송 상품의 저가화에 따른 방송 시장 생태계의 취약화 이슈가 있다. 방송통신 결합상품에 방송 상품을 부상품화해 방송 상품의 이용요금을 무료 수준에 가깝게 책정하는 양상이 발생함에 따라, 방송 시장의 생태계가 교란되고 있다는 것인데, 즉, 결합상품이 갖는 영향 중 수평적 시장에서의 경쟁제한성 외에, 수직적 시장에서 상류 시장의 수익성 악화와 생태계 교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플랫폼 부문에서는 동등결합 여부에 따라 독점적 상품의 시장지배력이 경쟁적 시장으로 전이된다는 문제가 존재하고, 콘텐츠 부문에서는 방송 상품의 저가화에 의한 PP 시장 수익 배분의 모수가 하락해 PP 시장의 수익성 및 건전성이 악화됨에 따라 콘텐츠 산업 활성화 및 유료방송 시장의 활성화를 저해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있다.
방송 콘텐츠 부문의 주요 이슈와 과제
방송 콘텐츠 부문에서 대두될 것으로 보이는 이슈의 첫 번째는 광고 시장에서 비대칭 규제가 유효한지 여부이다. 2013년 전체 방송 광고 시장에서 지상파방송 3사 계열의 광고매출 기준 시장점유율은 2013년 65.0%를 차지해 전년 대비 1.4%p 하락했으며 종편 4사는 7.3%를 차지해 전년 대비 2.2%p 증가했다. 특히 CJ E&M의 약진과 종편PP의 성장에 따라 지상파 계열PP를 제외한 지상파방송 3사(관계 지상파 방송사 포함)의 점유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2013년 54.4%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시장 경쟁 상황에 입각한 지상파와 유료방송 간의 비대칭 규제 논리가 취약해 지고 있으며, 지상파 진영에서는 지상파-유료방송 간 비대칭 규제의 완화를 주장하기 시작하고 있다. 이는 결국 방송 광고 시장의 경쟁 상황이 빠르게 개선돼 경쟁적 시장으로 평가된다고 한다면 현행 지상파와 유료방송 간의 비대칭규제를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고, 이는 전술한 중간광고 도입 논의와도 관련이 있다.
둘째, 유료방송 PP시장과 관련해 올해 상반기로 예정된 T커머스 채널(10개)의 재승인을 앞두고 플랫폼에서 경쟁적으로 T커머스 채널을 편성하고 있음에 따라 선호 채널 대역에서의 PP 송출 기회가 축소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즉, 기존 TV홈쇼핑(7개)과 더불어 선호 채널 대역(50번대 이하)에 17개의 상품 판매형 채널이 편성돼 홈쇼핑 채널이 과도하다는 우려와 함께 개별PP가 선호채널 대역에서의 송출기회가 제한된다는 지적이다.
셋째, 방송 콘텐츠 제작 시장에서의 외주제작 제도 개선 이슈가 있다. 2015년 방송법 개정에 따른 특수관계자 외주비율 폐지에 따라 외주인정 기준 및 외주편성 비율 고시의 개정이 추진 중인데, 외주인정 기준의 핵심 이슈는 수익배분 및 저작권의 인정기준 포함 여부며, 외주편성 비율의 경우 현행 고시된 비율 수준의 유지 또는 확대 여부라 할 수 있다. 드라마 장르의 외주사는 대형화가 이뤄지거나 중국 자본이 진입하고 있는 반면, 독립외주사는 여전히 영세한 상황으로 외주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에 외주시장의 건전한 발전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방송 정책 방향
이와 같이 다양한 정책적 이슈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2016년 상반기 방송통신 분야 최대 이슈 중 하나가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 간의 합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정책 방향은 방송 시장 구조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정책의 점검과 개선이다. 단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본 합병이 방송 시장에 가져올 수 있는 충격을 고려해 합병 심사 절차의 신중한 운영이 필요하고, 특히 변경 허가와 관련해서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사전동의를 공익성 심사에 준하도록 운영하는 정책 재량이 필요하다. 나아가 중장기적으로는 방송법을 개정해 향후 방송법에 공익성 심사 규정을 도입하는 방안의 검토도 필요하다.
한편, 방송 시장의 경쟁 정책과 관련해서는 2015년에 마련된 결합상품 규제 가이드라인의 재개정을 위한 논의가 다시 이뤄질 필요가 있다. 전술한 방송 시장 구조변화 과정에서 나타난 방송 시장의 취약성을 반영해 방송 상품이 포함된 결합상품에 대해서는 별도로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유료방송 요금규제가 상이한 상황에서 기존의 할인율 규제 방식의 실효성이 낮기 때문에 방송 상품에 대한 별도의 결합규제가 필요할 수 있으며, 구조개편과 더불어 결합상품 규제는 지상파와 PP에 대한 CPS 및 수익배분 구조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방송산업 전반의 거시적 관점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이 외에 광고규제 및 비대칭규제 논의 역시 경쟁 정책 차원에서 점검할 필요는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나아가 국내 방송 시장에서 약자로 분류되는 지역 중소 지상파 방송사, 개별PP, 독립 외주 제작사 등에 대한 정책의 개선을 추진함과 동시에 경쟁력 강화 정책도 수반돼야 할 것이다.
현재 국내 방송 시장은 전 매체에서 다양한 분쟁 유형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으로, 분쟁 조정 관련 규제기관의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2014년 발의된 방송법 개정안(방송 분쟁 조정, 재정제도 도입, 직권조정, 방송유지재개명령권 도입 등)에서 일부 규정들이 삭제되고 통과됨에 따라 방통위의 ADR(대안적 분쟁조정제도) 제도가 완비된 상태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최근 VOD 분쟁 사례에서 보듯이 분쟁 조정의 범위와 대상, 분쟁 조정의 효력 등에 있어서 회의적 시각이 존재한다. 따라서 향후 ADR 제도의 완비성을 도모하기 위해 분쟁 조정의 범위와 대상 확대, 재정제도 도입 등을 다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방송법과 IPTV법을 통합한 방송법 개정안(통합법제)이 19대 국회에서 통과되기 어려운 상황으로 예상됨에 따라, 향후 20대 국회의원 구성이 완료되면 재발의를 추진하고 조속한 입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