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주 실감미디어연구회 연구원
세계 방송기술의 조류는 어디로 흘러갈까? 사실 이런 문제는 상당히 피상적인 주제를 가지고 있으며 또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모호한 현실의 경계에서 논해지고 있다. 하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이보다 더 간단한 것은 없다. 근 미래에 닥칠 방송기술의 조류는 사실 상당히 가까운 곳까지 닥쳐와 있으며, 이는 고스란히 우리의 몫으로 남겨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이러한 부분도 예측불가능한 상황에 있음은 어쩔 수 없겠지만. 쉬운 예로 홀로그램 기술을 보자. 최근 특허청이 아주 흥미로운 보도자료를 낸 적이 있는데, 홀로그램 관련 특허는 1982년부터 출원이 이루어져 왔으나 본격적으로는 1990년대 후반에 들어와서 부터이며, 전반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원인 현황을 살펴보면, 외국기업의 출원이 356건으로 전체의 43%를 차지하였고, 국내 대기업은 29%(239건), 개인 및 중소기업 16%(128건), 공공기관 및 연구소 12%(98건) 순으로 출원비중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즉, 이정도로 기술이 확산되면 이는 자연히 낙수효과를 일으켜 시너지 현상을 불러오게 되며, 이는 곧 시대의 조류로 남게되는 것이다.
국립중앙도서관에서는 현재 ‘홀로그램, 사물과 기억을 기록하다’전을 통해 홀로그램을 활용한 미디어 아트를 전시하고 있다. 1977년 개봉된 영화 ‘스타워즈’의 상상력으로 시작된 기술이 30년이 흘러 걸그룹 소녀시대의 공연으로 이어지는 등 이제 홀로그램은 차세대 3D 영상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예시를 방송기술로 접목시켜보면 UHDTV의 미래는 자명하다. 이것이 바로 방송기술의 흐름이고,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 소명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UHDTV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대한민국의 UHDTV는 세계적인 부흥기에 알맞게 적응하고 있다. 제조사들은 이제 UHDTV 패널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이는 고스란히 국가 경쟁력으로 반영되고 있다.
그러자 정부도 나서고 있다. 최근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연이어 UHDTV 발전 로드맵을 발표하는 한편, 이를 육성하기 위한 방안을 공격적으로 들고 나오고 있다. 그런데 이 두 부처의 움직임은 미묘한 온도차이가 있다. 우선 미래부는 유료 방송을 활용한 해당 기술의 발전에 조금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그렇기 때문에 미래부는 UHDTV 실험방송 및 그 개척의 첨병역할을 유료 방송에 일임하여 전방위적인 산업 효과를 노리는 전략을 내보이고 있다.
즉, 해당 기술을 전적으로 창조경제의 큰 틀 안에서 이뤄내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하지만 방통위는 조금 다르다. 비록 규제기관의 성격이 약간 묻어나긴 하지만, 방통위는 해당 기술을 지상파 방송사 위주로 가져가려 하는 생각을 숨기지 않는다. 즉, 공공의 영역에서 해당 기술을 발전시키고 육성해서 종국에는 그 파급 효과를 더욱 ‘퍼블릭 엑세스’하겠다는 뜻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두 부처의 움직임에 UHDTV의 미래도 걸려있다는 점을 확실히 하겠다. 그런 이유로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UHDTV의 미래를 감히 재단한다면, 우선 미래부의 UHDTV는 순전히 산업적인 마인드로 더욱 강력한 삼투압을 일으킬 것이라는 것에 동의할 수 밖에 없다. 애석하게도 퍼블릭 엑세스는 그 집결과 응집의 동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자본주의의 접근방식이 최후의 승자가 되리라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현실적인 투자비용과 그에 따른 가용할 수 있는 원동력을 감안하면 사안은 더욱 명확해진다. 하지만 이러한 UHDTV 발전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다. 굳이 퍼블릭 엑세스의 역할론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해당 기술의 근간인 미디어는 사회적 공기이며, 그 사회를 이끄는 리더의 자질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UHDTV의 미래를 재단할 때, 반드시 감안해야 하는 부분이 바로 공공성의 법칙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물론 해당 기술의 미래를 전적으로 정부가 틀어쥐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초기 기술 발전의 청사진은 국가적 전략에서 세워지는 것이 기본이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을 꼭 생각하자는 뜻이다. 바로 여기에, UHDTV 1,000만 시대를 여는 열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