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 X파일’로 드러난 난장판 방송광고 현실 바로잡아야

[기고] ‘MBN X파일’로 드러난 난장판 방송광고 현실 바로잡아야

‘MBN X파일이란?

‘MBN X파일MBN 미디어렙 영업 1팀이 작성한 구글 공유 업무일지(이하 업무일지)를 말한다. 이 내용은 지난 38일 미국의 인터넷 언론인 <선데이저널>에서 보도하면서 폭로되었다. 유출된 업무일지에는 영업1팀이 2014121일부터 2015120일까지 51일 동안 수행한 영업활동에 대한 387건의 기록이 들어있었다. 방송사 광고판매대행사의 영업일지에 대해 굳이 ‘MBN X파일라는 별칭을 붙인 것은 여기에 그간 뒷소문만 무성했던 방송의 약탈적인 불법탈법 영업이 적나라하게 분명한 증거로 드러난 것이기 때문이다.

‘MBN X파일관련 현재 진행상황은?

310일 전국언론노동조합은 방송통신위원회에 진상 파악을 요청하는 공문을 접수했다. 이어 민주언론시민연합은 327MBN 미디어렙 영업일지 중 비정상적 영업행위를 분류한 뒤, 그 사안이 실제 방송되었는지 등을 모니터해 보고서로 발표했다. 이와 더불어 민언련도 331일 국민신문고에 ‘MBN 불법 광고영업에 대한 실태조사 및 조치를 촉구하는 민원을 접수했다. 이후 8개 언론시민단체는 방통위 앞에서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고, MBN, TV조선, 채널A 앞에서 불법광고영업을 규탄하는 릴레이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방통위는 4개월이 지난 7월 둘째 주에도 MBN 조사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한편 민언련은 MBN의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위반 프로그램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했다. 이중 <천기누설> 등 과장광고 등에 대해서는 일부 경고등의 징계가 나왔으나, 가장 중요한 사안이라고 보는 돈을 받고 뉴스의 내용에 영향을 미친 <경제포커스> 심의는 방통위 조사결과 발표 이후로 미뤄둔 상태이다.

‘MBN X파일속 탈법·불법 광고영업 유형은 무엇인가?

영업일지에 담긴 모든 내용이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일지에 담긴 메모 중에서 정상적인 방송광고 영업행위와는 달리 불법·탈법 등 문제가 있다고 추정되는 것이 53(42개 업체)이 있었다. 크게 문제 유형을 나눠보면 뉴스보도에서 업체나 제품을 불법 홍보하거나 광고수주 압력을 행사하는 유형 뉴스 이외의 프로그램에서 제품이나 업체를 불법 홍보하는 유형 조폭식 갹출이나 뇌물로 의심되는 불법 협찬 증빙 유형 기자의 불법 광고영업 기타 문제점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들 사례 하나하나가 모두 매우 충격적인 내용이며, 방송의 공정성을 철저하게 무너뜨리는 내용이어서 시청자에게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불법·탈법의 의혹이 있는 업무일지의 기록

건수

관련업체수

1. 뉴스보도에서 업체나 제품을 불법 홍보하거나 광고수주 압력 행사

<1-1> 돈 받고 뉴스보도에서 특정 회사의 문제점 외면하거나 치적 홍보

<1-2> 돈 내면 상 주고, 상 받은 사실을 뉴스보도

<1-3> 보도를 통한 광고수주 압력의 행사 의혹

13

6

1

6

13개 업체

6

1

6

2. 뉴스 이외 프로그램에서 제품을 불법 홍보

<2-1> 방송 프로그램의 이름으로 특정 회사 또는 제품의

홍보물 제작·방송

<2-2> 방송 프로그램으로 위장된 홍보물을 돈 받고 재방송

24

14

 

10

14개 업체

9

 

5

3. 조폭식 갹출 또는 뇌물로 의심되는 불법 협찬증빙

<3-1> 협찬(또는 광고)한 것처럼 꾸며 대기업으로부터

수상한 금품 수수

<3-2> 실제 금액과 영수증 금액의 차이, 리베이트

(혹은 비자금)와 탈세 의혹

5

5

 

3

 

8개 업체

7

 

3

 

4. 기자의 불법 광고영업

6

3개 업체

5. 기타

5

4개 업체

53

42개 업체

뉴스보도에서 업체나 제품을 불법 홍보하거나 광고수주 압력 행사

‘MBN X파일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객관성과 공정성이 생명이라 하는 뉴스마저 돈을 받고 특정 업체나 제품을 불법 홍보하는 것이다. 대표적 사례는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에 대한 2014122일자 업무일지 기록이다. 메모에는 금년도 하반기 컬러풀 아프리카 선청구 되었던 건 12월 경제포커스에서 소진 예정. 126일 경제포커스(이슈포커스)에서 자원외교에 대해 다뤄지며, 한국전력공사 부각시킬 예정이라고 적혀있다. 실제 126<경제포커스>라는 프로그램의 이슈포커스라는 코너에서여러 공기업들의 투자실패를 집중 조명하면서 한전에 대해서는 장황하게 성공사례로 언급했다. 방송에서 사회자가 전문가 패널에게 한전은 진행이 좀 잘되는 거 같아요? 어떤가요?”라고 불쑥 물었다. 전문가 패널이 한전에 대한 긍정도 부정도 아닌 모호한 답변을 하자, 사회자는 전문회사다 보니 경험이 많은 것 같네요라고 말하며, 화면에 한전 전문회사로서의 경험 살려 안정적인 자원확보라는 자막을 내보냈다. 업무일지에는 이 같은 한전 이외에도 여러 가지 사례가 담겨있다. 이는 방송사업자의 방송프로그램 기획, 제작, 편성 등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금지한 미디어렙법(<방송광고판매대행등에관한법률>) 15조 위반이자, <방송법>의 목적인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정면 부정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방송 프로그램의 외피 쓰고, 실제로는 업체나 제품의 홍보물 역할

보도 이외에 국민이 많이 영향을 받는 건강 관련 교양 프로그램이 사실은 관련 업체로부터 돈을 받고 제품의 원재료 등을 홍보한 것임이 드러나기도 했다. 다큐멘터리를 본 뒤, 혹하는 마음에 음식재료나 건강보조식품을 구입한 시청자들을 기만한 것이다. 뉴스 이외 프로그램에서 제품을 불법 홍보한 업무일지 기록은 총 14(9개 업체)이다. 이들 방송은 돈을 주고 방송을 만들어 달라고 하면서도 정작 다큐멘터리 속에서는 건강보조식품 재료의 효능을 언급할 뿐, 돈을 준 업체명이나 제품명은 전혀 언급되지 않는다. 그런데 왜 굳이 3천만원에서 5천만원까지 지급하고 방송 제작을 요청했을까. 그 이유는 해당 다큐멘터리가 방송되자마자 타 홈쇼핑 채널에서 관련제품을 팔았고, 이때 다큐멘터리 방송이 매출에 큰 도움이 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MBN <천기누설>에서 한국인삼공사로부터 돈을 받고 아로니아라는 식재료의 효능을 담은 다큐를 제작 방송한 뒤, 잠시 후 홈쇼핑 채널에서 한국인삼공사가 출시한 홍삼담은 아로니아가 판매했다. 이는 특정 사업자의 홍보물로 전락시켜 부당이득을 취한 행위로서, 시청자에 대한 기만행위이자, 방송법과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이다. 게다가 이번 영업일지를 보면 방송 프로그램으로 위장된 홍보물을 만들어 방송한 뒤, 홈쇼핑에서 해당 제품을 판매하는 시간에 맞춰 돈을 주고 유료로 재방송해준다. 많은 국민들이 이런 방송을 보고 구입한, 백수오, 아로니아 등의 제품을 구입한 것이다.

허위 협찬증빙 의혹, 반저널리즘적인 기자의 광고영업도 분명히 의혹 밝혀 바로잡아야

MBN 업무일지에는 괴담처럼 떠돌던 이른바 협찬증빙에 대한 기록도 있다. ‘협찬증빙괴담이란 어떤 기업이 매체사에 실제 협찬하지 않았는데, 매체사가 협찬을 한 것처럼 허위로 증거를 만들어 기업의 협찬금을 수수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허위 협찬증빙은 연말이나 연초에 여론 형성력이 큰 종편이나 보도전문 채널과 대기업 간에 은밀히 이뤄져 왔다고 한다. ‘MBN X파일의 내용은 방통위는 물론 검찰과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집중적으로 조사해야 할 사안이다. 만약 언론과 경제권력 간의 정체를 알 수 없는 불법적인 거액의 금품수수가 사실이라면 그 피해는 분명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MBN 업무일지에는 기자들이 사실상 광고영업을 벌인 정황들도 담겨있다. 공식적으로는 확인된 바 없이 뒷전에서만 거론되던 언론계의 추한 작태가 업무일지에 떡하니 기록되어 있는 것이다. MBN 경제부장이 KB금융지주 간부를 만나 광고 더 달라 요청한 내용, KT2014년 잔여광고비 3억을 따내기 위해 산업부와 협조 및 공조한 내용, 주재기자들이 수행한 2014년도 광고매출 자료를 정리하고 2015년 공기업 및 지자체 매출 증대에 대해 주재기자와의 협업방안을 모색했다는 내용, 주재기자를 통해 부산시 광고예산을 파악하고 증액되도록 요청했다는 내용, 주재기자가 부산시 대변인 만나 광고집행 일정을 조정했다는 내용 등이 그것이다. 기자의 이 같은 광고영업 행위들은 명백히 반저널리즘적인 직업윤리 위반이다. 이는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이 훼손되었음을 의미하며, 경제권력 감시라는 기자 본연의 사명을 돈과 바꾼 것이다.

MBN뿐 아니라 TV조선과 채널A까지 자행하고 있음이 드러나

그러나 이런 불법 탈법 광고영업은 MBN만의 문제가 아니다. 55일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은 채널ATV조선의 불법 광고 영업을 폭로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동아일보는 2013년에 채널A에서 홍보 방송을 해주기로 하고 공공기관인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이하 농정원)에서 16,500만 원에 협찬 계약을 맺었다. 이에 뒤질세라 조선일보 자회사인 조선영상비전은 2012년 국제교류재단에서 주최하는 행사를 조선일보에 게재하고 TV조선에서 방영하는 조건으로 12,000만 원을 받는 협약을 맺었다. 법적으로 방송광고를 판매할 수 없는 동아일보와 조선일보가 방송사의 광고협찬 영업을 직접 한 것이다. 이는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한 방송법 4조를 명백히 위반한 것이다.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는 중범죄다. 이뿐만이 아니다. TV조선은 영향력 있는 CEO로 선정되었다며, 기업에게 뉴스로 방송해야 하니 협찬금 2천만 원을 달라고 요구하고는 실제로 관련 보도를 했다. 방송은 33인의 CEO를 선정해놓고 어떤 이는 이름조차 언급하지 않는 식으로 차별적으로 보도했다. 심지어 구제역 확산방지 조치를 신속히 알린다는 명목으로 TV조선과 채널A는 농정원으로부터 각각 1000만원을 받고 뉴스에서 관련 내용을 소개했다. 뉴스는 국민이 알아야 할 뉴스가치가 있는 내용이라면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그런데 TV조선과 채널A는 구제역 확산 방지책을 알려주는 보도프로그램마저 돈을 받고 팔고 있는 것이다.

MBN 영업일지는 우리 언론이 잘못된 관행관행이라는 이름으로 계속하고, 이를 관리 감독할 규제기관이 방치한 결과가 얼마나 참혹한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제부터라도 방통위는 방송의 불법 광고영업 행태를 철저히 조사해서 바로잡아야 한다. 방통위는 지난 1, 올해 사업 계획을 발표하면서 방송광고 불공정 행위 차단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방통위는 종편 불법 광고 영업 실태를 전수 조사하고 엄중한 처벌을 내려서 스스로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 불법 방송광고 영업은 방송의 객관성, 공정성이라는 원칙, 신뢰를 무너뜨리는 국민을 속이고 우롱한 심각하고 중대한 문제이다. 무엇보다 부패한 언론은 국가와 민주주의 존립 자체를 위협할 것이라는 점에서 종편의 불법 광고영업은 반드시 사회적으로 공론화되어 제대로 바로잡아야 할 문제이다.